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행복수업
김지수 지음, 나태주 인터뷰이 / 열림원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태주의 행복수업》은 나태주 시인을 김지수님이 인터뷰한 대화록이에요.

이 책은 뭔가 신기한 구성이에요. 저자의 말처럼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지친' 서울 여자 지수가 공주의 키 작은 정원사 태주를 만나 일어서는, 봄 한철 보살핌의 기록'"(8p)이며, 일반적인 인터뷰 에세이와는 달리 인터뷰어인 저자가 본인의 이름을 넣어 '지수'가 '태주'랑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옮겨 놓은 느낌이에요. 두런두런 편안하게 나누는 대화 속에 보물 같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 딴 곳을 응시하는 것 같은 태주를 앞에 두고

지수 또한 간간이 중학교 2학년 시절로 마실을 나갔다.

새벽에 깨어 사라져가는 별을 보며 김광섭의 시 「저녁에」 를 읽던 시절.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구절마다 새겨진 애틋함, 헤어짐, 기약 없는 재회의 신비가 가슴뼈의 건반을 눌러대서

새벽 거리를 집시처럼 배회하던 시절.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지 않은가.

그로부터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오후,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공주에서 태주와 '눈썹달'에 마주앉아

해를 쬐며 정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35p)

얼마 전에 처음 알게 된 1980년 노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가 김광섭 시인의 시였다니, 어쩐지 가사를 곱씹게 되더라고요. 두 사람이 만나 정답게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하니 이 노래가 BGM으로 흐를 것 같아요. '행복 수업'이라는 제목 때문에 뭔가 거창한 철학적 내용이 등장할 것 같지만 우리에게 행복은 일상 속에 있으니까, '행복한 대화, 사는 이야기'라고 제목을 바꿔도 되지 않을까요.

"불안한 적 없으세요?"

"불안이라······ 나는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에요.

나는 느낌의 사람입니다. 틀려도 된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틀릴 수 있다······도 아니고 틀려도 된다니······ 무얼까? 이 엄청난 담력은······."

"독자들이 나를 판단하고 등 돌릴 거라는 두려움은 없으셨어요?"

"나는 판단하지 않아요. 그래서 남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없어요.

평가를 좋게 하든 나쁘게 하든, 큰 사람으로 생각하든 작은 사람으로 생각하든, 나는 관계가 없어요.

나는 어차피 졸렬한 사람이니까. 서툴고 작은 사람이니까.

다만 그래서 가능하면 정성껏, 매 순간 공헌하도록 노력은 해요." (218p)

가만히 생각해보니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이 불안감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시인의 말처럼 틀려도 된다는 자신감이 부족했구나 싶으면서 왜 그토록 틀릴까봐 안절부절 노심초사했던가 돌아보게 됐어요. 원래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실제보다 더 멋져보이려고 꾸미고 가식적으로 굴수록 불안해지는 거죠. 그래서 '나는 서툴고 작은 사람이니까.'라는 솔직한 자기 인정이 더 강한 나를 만드는 힘이 된 것이겠지요. 이전 신작 시집에서도 「행복」 이라는 시가 마음에 들었는데, 마침 그 시를 쓰게 된 이야기와 함께 시를 들려줘서 좋았어요. "저녁 때 /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 힘들 때 /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는다는 것 / 외로울 때 /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 나태주, 「행복」 , "나는 이것으로 만족해요. 그대가 사 준 이 모자를 오래 쓰고 다니면 좋겠어요······ 집을 옮긴다거나 차를 산다거나 그럴 일 없이." (312p)

행복이란 누가 대신 가져다 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결국 우리 스스로 일상 안에서 감사하고 기뻐하며 즐거움을 누린다면 이미 행복한 사람인 거예요. 고통과 불행이 전혀 없는 삶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짜 행복인 것 같아요. 인생은 흘러가고, 우리는 순간순간의 행복을 잡아야 해요, 꽈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