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티네이션 아트 - 전 세계 505곳에서 보는 예술 작품
파이돈 프레스 지음, 이호숙.이기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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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을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예술작품의 범위를 너무 한정했던 것 같아요.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박물관에 전시된 유명한 미술작품들을 떠올리다보니 정작 현대 예술가들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놓치고 있었네요. 여기에서 핵심 주제이자 주인공은 '장소 특정적 예술' 작품이며, 왜 특정 장소에 직접 가서 특정 작품을 체험하는 것이 특별한 즐거움과 감동인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미리 책으로 떠나보는 예술 여행인 거죠.

《데스티네이션 아트》는 전 세계의 장소 특정적 예술을 소개하는 필수 안내서이자 예술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선 장소 특정적 예술(site-specific art)은 모더니스트 조각이 자율성을 강조하며 장소와의 연결을 단절시키며 장소를 초월해나간 것에 반작용으로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에 등장한 실천적이고 비판적인 시도라고 하네요. 장소 특정성은 순환적인 장소 이동을 거부하고 특정장소에 귀속할 것을 주장하여 관념론과 대립하며, 모더니즘 조각이 가지고 있던 장소성과의 관계에 대한 역전을 강조했다고 하네요. 특정한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특수성이 '장소', '공간'이 지닌 의미를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놀랍고 신기했어요.

이 책의 저자들은 현대의 성지순례 정신과 미적 경험이라는 명목으로 전 세계 수천여 점의 후보군 중 505점의 작품을 엄선했고, 세계를 오스트랄라시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까지 일곱 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색깔별 지도 위에 개별 작품의 위치를 표시했어요.

영화 <쥬만지> 에서 이상한 세계로 초대하는 보드게임처럼 책을 펼치면 세계 지도 위에 표시된 예술작품을 찾아 떠날 수 있는데, 각 작품들을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네요. 그야말로 '장소 특정성'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어느 것 하나 닮은 구석이 없는, 독특함과 참신함으로 완성된 신기한 예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열 개의 작품이 소개되었는데 그 중 서울 광화문에 있는 조나단 브롭스키의 헤머링 맨이 익숙해서 반가웠어요. 높이 22미터, 무게 50톤의 이 거대한 움직이는 작품은 고개를 숙이고 오른손으로 망치질을 하고 있는데, 2002녀 6월 설치되어 매일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35초마다 한번씩 망치질을 한다고 해요. 해외 작품들은 당장 만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에 전시된 작품들을 찾아봐야겠어요. 어쩐지 동심으로 돌아가 신나게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장소 특정적 예술 작품만의 매력 덕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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