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 미국 독립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과학적 사건들
박영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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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과학 기술을 살펴보면 결정적인 순간들과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핵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극비로 추진된 원자폭탄 개발 계획 '맨해튼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당대 물리학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모여 철저한 국가기밀 실험을 거쳐 맨해튼 프로젝트는 성공했지만 핵무기의 위력을 깨닫게 되면서 인류는 피할 수 없는 위협을 끌어안게 되었네요.

《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는 세계 패권을 뒤바꾼 전쟁 속 과학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근대 국가 시스템이 정비되면서 정부와 권력자들이 과학의 힘을 이용해 국가 경영과 군대를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과학자들이 직업 직업인으로 탈바꿈하는 시기인 18세기 대표적인 과학자 라부아지에의 화약과 무기체계 개량 발전이라는 업적으로 시작해 프랑스혁명, 워털루 전투, 크림전쟁, 트라팔가르 해전,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냉전 시대와 그 이후 전쟁에서 판도를 바꿨던 결정적인 장면들을 스물네 가지의 이야기로 정리하여 들려주고 있어요. 앞서 언급한 맨해튼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도 등장하는데 이 사건이야말로 인류 전체에 미친 영향이 핵폭탄급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 성공으로 지금까지 핵무기 독점을 선도하여 전후 최강의 군사 대국으로 가장 유리한 입장에 섰고 모든 면에서 세계 최강의 패권국 지위를 얻었고, 과학기술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됐어요. 이전의 모든 무기는 대체로 전쟁이 끝나면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핵무기는 전후에도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끼치는 인류 최초의 무기가 되면서 군사 패권국의 지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치트키가 됐어요. 이처럼 과학 기술이 기반이 되는 무기의 출현 자체가 전쟁을 넘어 세계 질서를 변화시키는 변수였던 거죠. 미국의 핵 독점이 깨지는 과정 속에는 핵 통제에 관한 국제 사회의 분열과 함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들이 존재하고 있어요. 핵 개발을 둘러싼 군별 경쟁에서 탄생한 것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에요. 맨해튼 프로젝트 연구소 중 하나였던 오크리지 연구소에서 일했던 하이먼 리코버가 핵에너지를 추진력으로 활용하는 핵 추진 잠수함을 고안해냈고, 1955년 1월 인류 최초의 핵 추진 잠수함인 노틸러스호 시험 항해를 성공하면서 미·소 간의 전략 자산 경쟁과 이후 해군 전력의 역사를 바꾸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됐는데, 이로써 미국은 단기간에 각 군에 육군 원자폭탄, 공군 수소폭탄, 해군 핵 잠수함으로 핵을 이용한 전략 무기를 모두 갖추게 됐어요. 기초 연구부터 무기 개발, 우주 개발에 이르기까지 평화적 출발이 아닌 치열한 군사적 경쟁의 결과였다는 건 불편한 진실이네요. 전쟁사와 과학사가 톱니처럼 맞물려 현재에 이르렀고 과학 기술이 발전할수록 군사적 위협과 긴장은 커지고, 인류 평화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국가 안보를 위한 첨단과학기술 연구개발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과학은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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