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 클래식 잡학사전 1
정은주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클래식 음악하면 강렬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어요.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감옥에 갇힌 주인공이 우연히 LP판을 발견하여 교도소 오디오 전축에 트는 장면.

그때 LP판에서 나오는 음악이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 이중창'으로 불리는 '산들바람은 부드럽게' 였는데,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교도소 전체에 노랫소리가 퍼지자, 죄수들 모두가 음악에 홀린 듯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귀기울여 들었고, 주인공은 온몸으로 황홀하게 음악을 느꼈어요.

음악과 하나가 되는 순간,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주인공이 자유로워 보였어요. 

그리고 그 장면을 보는 저 역시 음악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건 아마도 음악의 힘?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잡학사전>은 딱 저한테 알맞은 책인 것 같아요. 클래식 정통사전이었다면 살짝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저자는 느긋한 오후에 차 한 잔을 즐기듯이 우리에게 클래식 음악 한 잔을 건네고 있어요.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이 책은 클래식 음악에 관한 지식보다는 서양 음악사를 빛낸 음악가들의 숨겨진 이야기와 알아두면 쓸모 있는 클래식 정보와 영화 같은 음악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1830년대 프랑스 파리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화제의 스캔들을 아시나요?

가정이 있는 한 여자와 핵인싸 총각이 불같은 사랑에 빠진 이야기인데요.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불륜의 사랑에 빠진 주인공은 바로 프란츠 리스트와 마리 다구 백작 부인입니다.

당시 그들의 밀회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전해집니다.

... 그들은 파리를 떠나 '사랑의 불시착'을 감행했습니다. 무려 10년간 스위스와 이탈리아 곳곳을 여행하며 살았어요.

세 명의 자녀도 낳았고요. 작곡가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활약한 프란츠 리스트는 이 기간의 추억을 바탕으로 대단한 작품을 지었습니다.

바로 피아노 모음곡집인 <순례의 해>인데요. 3부로 구성된 이 피아노 모음곡은 총 26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74-75p)


실제로 각각의 이야기마다 QR코드를 찍으면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어요. <하루 5분 오페라 수다>에서 맑고 고운 저자의 목소리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좀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어요. 내 삶 속에 클래식 음악이 살며시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암튼 좋아서 여러 번 들었네요. 그런데 설명 없이 음악만 나오는 클립도 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음악 감상을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슈바이처와 아인슈타인은 몇 가지 공통분모가 있다고 해요. 우선 두 분이 이름이 알베르트(Albert)로 똑같아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활동했고, 가장 유명한 노벨상 수상자라는 점. 그리고 흥미로운 공통분모는 바로 클래식 음악이에요. 실제로 슈바이처는 오르간,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에 있어서 전문 음악가로 불릴 만큼 권위자였다고 하네요. 세계 최초로 뉴욕필을 지휘했던 여성 지휘자 안토니아 브리코가 슈바이처를 만나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난 것도, 그가 바흐 음악의 권위자였기 때문이래요. 그가 음악가로 칭송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흐에 대한 해석 때문인데, 악보에 표시된 템포보다 조금 느리게 연주하는 것이 그의 바흐 해석법 중 하나였다네요. 아인슈타인도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며 강연과 연구를 하면서 반드시 챙겨 갔던 것이 바로 바이올린이었대요. 그는 자신이 음악 안에서 꿈꾸며 사는 사람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어요.

어찌보면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과 함께 했던 환경이 두 위인을 탄생시킨 요인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꼭 훌륭한 업적을 이루는 위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음악 안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이 음악이 가진 위대한 힘인 것 같아요. 


평소에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은 아닌데, 이 책 덕분에 서양 음악사를 대표하는 훌륭한 명곡들을 들으면서 즐거웠어요. 듣다보니 좋아서, 저절로 또 듣게 되더라고요. 가장 편안한 시간에 조용히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올 때, 오직 음악으로만 꽉 찬 공간이 주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