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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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공주는 연약한 존재였으나 아름다웠고, 모두의 사랑을 받았어요.

물론 마녀와 악당의 표적이 되었지만 어디선가 용감한 왕자가 나타나 공주를 구해줬고, 이러한 공주 이야기에 아무런 불만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마지막엔 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났으니까요. 공주는 오래오래 잘 살았을 거라고 믿었는데... 깜쪽같이 속고 말았네요.

《숲은 깊고 아름다운데》는 '동화 여주 잔혹사'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이야기는 숲과 같다'면서 진짜 숲, 우리가 잃어버린 그 거대한 숲이 우리가 떠난 본능과 공포의 세계를 상징한다고 이야기하네요. 잃어버린 숲은 우리의 내면에 있으나 직접적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무의식과 같아서, 자신의 무의식으로 여정을 떠나고 싶다면 옛날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숲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를 비롯한 전래동화 이야기 속 여성 차별의 구조적인 기제를 발견하고 무엇이 이토록 여성을 잔인하게 몰고 가는지를 파헤치고 있어요. 모린 머독은 젊은 시절에 조지프 캠벨에게 "여성은 삶에서 어떤 여정을 떠나야 하나요?"라고 물었는데, 조지프 캐벨은 "여자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 (40p)라고 답했대요. 조지프 캠벨이 여자는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모든 신화에서 여성은 전통적으로 거기, 그 자리에 있으며 여성이 할 일은 사람들이 도달하려고 하는 곳이 바로 자신임을 깨닫는 것이고, 자신의 특성이 얼마나 놀라운지 여성 스스로 깨닫는다면 유사 남성이 되려는 생각에 자신을 망가뜨리지 않을 거라고 설명하네요. 캠벨이 보기에 여성들은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고정 좌표이자 귀환점이었고, 남성 중심의 이야기와 신화에서 남자 영웅이 전 세계를 돌며 모험을 떠나 온갖 여성을 만나지만 늙고 병들면 돌아와서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늙은 여성을 껴안으며 당신이 최고라고 말한다는 거예요. 남자들은 상징계에서 여성의 위치가 바뀌기를 바라지 않는 거예요. 모린 머독은 캠벨의 말에 좌절하지 않고 여성 영웅의 여정을 연구하고 그 지도를 그려냈어요. 여성은 자기 내면의 숲으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여정이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인 거예요. 흥미로운 부분은 옛날 이야기에서 옷감 짜는 여자가 등장하면 전복되어 환상이 현실이 된다는 거예요. 옷감 짜기 혹은 뜨개질은 이야기를 만드는 힘이며, 이야기를 짓는 자는 현실에 권력에 대항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은 여성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말하고 글을 쓰는 시대이기에 여성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를 만들고, 잘못된 옛날 이야기는 다시 써야 하는 거예요. 저자는 "자신의 언어를 소유한 자는 현실의 권력에 'NO!'라고 외칠 수 있다." (219p)라고 했는데, 이것은 여성 남성을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조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무엇이든 쓰고 싶은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 돼요. 그래야 자신만의 깊고 아름다운 숲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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