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드리야르 라이브 이론
폴 헤가티 지음, 윤상호 옮김 / 책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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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보드리야르》는 어떤 책일까요.

이 책은 도서출판 책세상이 블룸스베리 출판사에서 펴낸 '라이브 이론(Live Theory)' 시리즈를 번역 출간한 것으로,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지적 원천들인 주요 이론가들의 사상과 활동, 인터뷰를 담아냈다고 해요. 우선 책 제목인 '장 보드리야르'는 20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성이자 가장 뛰어난 사회 이론가로 불리는 인물이에요. 그의 핵심 사상은 상징적 교환과 시뮬라시옹 그리고 시뮬라시옹에서 도출한 가상 virtual 과 신체 body 에 대한 사고인데 복잡하고 난해할 수 있는 보드리야르의 이론과 개념을, 이 책의 저자인 폴 헤가티 교수가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볼 수 있어요.

저자는 보드리야르의 초기 저작을 읽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개념 자체는 단순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낯선 용어와 개념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아요. 보드리야르가 처음 제시한 개념인 시뮬라시옹은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것들을 뜻하는 프랑스어 시뮬라크르에서 나온 단어이며, 그 시뮬라크르가 작용하는 것을 말하는 명사형이 시뮬라시옹이에요. 보드리야르의 이론을 단순화하면, 우리는 실재와 동떨어진, 실재는 없고 기호와 이미지만 넘치는 시뮬라크르, 시뮬라시옹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거예요. 현대 사회는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고 지배하는 현상, 그리고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하이퍼리얼리티(시뮬라크르)에 포위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보드리야르의 문제의식은 전방위적이라서 이미지를 지탱하고 있는 실체가 사실은 공허한 것이며, 따라서 미디어, 역사, 정치, 철학 모든 영역에 걸쳐서 많은 것들이 실체가 아닌, 만들어진 허구라면서,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이 문제적 발언은 실재의 걸프전을 부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재의 걸프전이 미디어에 의해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그것이 어떻게 현실을 생산하고 규정하며 대신하는지를 말하고자 했던 거라고 보고 있어요. 현재 시점에서는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시뮬라크르가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너무나 소름돋는 통찰인 거죠.

저자가 2003년 4월, 장 보드리야르의 아파트에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한국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한국인다음'입니다. 그들은 서양인들에게 '한국인다움'을 말해달라고 요청하는데 그것이 그들에게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것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며, 그것을 발명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은 나와 같은 사람에게 와서 문화적 구원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습니다. 그들은 둘 사이에 동일한 문제, 동일한 교차성에 갇혀 있어요." (214p)라고 말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을 본다면 무척 놀라지 않을까 싶네요. 중요한 건 보드리야르의 독창적인 시뮬라시옹 이론이 대중매체, 인터넷과 사이버 문화, 가상현실, 증강현실, 메타버스 등 디지털 시대를 해석하는 탁월한 이론이며 포스트모던 문화이론과 철학, 미디어, 예술이론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인 것 같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주체로서 통제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한 라이브 이론 수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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