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학십도 - 수천 년 지혜를 만나는 가장 손쉬운 길 클래식 아고라 5
이황 지음, 강보승 옮김.해설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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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잖아요.

그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 결과가 아닌 과정이기 때문일 거예요.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라는 고민 속에 우리는 늘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 애쓰고 있어요. 정답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를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들이 삶에 필요한 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삶의 길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동서고금에 많은 지도가 있었고, 오랜 세월동안 길을 안내했던 그 검증된 지도들을 우리는 고전이라고 불러요. 그동안 서양 고전은 많이 접해왔지만 동양 고전, 특히 우리나라 고전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보면서 퇴계 이황이 왜 조선의 영원한 스승인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어요.

《성학십도》는 원래 임금의 길을 알려주기 위해 만든 지도였다고 해요.

명종이 승하한 후 왕위에 오른 선조는 방계 출신으로 어린 나이라서 어떻게 왕 노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는데 조정 대신들이 퇴계 이황을 불러 가르침을 받고 조언을 들으라고 권했대요. 거듭된 왕명을 끝내 거절할 수 없어 조정에 나아간 이황은 어린 왕이 힘써야 할 사항들을 정리하여 「무진육조소」를 올렸으나 어린 선조는 퇴계의 진심어린 충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상소와 조언을 따르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대요. 이에 물러날 결심을 하고 일평생 쌓은 학문과 수양을 집약하여 마지막 역작을 선조에게 올린 것이 바로 <성학십도>라고 하네요. 별도의 책으로 지어진 게 아니라 상소문에 포함된 그림과 해설이며, <성학십도>가 포함된 상소문의 명칭은 「진성학십도차 병도」인데, 직역하면 '성학에 관한 열 개의 그림을 올리는 상소문 (그림과 아울러)' 이라고 해요. 그림을 보면 어떻게 그 시대에 이토록 깔끔한 도표를 완성했는지 감탄하게 돼요. 요즘 사용하는 마인드맵과 똑같은 구조의 그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지도를 보는 사람이 어떤 경로를 거쳐 가야 하는지, 도달해야 할 최종 목정이 어디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네요.

이 책은 <성학십도>를 현대어로 알기 쉽게 번역한 교양서예요. <성학십도> 서문 그리고 열 개의 그림과 각 그림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번역과 해설을 맡은 동양철학자 강보승님은 '나를 찾아가는 열 장의 지도'로서 각각의 내용을 알려주고 있어요. 도를 이루어 성인이 되는 요점과 근본을 열 폭의 종이에 정리한 작은 서첩으로 만든 것도 어린 왕이 늘 곁에 두고 배움과 실천에 매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거죠. 과거에는 왕을 위한 상소였다면 지금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도리를 알려주는 인생 필독서가 되었네요.



전하, 『맹자』에는 "마음의 주된 기능은 생각하는 것이니 생각하면 얻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는 말이 있고,

기자가 주나라 무왕에게 올린 「홍범」에는 "생각할수록 지혜로워지고 지혜로우면 성인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은 보통 가슴속 작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텅 빈 듯하면서도 지극히 영묘합니다.

그리고 만물의 이치는 성현이 남긴 그림과 글 속에 들어 있는데 분명하면서도 진실합니다.

'빈 듯하면서 영묘한 마음'으로 '분명하면서 진실한 이치'를 탐구하면 깨닫지 못할 것이 없을 것이니,

"생각하면 얻고, 지혜로우면 성인이 된다."는 『맹자』와 「홍범」의 가르침을 어찌 지금 증명하기 어렵겠습니까? (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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