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위의 아이들 라임 청소년 문학 64
남예은 지음 / 라임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국 나에게 사랑은 나빴다." (42p)

《선 위의 아이들》은 남예은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에요.

십대 청소년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고달픈 현실과 고민에 관한 네 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풋풋한 첫사랑 상대인 설연에게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고 괴로워하는 열일곱 살 남학생 로운의 이야기인 <나쁜 사랑>을 읽을 때만 해도 비교적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가족 간의 갈등이나 친구 문제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로운이가 '사랑은 나빴다.'고 했던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근데 <코르셋>부터는 꽉 조여대는 코르셋을 입은 것마냥 가슴이 답답해졌고 그 다음은 슬퍼졌어요. 도대체 사랑이 뭘까 싶었어요. 생선가게 모녀가 말없이 달을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 연수가 '이만하면 부족할 게 없는 밤이다.'(96p)라고 느꼈다는 것이 굉장히 큰 파도처럼 밀려왔어요. 어린 연수가 갑자기 훅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그게 좀 아팠어요.

<선 위의 아이들>에서는 학교 폭력과 왕따, 자살, 아동 학대 등 벼랑 끝에 놓인 아이들의 이야기인데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어요.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거든. 모든 게 연결되어 있어. 그러니까 이런 전화 다시는 안 했으면 좋겠다." (104p) 라고 말했던 인우는 그 말이 얼마나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는 줄 몰랐던 거예요. 세상을 잇고 있던 사슬이 끊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 역시 그 보이지 않는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있어요. 그래서 인우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고, 인우의 결심 덕분에 희망을 보았네요.

<지하철 1호선>은 한때는 단짝 친구였던 민지와 상희의 이야기인데, 둘 사이에 벌어졌던 여러 사건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만들어야 할 내용인 것 같아요. 운명의 장난일까요, 어떻게 두 아이의 삶이 이토록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되었을까요. 오랜 망설임 끝에 상희가 민지를 만나러 갔고, 둘의 대화를 보면서 살짝 소름이 돋았어요. 민지는 모든 걸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웃어줬어요. 비열하고 옹졸했던 마음을 가뿐하게 즈려밟은 민지, 결국 민지는 가장 행복한 인생을 선택한 사람이 되었어요. 놀라운 반전이었어요.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답게 나를 위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어야 된다는 걸, 민지를 통해 배운 것 같아요. 누구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내 행복은 전적으로 나의 결심이라는 것.

"지하철 타고 왔나?"

"응."

"와 줘서 고맙데이. 근데 상희야 ······."

"응."

"인자 오지 마라. 내, 니보다 잘 살게." (17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