암살의 역사
최경식 지음 / 갈라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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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서 암살 사건에 초점을 맞춘 책이 나왔어요. 바로 《암살의 역사》인데요.

수많은 주제들 가운데 암살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자는 '암살(暗殺)'은 정치,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을 비합법적으로 살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하면서 암살 사건을 계기로 역사의 흐름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를 주목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는 한국사와 세계사로 나누어 실제 벌어졌던 암살 사건과 암살설 미스터리, 암살 미수 등을 다루고 있어요. 각 사건마다 암설 표적이 된 인물이 누구인지,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주고, 그 인물의 죽음으로 인해 어떠한 변화가 생겼는지를 차근차근 들려주고 있어요. 한국사에서 정조 암살설은 시기적으로 절묘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심증이 가는 사건인데, 하필이면 정조의 개혁 정치가 절정에 이르고 오회연교까지 발표한 시점에서 보름 뒤에 세상을 떠났을까요. 아무래도 위기감을 느낀 노론 벽파의 소행이라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는 거죠. 우리가 조선사에서 가장 훌륭한 임금님으로 세종과 정조를 꼽는 것은 두 임금이 이뤄낸 업적이 그만큼 위대하다는 측면도 있지만 반대로 다른 임금들이 무능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요. 저자는 역사적 흐름에 어긋나는 퇴행과 반동이 조선을 끝내 망국의 길로 나아가게 했다고 평하면서, 이 모든 조선통사는 정조의 의문의 죽음에서 비롯되었고, "만약 정조가 10년만 더 살았다면 조선의 미래는 달라졌을 것" (104p)이라는 부질없는 한탄으로 귀결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동일한 맥락에서 김구 선생님의 암살은 대한민국 역사에 가장 치명적인 사건이자 비극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구가 암살된 직후 전봉덕 헌병 부사령관은 해당 사건이 안두희 단독 범행이라고 발표했는데, 지난 1995년 발표된 '백범김구선생 암살진상국회조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안두희의 직속상관인 포병사령관 장은산이 암살을 직접 지시했고 김창룡 특무대장과 채병덕 총참모장, 전봉덕 헌병 부사령관 등이 사건에 적극 개입됐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고, 이들이 과거 일제에 자발적으로 협조한 대표적인 친일파들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네요. 올해 초, 야당 대표에 대한 암살테러 사건을 보면 사건 하루만에 단독 범행으로 규정한 것이나 테러법상 테러 여부를 결론내지 않은 것들이 미심쩍은 논란을 키우고 있네요. 현재 일본과의 관계에서 역사의식을 망각한 정부의 행태, 민주화의 역사를 거스르는 언론 탄압은 역사의 역행, 아니 퇴행이라고 볼 수 있어요. 세계사에서는 비폭력 흑인 민권운동가인 마틴 루터 킹의 암살 사건이 미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준 비극인데, 마틴 루터 킹이 달성한 수많은 업적과 유산 덕분에 인종차별이 점차 사라지고 흑인 민권이 크게 증진되었다면 이를 뒤엎고 역행시킨 인물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에요. 권력을 쥔 자, 그 인물에 따라 전혀 다른 역사가 쓰여진다는 것,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배웠고, 이제는 행동하는 역사를 보여줄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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