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Q - 도둑맞은 기록을 찾아서
이명훈 지음 / 들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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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죽음이 지닌 의미는 그것을 둘러싼 사건에 의해서 조명되기도 해요.

이 소설은 일본 궁내성 서릉부에 근무하는 미치코 박사가 양심고백을 한 뒤, 살해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미치코 박사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인지를 밝혀야만 죽음의 의미, 숨겨진 진실을 확인할 수 있어요.

《소설 Q》 는 이명훈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제목에 들어간 Q 는 'question'(질문)의 약자인데, 정말 다양한 물음표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네요. 미묘한 시점에 한일 간의 고대사부터 근현대사를 거쳐 현재까지 아우르는 총제적인 문제를 함축하여 미치코 사건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흥미로웠어요. 한국 상고사의 보석들을 장물로 숨겨두고 있는 서릉부 직원의 양심 고백이 의미 심장하네요. 주인공 현우는 미치코 박사가 남긴 단서들을 가지고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무서운 오컬트 영화인 줄 알았는데 곳곳에 숨겨둔 코드로 우리 근현대사를 돌아보게 만든 그 영화의 장면들이 불쑥 떠오른 건 우연이 아닐 거예요. 아주 오래 전 깊이 묻어둔 그 진실을 파헤쳐내듯이, 이 소설 역시 동북아 역사에 감춰진 것들을 찾아나서고 있어요. 19세기 독일의 신학자인 크리스티안 헤르만 바이세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사이에 또 다른 공통 자료가 있다는 걸 발견하지만 실체를 알 수 없어서 Q 복음이라고 이름 붙였다는데, 바로 그 Q 복음에서 기인한 '소설 Q'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네요.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을 따끔하게 짚어낸 데다가 우리나라의 잠재력과 희망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어떻게 해야 거둬낼 것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네요. 학자적 양심과 국가 이익 사이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문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역사적 차원에서 사건을 풀어가고 있어요. 어찌보면 양심은 늘 올바른 선택으로 이끄는 힘이었네요. 결국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유적들도 중국이나 일본에서 은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자체가 살아 있는 증거일 수도 있지. 뚜껑을 열어보는 게 더욱 중요하지만 뚜껑을 안 열고 억지로 누르고 있는 것. 파괴해 증거를 없애는 것. 그런 행위는 그 이면에 정반대의 진실이 숨어 있다는 얘기잖아. 이런 것들마저 보려면 고루한 실증주의는 한계가 있는 거지. 더 집요한 탐구를 통해 극복해야 할 필요도 있고 시각을 달리 할 필요도 있어." (2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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