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바다로
나카가미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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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가미 겐지의 소설 <18세, 바다로>는, 저한테는 서핑 같은 재즈 이야기였어요. 

신나게 즐기는 서핑이 아니라 난생 처음 바다로 나가 거칠게 몰려오는 파도에 올라타야만 하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불안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데, 때론 흥분되고 미칠 것 같은 심정.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자신도 왜 그런 감정들이 솟구치는지 모른 채 마구 질주하는 것 같아요. 그 모습이 저한테는 불안한 파도 타기처럼 보였어요.

사랑, 사랑 같은 욕망이 어설프게 성장한 육체를 자극하고 있어요. 젊은 육체는 쾌락을 원하지만 불안하고 혼란스러워요.

실제로 저자 나카가미 겐지는 열여덟 살에서 스물세 살 때까지 <18세, 바다로>를 썼다고 해요.

이 소설집에는 <18세>, <JAZZ>, <다카오와 미쓰코>, <사랑 같은>, <불만족>, <잠의 나날>, <바다로>라는 여섯 편의 작품이 실려 있어요. 

그 중 <다카오와 미쓰코>는 1979년 <18세, 바다로>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고 하네요.

과연 젊음, 청춘은 뭘까요.


"우리들, 아무리 착하게 굴어도 소용없어. 또 세찬 바람이 불었다.

흙먼지와 종이 쓰레기가 휘날리고 내 모자까지 날아갔다.

빙글빙글 돌다, 흙 위에서 구르다, 배구 코트 쪽으로 날아가는 모자를 눈으로 좇으며,

나는 배 속에 그득하게 고여 있던 웃음을 한꺼번에 토해내려 했다.

그 소리는 웃음소리가 아니라 매머드의 외침 같았다.

...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무슨 짓을 해도 소용없다.

모자를 잡아 푹 눌러쓰고 정렬을 끝낸 반 아이들 쪽으로 뛰어가는데,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내 몸을 덮쳤다."   (47p)




정말 이상한 것 같아요. 열여덟 살.

세찬 바람에 날라간 모자처럼, 언제 날라갈지 모르는 모자를 잡아 푹 눌러쓰는 모습에서 그냥 모든 감정이 느껴져요. 

이것이 소설의 존재 이유인 것 같아요. 젊음, 청춘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고 느끼게 만드는 것.

분명 나는,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지 않지만 그가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있어요. 아니, 안다고 생각해요. 그걸 증명할 수는 없지만.

재즈, 재즈에 대해 모르지만 가끔 듣고 싶을 때가 있어요. 주인공이 재즈를 들으면서 그저 몸속에서 솟구치는 선율을 좇는 것처럼. 

재즈의 미친 리듬은 청춘을 닮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에게 청춘은 재즈 - 재즈를 들으며, 그 리듬에 몸을 들썩이면서도 정작 나는 재즈를 모른다고 생각해요. 재즈의 리듬을 느끼는 것과 아는 건 다르니까. 

멈추지 않는 세찬 바람과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처럼, 나에게 청춘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지나가는 중인 것 같아요. 

열여덟 살의 젊은 작가는 우리에게 들려주네요. 젊음은 너무도 잔혹하다고.


"어디로 가는데?"

"바다로."

"거기 가서 뭐 하려고. 어디로 가든 아무것도 없는데."

아주 나쁜 감정이, 나의 검은 때가 낀 발가락 끝에서 길게 자란 머리칼 끝까지 파먹고 있었다. (1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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