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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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아이가 바뀌다니, 그건 우리 어린 시절에나 있었던 얘기잖습니까?" (47p)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소설이에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3년 동명의 가족영화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관객상, 벤쿠버 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했어요.

자신의 영화를 소설로 다시 써서 출간해 온 고레에다 감독은 국내 영화 개봉 10주년을 맞아 특별 개정판으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첫 장에 실린 감독의 말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했어요.

"아이가 태어난 직후에는 아버지가 되었다는 것이 도통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가족이 된다는 것은 과연 피로 맺어져야 하는지 아니면 함께한 시간만으로도 가능한 것인지 저 자신에게 묻고 고민하며 만들었습니다."

사실 10년 전 영화가 이슈가 되었을 때는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어 줄곧 남의 애를 키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상황을 너무나 단편적으로 고민했던 것 같아요. 다시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의미에서 울컥하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다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고, 혈육이라고 해서 다 가족은 아니라는 것. 반대로 뒤집으면 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고, 가족이란 진심을 나누고 사랑하며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인 거예요. 사람들은 흔히 아이가 태어나면 모성애나 부성애가 저절로 생긴다고 착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뱃속에서 열 달을 품고 있던 엄마조차도 갓 태어난 아기를 보면 대부분 낯선 기분을 느껴요. '이 애가 내 애라고?' 처음 봤으니 당연한 반응인 거죠. 매일 아기를 돌보면서 점점 사랑에 빠지고, 완전히 내 아이로서 받아들이게 되는 거예요. 좋은 부모의 정의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핵심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아이의 행복을 먼저 생각할 것이고,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줄 테니 말이에요. 돈이 전부인 것 같은 세상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사랑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냉정해보이는 료타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몸이 커져서 어른이 되어도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지 않으면 자라지 못한 아이로 남는다는 걸, 그러니 강한 척해도 다 티가 났던 거예요, 료타 씨... 계속 꾹 참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네요.



"시간이 다는 아닐 텐데요."

료타는 은근슬쩍 경제력을 문제시했다.

"무슨 소립니까. 시간이에요. 아이들은 시간이라고요."

유다이가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료타도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쳤다.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어요."

유다이가 료타를 똑바로 바라봤다. 료타도 그 시선을 맞받아 쏘아봤다.

"아빠 역할도 대체할 수 없는 일일 텐데."

유다이가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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