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칼로레아 철학 수업 - 논리적 사고를 위한 프랑스식 인문학 공부
사카모토 타카시 지음, 곽현아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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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매년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일명 수능을 치르고 있어요.

작년에는 정부가 킬러문항 출제 배제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고난도 문항을 놓고 킬러문항이냐, 아니냐라는 논란이 있었죠.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초고난도 문제를 배제하고 학교 수업의 충실도를 높인다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수능 난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져서 불수능이란 평가를 받았어요.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불만들이 있을 거예요. 특히 수능시험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해악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오로지 학생들을 줄 세우기 위한 시험, 아이들의 고유성과 창의성, 개성에는 아예 관심이 없고 오직 경쟁에서의 순위만을 중시하는 시험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병들고 있어요.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 그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어요. 그동안 대입 제도만 바뀌었지, 근본적인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았어요. 독일에서는 고등학교 졸업시험인 아비투어만 합격하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고, 프랑스는 바칼로레아를 취득하기만 하면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에 입학시험을 치르지 않고 입학원서를 낼 수 있다고 하네요. 중요한 건 우리도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대한민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 과제를 풀어가는 하나의 단서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바칼로레아 철학 수업》은 프랑스의 철학 교육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교토약과대학의 사카모토 타카시 교수인데 프랑스의 보르도 제3대학 대학원에서 철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고 해요. 그는 이 책을 통해 프랑스 철학 교육과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을 소개하면서 왜 철학 교육이 중요한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선 프랑스는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고등학교 2학년과 3학년은 바칼로레아 시험을 치른다고 해요. 2019년까지는 각 학년 말에 시험을 봤는데,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대대적인 개편이 이루어져서 2021년부터는 신규 형식의 바칼로레아 시험으로 바뀌었다고 해요. 개혁 전 바칼로레아는 3학년 때 치르는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었지만 개혁 후에는 다른 과목을 포함한 40퍼센트는 내신으로 평가되고 나머지 60퍼센트는 시험에서 결정된다고 하네요. 개혁으로 시험 방식은 변했지만 여전히 철학 시험은 주요한 이슈로서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철학이 전통이자 문화로서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증거일 거예요.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철학 교육의 목적은 지식이나 학문으로써의 철학을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발언하며 행동할 수 있는 민주 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도구가 철학인 거예요. 프랑스 철학 교육이나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에서 가르치는 사고의 틀은 다양한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공통적인 양식이자 규칙이에요. 그래서 이 책에서는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을 통해 배우는 사고의 틀이 무엇인지, 실제로 사고의 틀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여기서 놀라웠던 점은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이 창의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디세르타시옹 풀이법이라는 사고의 틀을 얼마나 확실하게 익혔는지를 평가한다는 거예요. 사고의 틀은 학교에서 배우는데, 그 내용이 세세하게 정해져 있어서 디세르타시옹을 쓰는 법이나 텍스트 논평의 방법을 개별 첨삭 등으로 차근차근 이해하며 익히기 때문에 사고의 틀을 배웠다면 학생이 아니더라도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 문제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알게 되는 거죠. 사고의 틀이 만능은 아니지만 프랑스 철학 교육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확실한 것 같아요. 우리 사회도 철학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서 모두가 바칼로레아식 사고의 틀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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