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 -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100일간의 이야기
유새빛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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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서울시장의 죽음.

사인으로 짐작되는 성추행 의혹.

성추행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었고, 결국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동시에 피해자 입장이 안타까웠어요. 진실은 당사자만 아는 일인데, 제삼자가 함부로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직접 쓴 100일간의 이야기예요.

굉장히 놀랐어요. 2017년에 대기업에서 성희롱이 벌어졌다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지금은 그럴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저자 역시 당시에는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직장 내 성희롱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신입사원이었던 저자가 자신이 당한 성희롱을 공개한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별일 아닌 것처럼 무마하려는 분위기였으니, 얼마나 고민이 많았겠어요. 나중에는 퇴사까지 고려할 정도로.

다행인 건 현재 저자는 4년차 직장인으로 회사 생활을 잘 하고 있다는 거예요.


직장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성희롱을 하는 상사들,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다고 해서 성희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본인이 모르고 한 일이라...... 이 말이 팀장과의 상담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기운이 빠졌다.

"팀장님, 그럼 이전에 이런 일이 있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나는 센터 내 선례를 참고하고 싶었다.

"미안한데...... 내가 센터 오고 9년 동안 이런 일이 정말 처음이라...... 전에는 어떻게......대처한 경우가 없어."

팀장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머리가 잠시 띵했다.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성희롱이 있는데, 9년 동안 센터 내에 성희롱이 없었다니?

팀장은 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니 센터에 성희롱이 없었다고 생각하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아니, 눈에 보였어도 몰랐을 것이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해자는 피하기만 하고, 제삼자는 둔감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 말을 들으니 마치 9년간 센터에 아무 문제도 없었는데, 굴러들어온 내가 문제를 만든 것처럼 느껴졌다.

직장 내 성희롱. 

누군가에게는 '없는 일', '보이지 않는 일'이겠지만, 나에겐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36p)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용기를 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누군가의 용기 덕분에 잘못된 조직문화를 바뀔 수 있다는 걸 저자는 보여줬어요.

이제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이 의무적으로 실시되고 있어요.

정말 중요한 건 어릴 때부터 올바른 성교육을 받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성에 관한 무지가 편견과 차별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으면서 "모르고 한 일이라..."라는 변명에 분노했네요.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져야 할 어른의 태도라고 할 수 없어요. 비겁한 태도예요. 

그래놓고 피해자에게 적당히 사과하면서 넘기려는 태도는 더욱 참을 수 없어요.

"우리에게는 참지 않을 권리가 있다."

성차별, 성희롱을 예방하고 양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해요.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성별 불균형 상황을 인식하고 그 안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민감성이라고 해요.

여자가 약자니까 여자만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한 게 아니에요. 나와 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요. 

왜냐하면 우리는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므로,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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