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뇌과학자 -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제임스 팰런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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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시는 마치 예술과 같다. 

정의할 수는 없지만, 보면 안다는 말이다."  (30p)


이 책의 저자 제임스 팰런은 뇌과학자예요. 

2005년 알츠하이머 연구를 하면서 다수의 건강한 피험자들을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었고, 자신의 가족들을 살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어머니, 고모, 세 형제, 아내 다이앤, 본인, 세 아이들의 뇌를 스캔했어요. 다행스럽게도 모두 다 이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어요. 최소한 알츠하이머병에 관련해서는.

다만 이상한 게 있었어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스캔 사진이 보였어요. 아무래도 잘못 섞여 들어온 거라 생각했어요.

확인해보니, 그건 바로 자신의 뇌 스캔 사진이었어요.


와우, 이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죠?

진짜 놀라운 건 저자의 반응이에요. 정작 본인은 충격보다는 탐구심이 발동했다는 거예요.

충격을 받지 않은 이유는 한 순간이라도 자신이 정말 사이코패스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래요. 그가 아는 사이코패스들은 대부분 폭력적이고 불안정하며 공감을 모르고 남을 조종하는 것에 능한 이들이었는데, 그는 범죄자가 아니었으니까요. 자신의 뇌가 지금껏 연구해온 살인마들의 뇌와 많이 닮았을 수는 있겠지만, 살면서 결코 누구를 죽이거나 무자비하게 폭행한 적이 없었으니까, 더군다나 그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직업적으로도 성공한,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니까.


저자 제임스 팰런의 뇌는 안와피질, 복측피질, 측두피질뿐 아니라 연결조직에서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특성이 있다고 해요.

살인자들의 뇌 스캔 사진에는 사이코패스에게 나타나는 두세 가지 특징이 있대요.

안와피질(전전두피질 가운데 안와, 즉 눈구멍의 바로 윗부분)과 그에 가까운 복내측전전두피질에서 활동이 저조하다는 것. 이들 부위는 억제, 사회적 행동, 윤리, 도덕성에 관여하기 때문. 또한 사이코패스라면 측두엽의 앞쪽에도 손상이 있다는 것. 감정을 처리하는 편도체가 거기 있어서, 그곳이 손상되면 냉정하게 행동한다고. 이러한 결함은 다른 사이코패스 살인자들의 뇌 스캔 사진에서 확인했던 것으로, 다른 연구실들의 공식적인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대요.

사이코패스 병리학과 관계 있는 다른 뇌 영역으로는 측두엽의 전방 안쪽에 있는 편도체, 숨어서 안와피질과 전측두엽을 이어주는 섬엽, 전전두피질과 편도체를 고리 방식으로 연결해주는 대상피질과 해마방피질이 있대요. 사이코패스의 뇌를 구성하는 이들 영역은 나중에 2011년 2012년에 미국 뉴멕시코 대학교 마인드연구소의 켄트 키엘 연구진이 철저하게 수행한 일련의 MRI 연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대요. 이 영역이 사이코패스의 뇌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이유는, 안와전전두피질과 복내측전전두피질뿐 아니라 변연피질 또한 잘못 발달하거나 초기에 손상을 입은 상태로 발견되기 때문이에요. 이 발견은 놀라울 게 없었던 게, 이들 뇌 영역 모두가 이미 억제력 부족, 성욕 과다, 도덕적 추론 곤란에 작용하는 개별 증후군들과 연관되어 왔어요. 놀랍게도 사이코패스는 모두 다 이러한 뇌 영역의 활동이 저조했던 반면에 다른 유형의 범죄자, 예컨대 일반 살인범은 그 패턴이 다르다는 점이에요. 일반 살인범의 경우 이들 영역 중 한 곳이 기능 저하를 보이곤 하지만 모든 영역이 한꺼번에 그러지는 않는대요.

여기서 일반 대중들이 오해하는 점이 있어요. 사이코패스는 진단명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정신질환 진단에서 사이코패스와 가장 가까운 건 인격장애, 그러니까 반사회적인격장애라고 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사이코패시를 정의하는 기준에는 논란이 많다고 해요. 그런데 대중매체와 대중문화가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낸 연쇄살인마의 모습이 사이코패스의 전부인 것처럼 굳혀졌던 거예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떠올랐어요.

톰 크루즈 주연으로, 서기 2054년을 배경으로 한 SF 영화예요.

주인공은 범죄예방관리국의 체포팀 리더예요. 프리크라임 시스템에서 3명의 예자자들이 예견하는 리포트를 바탕으로 어디서 살인이 일어날지를 알아내면, 체포팀이 출동하여 미래의 살인자를 체포하는 거예요. 이러한 프리크라임 시스템이 완벽하다고 여겼던 주인공은, 자신이 미래의 살인자가 되는 리포트를 받게 되면서 도망자 신세가 되고 말아요. 주인공이 살인 예정 혐의를 벗기 위해서 자신이 신봉했던 프리크라임이 틀릴 수도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가 된 거예요.


그렇다면 저자 제임스 팰런은 사이코패스의 뇌를 가지고 있으면서, 왜 연쇄살인마가 되지 않았을까요?

저자는 유전적 결정론을 전도하면서 수십 년을 보냈던 사람인데, 본인이 '우리는 태어난 대로 살아간다'라는 자신의 이론을 스스로 반박하는 증거가 되었어요.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뇌 영상, 유전학, 정신의학의 포괄적인 과학 데이터뿐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고 있어요.

우리를 사이코패스를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반대로 말하자면, 무엇이 우리를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람으로 만드는지 알 수 있어요.


유전체는 당신이 태어날 때 물려받은 책이고, 후성 유전체는 당신이 그 책을 읽는 방식이다.  (129p)


남들과 관계를 맺는 데는 차가운(합리적) 인지도 필요하고 뜨거운(정서적) 인지도 필요하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적절한 반응은 무엇일지 이해도 해야 하고, 남들의 느낌과 마음에 공감할(상대방이 경험할 느낌과 마음을 실제로 흡사하게 '느낄') 수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뜨거운 계통, 이를테면 안와피질이 손상된 사람은 남들의 사고도 예측할 수 없지만 자신의 느낌을 공유하지도 못할 것이다.

여기에 공감 empathy 과 '마음이론 theory of mind'을 나눌 수 있는데, 공감은 남들의 아픔에 대한 기본적 연대감으로서 생애의 매우 초기에 발달하고, 마음이론은 더 정교한 내측전전두계 medial prefrontal system 에서 우리로 하여금 남들의 사고와 믿음을 비록 자신의 것과 다를지라도 고려할 수 있게 해준다.

자폐장애 환자는 마음이론이 없지만 공감을 못하지는 않는 반면, 사이코패스는 공감을 못하지만 마음이론이 없지는 않다. 사이코패스는 공감은 못 해도 동정을 할 수는 있다. 동정은 정서기억을 인출하는 능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종류의 고통스러운 사건이 닥칠지를 예측하는 능력과 그 사람을 도우려는 의지의 결합물이다.  (78-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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