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 - 어느 책에도 쓴 적 없는 삶에 대한 마지막 대답
빅터 프랭클 지음, 박상미 옮김 / 특별한서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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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읽고 싶었어요. 

이름만으로도 영향력을 지닌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에요.

이미 전 세계인들은 그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무슨 일을 했는지를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빅터 프랭클이 아흔 번째 생일을 기념해 자신의 전 생애를 회고하며 정리한 자서전이기 때문이에요.

어느 책에서도 쓴 적 없는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프랭클은 책을 완성하고 2년 후에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책을 통해 우리 안에 살아 있어요.


책 표지 안에 빅터 프랭클이 그린 자신의 캐리커처가 있어요.

와우, 서명마저도 유쾌한 것이 플라잉 낚시줄처럼 역동적이네요.

만화가로서의 재능을 가졌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고등학교 시절에 정신분석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의사가 되겠다는 장래희망을 가졌는데, 잠깐이나마 피부과나 산부인과 전문의를 고민했을 때 친구의 조언이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해요.


"키르케고르의 명언을 모르나 보군.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실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괜히 엉뚱한 전공을 기웃거리지 마. 너는 정신의학에 깊은 관심과 재능이 있는 걸 이미 알고 있어.

자신의 재능에 솔직하게 순응해."   (52p)


아우슈비츠에서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틸리와 원고 덕분이었어요. 사랑하는 아내 틸리를 살아서 다시 만나야 하니까, 무엇보다도 잃어버린 원고를 다시 쓰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힘이 된 거예요. 더욱 놀라운 건 강제수용소를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시험대로서 받아들였다는 점이에요. 지독한 배고픔과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친구가 준 몽당연필과 아주 작은 종이 두 장에 분실한 원고의 표제어를 중심으로 기록했고, 그 내용이 훗날 '강제수용소의 심리학'으로 완성될 수 있었어요. 책 속에 1945년 수용소에서 메모한 종이 사진이 실려 있어요. 사연을 모르고 봤다면 그저 끄적거린 낙서일 뿐이지만 빅터 프랭클에게는 '삶의 의미'를 준 기적의 종이였다니 소름이 돋았어요.


로고테라피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 그 고통을 인간의 업적으로 승화시켜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알려주고 있어요.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는 존재해요. 그러나 치료자가 환자에게 조언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해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자아실현을 하는 영웅이 되라고 타인이 강요할 수는 없어요. 오직 자신이 자신에게만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에요.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해 있지 않으면서 쉽게 말해서는 안 되고, 다른 사람의 행동을 쉽게 판단해서도 안 된다는 거죠. 

빅터 프랭클은 책 제목을『그리고 바보는 진실을 얘기한다』라고 지은 이유는, 심리치료 속의 심리주의와 싸우면서 '아픈 것은 결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84p)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고 이야기해요. 사람들이 '비정상이다, 미쳤다, 바보다'라고 규정하는 그들의 말을 잘 들어보면 진실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을 로고 이론 Logotheorie 라고 부른대요. 로고테라피는 모든 것을 병리학적인 것으로 환원시키는 것과 맞서서 환자의 편에 설 것을 선포하고 있어요. 바로 이 점이 우리가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해요. 

프랭클은 80세까지 암벽 등반을 즐겼고, 80세가 넘어서 경비행기 자격증을 땄으며, 93세에 생을 떠나기 전까지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며 살았어요. 가파른 암벽을 오르는 일과 높은 하늘을 나는 일... 이보다 더 짜릿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뭔가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은 로고테라피의 핵심을 담고 있어요. 삶의 의미를 찾는 건 생존의 문제예요. 우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내 안에 숨겨진 순수한 동기'를 찾아야 해요. 그래야 내 삶에 대한 근본적인 태도를 바꿀 수 있어요.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의미가 있어요. 

... 그러므로 로고테라피 치료자(상담자)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 이시형 · 박상미 ,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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