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가는 자 - 익숙함에서 탁월함으로 얽매임에서 벗어남으로
최진석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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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 오온개공 도일체고액 / 사리자 백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생행식 역부여시 /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

우연히 들었던 불경이 바로 《반야심경》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됐어요. 이 경전의 정확한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며,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라는 문장이 핵심이라고 하는데 그 의미를 다 헤아리지 못했어요.

《건너가는 자》는 철학자 최진석님이 풀어낸 《반야심경》의 지혜를 담아낸 책이에요.

저자는 《반야심경》에서 '경(經)'이라는 한 글자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어요. 경이라는 글자가 붙은 고전을 보면 당대의 비전, 이념, 이데올로기의 기준점이 담겨 있는데, 오늘날에는 경이라는 글자가 보통 '기준'이라는 뜻으로 쓰이며 대표적인 단어가 '경영(management)'이고, 이 manage의 의미가 비유적으로 말고삐를 잡고 말을 타는 것, 즉 고삐를 잡고 무언가를 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요. 여기서 고삐가 내포한 의미는 다른 말로 철학 혹은 이상(vision)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의 화두와 같은 질문은 "당신의 고삐는 무엇입니까?"라는 거예요.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자신의 고삐가 무엇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해요. 사람들은 자신만의 고삐를 잡지 못하면 꿈이나 비전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치부하게 되고, 고삐와 삶이 분리되고 말아요. 그러면 경전을 읽어도 경전에서 얻은 감동과 삶이 분리되어 감동이 삶으로 내려오지 못하는 거예요.

이 책은 자신만의 고삐가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돕는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승 경전인 《반야심경》의 원제목인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에서 '마하'는 '크다'라는 뜻이고, '반야'는 '지혜'이며, '바라밀다'는 '건너가기'라는 뜻이며, 대승에서는 '함께' 건너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요. 정확히 우리말로 풀어보면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게 돕는, 반야의 지혜를 담은 핵심 경전.' (112p)인 거예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잘한 경쟁 구도에 갇히지 않고 그 경쟁 구도를 넘어서는 일대 도약을 통해 성장하는 거예요. 스스로 자신을 가두고 있는 틀, 그 기준에서 벗어나야 저쪽으로 건너갈 수 있어요. 하지만 반야의 지혜마저도 테두리를 정해버리면 그 개념의 틀에 갇히기 때문에 건너가는 목적지에 초점을 두지 말고 건가기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해요. 결국 《반야심경》의 핵심은 건너가기 그 자체이며 건너가기를 행하는 주체로서의 '나'가 건너가기를 부단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해요. 무언가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것 사이에는 큰 골이 있지만 반야바라밀다를 통해 그 골을 메워갈 수 있어요. 철학자 최진석님이 길어올린 반야심경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습득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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