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천
이매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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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자 작가님의 《음천》이라는 소설이 나왔어요.

1970년에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여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매자 작가님은 일곱 살 때 겪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자전적 소설인 《음천》으로 <포어워드 리뷰스> 선정 '올해의 출판상' (다문화 부문, 군사와 전쟁 부문)과 소프 멘 문학상 우수상, 미국 독립출판도서상 등을 수상했고, USA 베스트 책(역사소설과 문화소설 부문)에 최종 작품으로 선정되었다고 해요.

제 손에 쥐어진 이 책은 이매자 작가님의 첫 한국어 소설이라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저자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인 한국전쟁 전후 시기를 살았던 여성들의 삶을 보여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 이유는 작가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요. "1949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의 시기에 시작되는 이야기, 《음천音天》은 제 유년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너는 왜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으로 저의 삶이 시작된 때였습니다." (326p)

여주인공 음천은 "너는 왜 아들을 못 낳았냐?"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수양은 그 집에 첩으로 들어가 아들을 낳아야 했고, 음천의 딸 미나는 "넌 아들로 나아야 하는 건데."라는 얘길 지겹도록 들어야 했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1992년 MBC 에서 방영된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가 떠올랐어요.

당시 이 드라마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는데 그 중심에는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구박받는 여주인공 50년대생 후남이가 있었죠. 남아선호사상이 뿌리깊은 집안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인 귀남이와 후남이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우리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근데 후남이의 엄마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음천의 이야기가 미국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제공했다니 이것이야말로 문학의 힘인 것 같아요. 전쟁이라는 시대적 비극과 가부장적 전통에 짓눌린 여성들의 고통과 아픔이 비단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아마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고난과 시련 속에서 어떤 갈등을 겪는지, 어떻게 극복하려고 애쓰는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는 삶의 모습이자 생존을 위한 투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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