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착각 -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그레고리 번스 지음, 홍우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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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착각》은 그레고리 번스의 책이에요.

저자는 에모리대학교 심리학 교수이자 신경과학자, 정신과 의사로서 20여 년 동안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해 뇌의 의사결정 메커니즘과 보상 반응을 연구했다고 해요. 지금까지 심리학, 신경과학 학술지에 140여 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뇌과학자예요.

이 책은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어요. "당신은 누구입니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해 매우 간결하게 답하고 있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9p)

얼핏 너무나 쉬워보이지만 그 '생각'의 주체인 '뇌'에 초점을 두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아 정체성에 관한 질문은 곧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자기 인식에 관한 탐구로 이어지는데, 신경과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자아 정체성은 우리의 뇌가 수행하는 계산의 결과물이며, 자아 정체성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는 우리 뇌가 어떻게 현재의 '나'를 과거, 미래의 '나'와 연결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네요. 인간은 과거, 현재, 미래의 자아를 연결하기 위한 독특한 인지 기술을 발전시켜 왔는데 그것이 바로 이야기라고 해요. 서사 구조를 갖춘 이야기는 그 사건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왜 일어났는지를 설명하기 때문에 뇌는 이야기를 통해 온갖 복잡한 사건들을 저장하고, 회상하고, 타인에게 이를 전달하며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고 삶에 가치를 부여하게 만드는 거예요. 이 서사가 '나'라는 사람을 항상 같은 사람이라는 '필요한' 망상을 유지하게 만든대요. 모든 동물이 최소한의 자아감을 가지지만 이야기와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인간만이 서사적 자아를 갖고 있어요. 뇌로 흘러 들어오는 정보는 인식, 축약, 예측, 해리하는 모든 것을 한데 묶어주는 접착제로 서사를 활용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나만의 핵심적인 서사라고 생각하는 것도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할 수 있어요. 따라서 우리가 현재의 자아를 알고 있다고 믿더라도 그 서사는 아직 고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어요. 인간은 자신의 기억이 실제 일어난 일의 정확한 기록이라고 생각하지만 기억은 여러 조각의 묶음이며 그 빈 구멍을 임의로 메꾸기 위해 균일해 보이는 서사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뇌는 불완전한 편집자인 거죠. 우리가 생각하는 '나'는 뇌가 구성한 편집본이자 가공의 구성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래야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될 테니 말이죠.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과거의 자신이 이야기로 만들어졌듯이 이야기는 미래의 나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정보의 측면에서 보면 내가 먹는 것이 곧 내가 되므로, 내가 읽는 이야기가 마음의 음식인 거예요. 좋은 소설을 읽고 인생이 바뀌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쓰레기를 읽으면 자아는 쓰레기가 될 수 있어요. 이야기가 뇌를 바꿀 수 있다는 건 굉장히 놀라운 발견이에요. 이제까지 '나'라고 여겼던 자아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얼마든지 더 나은 '나'로 바꾸면 되는 거예요. 자아 정체성이라는 망상을 깨뜨리고 나면 새로운 나만의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어요. 결국 뇌를 알면 진짜 원하는 자아를 찾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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