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업가 김대중 1 - 섬마을 소년
스튜디오 질풍 지음 / 그린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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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러나 정치인이 아닌 인간 김대중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예요.

저 역시 그랬어요.

<청년 사업가 김대중>이라는 제목부터 낯설었어요. 사업가라는 수식어를 붙이니,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요.

책 띠지에 '김대중 前 대통령의 청년 시절을 그린 장편만화'라는 문구가 없었다면 동명이인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이 책을 만든 (주) 스튜디오 질풍 대표이사 이호 님이 김대중 대통령의 일생 중에서 청년 시절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진보와 보수의 갈등과 반목이 첨예한 상황에서 자칫 정치적 이슈에 휘말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정치인으로서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위대한 업적과 삶을 따라가는 웹툰을 만들면 사람들에게 김대중 대통령의 찬양가를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을까 두려웠다.

수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정치계에 입문하기 전,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순수했고 패기 넘쳤던 청년 시절 사업가 이야기를 다루기로 했다.

... 정치인 김대중이 아닌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한 인간 김대중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무엇을 고민했는지 알 것 같아서, 처음엔 속상했지만 책을 읽고나서는 마음이 달라졌어요.

어쩌면 그동안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청년 시절 이야기를 알게 되어 더욱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이 책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거예요. 청년 시절의 김대중 이야기를 읽고나니, 그 다음 이야기가 꼭 시리즈로 나오기를 원하고 있어요.


1권에서는 전남 신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섬마을 소년이 목포에서 목포제일공립보통학교를 다니던 시절 이야기가 나와요.

학교에서 조선어 수업이 폐지된다는 선생님이 말씀이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1925년생, 아하 일제강점기...

은행 지점장과 독대하는 장면은 정말 멋졌어요.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네요. 어느 정도 허구를 가미했다고 쳐도, 사실을 기반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성품과 기질을 엿볼 수 있었어요.



"노벨평화상 수상자 김대중 대통령"

모두가 아는 사실이잖아요. 그러니 수상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업적에 대해 책을 만드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상식 밖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가짜에 휘둘릴 수도 있어요.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보수단체를 내세워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취소해달라고 청원할 계획을 세웠던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어요. 이 책을 읽고나서, 2000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수상 연설하는 장면을 찾아 봤어요. 

벌써 노벨평화상 수상 20주년이 되었네요.  2009년 8월 18일, 서거한지 11년이 지났어요. 

이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제대로 찬양해도 되지 않을까요. 존경 받아 마땅한 분이므로.


"... 저는 한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민족의 통일을 위해 기꺼이 희생한 수많은 동지들과 국민들을 생각할 때 오늘의 영광은 제가 차지할 것이 아니라 그분들에게 바쳐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의 민주화, 남북화해를 위한 노력을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모든 나라와 벗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이 노벨평화상을 저에게 주신 이유 중 하나는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과 그 이후에 전개되고 있는 남북 화해, 협력 과정에 대한 평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노벨위원회가 긍정적으로 평가해 준 최근의 남북관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2000년 6월 15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북한에 갈 때 여러 가지 걱정이 많았지만 오직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념으로 출발했던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제 개인에 대해 말씀드릴 것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독재자들에 의해서 일생에 다섯 번에 걸쳐서 죽을 고비를 겪어야 했습니다.

6년의 감옥살이를 했고 40년을 연금과 망명과 감시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제가 이러한 시련을 이겨내는 데에는 우리 국민과 세계의 민주인사들의 성원의 힘이 컸다는 것은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동시에 제 개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첫째 저는 하느님이 언제나 저와 함께 계신다는 믿음 속에 살아오고 있으며 저는 이를 실제로 체험했습니다. 

1973년 일본 도쿄에서 망명생활 당시 한국 군사정부의 정보기관에 의해 납치되었습니다. 전 세계가 이 긴급뉴스에 경악하였습니다. 한국의 정보기관원들이 저를 일본 해안에 정박해 있던 그들의 공작선으로 끌고 가서 전신을 결박하고 눈과 입을 막았습니다. 저를 바다에 던져 수장하려 했던 것입니다. 그때 저의 머릿속에 예수님이 선명하게 나타났습니다. 저는 예수님을 붙잡고 살려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저를 구원하는 비행기가 와서 죽음의 찰나에서 구출됐습니다. 또 하나 저는 역사에 대한 믿음으로 죽음의 위협을 이겨 왔습니다. 1980년 군사정권에 의해 사형 언도를 받고 감옥에서 집행을 기다릴 때 죽음의 공포에 떨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 데는 '정의필승'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확신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든 나라 모든 시대에 있어서 국민과 세상을 위해 정의롭게 살고 헌신한 사람은 비록 당대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하더라도 역사 속에서 승자가 되어 부활한다는 것을 저는 수없는 역사적 사실 속에서 보았습니다. 

그러나 불의한 승자들은 비록 당대에는 성공하더라도 후세 역사의 준엄한 심판 속에서 부끄러운 패자가 되고 말았다는 것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예외가 없었습니다. 노벨상은 영광인 동시에 무한한 책임의 시작입니다. 

저는 역사상의 위대한 승자들이 가르치고 알프레드 노벨 경이 우리에게 바라는 대로 나머지 인생을 바쳐 한국과 세계의 인권과 평화, 우리 민족의 화해, 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맹세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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