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지는 병, 조현병 -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닐 때
황상민 지음 / 들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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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제대로 알아보자.

잘 모르면서 아는 척 하지 말자.

조현병, 얼만큼 알고 있나요?


이 책은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조현병의 모든 것이 담겨 있어요.


조현병 = schizophrenia , 스키조프레니아 

영어 병명은 '찢어진 또는 깨어진 마음'을 뜻했는데 뜬금없이 언제부터인가 조현병[ 調絃病 , (악기의) 현을 조절해야 하는 병 ]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의학계에서는 "영어의 뜻을 그대로 번역한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이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에 좀더 나은 뜻의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말한다.

정신 즉 '마음'과 관련된 병이라는 뜻이 나쁜 인상을 주기에 좀 더 나은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기로 했다는 말은 

바로 이 병은 '이름 붙이기'에 따라 '그 무엇'으로 만들어진다는 뜻이 아닐까? 

보통 신체 부위나 증상을 나타내는 단어로 병의 이름을 부르는 규칙을 적용해보자면 이 병은 단순히 '악기의 현을 조율한다'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마치 '엿장사 마음대로'라는 말처럼, 이 병은 의사가 '붙이기에 따라' 그냥 진단될 수 있는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른다. 

'조현병'이라는 병명은, 마치 이 병의 증상을 보이는 환자처럼, 자신의 증상을 잊어버린 병이 된 듯하다. 

이제 이름만으로는 그 정체조차 알 수 없게 된 병, 대중과 언론에 대표적인 정신병으로 언급되는 이 병은 

그러나 세균이나 바이러스 또는 신경계의 이상과 같은 신체의 변화에 의해 생겨난 병이 아니다. 

이 병은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게 될 때, 

'자기 마음의 상실' 혹은 '관계의 문제로 쉽게 표출하는 우리 삶의 아픔이다. (18p)

...

분명 정신병은 마음의 아픔, 마음의 문제인데 그 아픔의 정체나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고 하기보다 

마치 폐기물 처리하듯 

사람들을 감금하고 격리하는 치료 방법을 더 선호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1p)


언젠가부터 바뀐 병명이 낯설기도 했지만 이상하다고 느꼈어요. 병명이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건 사회적 인식 탓인데, 편견이 작용된 결과라면 그걸 바꾸는 노력을 해야지 이름만 바꾸는 건 너무 안이한 대처인 것 같아요. 저자의 말처럼 조현병은 우리에게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병이 되어버렸어요. 아니, 조현병 포비아... 


코로나19 상황에서 집단감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했던 정신요양병원 폐쇄병동의 참담한 현실이 공개적으로 드러났어요.

저자는 그 비극을 보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해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범죄자들의 정신병 이력 때문에, 특히 콕 집어서 '그 병'을 가진 사람에 대한 공포심과 혐오가 생긴 것 같아요.

제대로 된 뉴스라면 '그 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당연한데,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잘못된 정보에 대한 정정이나 사과 없이,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요. 실제로 법정신의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하여 보면,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일반인들에 비해 낮다고 해요.

그렇다면 왜 '그 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생긴 걸까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현재 '그 병'을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는지를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요.

정신과 의사에게 그 병의 원인이나 증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물어보면, 분명 '조현병은 뇌신경 질환'이라고 주장할 거라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왜 '주장'이냐 하면 뇌의 손상이나 신경회로의 손상 등의 문제라고 하면서, 관련 검사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정신과 의사들이 정신병을 진단하거나 판단하는 근거는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Disorder)예요. 이것은 다양한 정신과 증상에 대한 통계 진단 매뉴얼이에요. 'DSM-5'라는 통계 매뉴얼에 언급된 유사한 증상 목록 기준에 따라, 조현병 환자라고 진단하는 거예요. 

오로지 정신과 의사의 주관적 판단으로 정신병 진단이 된다는 사실이에요. 정신과 의사가 신인가요, 믿습니까?


가장 궁금한 질문은 "치료가 가능한 병인가요?"일 거예요.

정신과 의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조기에 치료하면 효과가 좋은데, 만약  치료시기를 놓쳐서 만성화가 되면 사회로 복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해요. 여기에서 주된 치료는 약물 치료예요. 아이러니한 것은 좋은 예후라는 말과 모순도게 평생 약물 복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이에요. 의료 통계에 따르면 발병 당시에 조현병으로 치료받은 사람들이 5년 이후에도 완치되지 못하여 계속 치료를 받거나 약물을 섭취하는 상태로 관리되는 경우가 50퍼센트를 넘는다고 해요. 이 정도의 결과라면 약물 치료 효과를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요. 

저자는 자신이 상담했던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정신 치료 약물의 폐해를 확인해주고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충격적인 건 환자와 보호자들의 믿음이 배신당했다는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내 삶의 주인이 내가 될 수 있도록, 마음이 아픈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 병'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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