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 외로움은 삶을 무너뜨리는 질병
비벡 H. 머시 지음, 이주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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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겼어요.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감염 예방을 위해 불필요한 외출을 피하다보니, 점점 멀어진 사회적 거리가 심리적인 문제로 이어진 것 같아요.

불안감, 우울감, 무기력증 등등

그리고 외로움.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는 미국의 19대 공중보건위생국장을 지낸 비벡 H. 머시 박사가 쓴 책이에요.

저자가 주목한 것은 바로 '외로움'이에요. 외로움이 우리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은 보편적 현상이지만 그로 인한 문제들은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사회 전반의 현상과 데이터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통해 개개인의 삶에서 외로움과 인간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고 있어요.


먼저 외로움(loneliness)은 무엇일까요?

외로움은 필요한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다는 주관적인 느낌이에요. 외로움을 느낄 때는 우리에게 진정한 친구, 사랑하는 사람, 공동체와의 친밀감, 신뢰, 애정이 빠져 있는 거라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외로움이 주관적인 감정이라면, 고립은 다른 사람들과 동떨어져 혼자 있는 객관적이고도 물리적인 상태를 뜻해요. 혼자 있다는 사실이 반드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수반하지는 않아요. 일이나 창의적 활동에 몰두해 있으면 혼자 오랜 시간을 보내도 전혀 외롭지 않지만 오히려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거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우리 안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수준이 외로움을 규정한다고 해요.

그래서 외로움과 고독(solitude)은 구별 지어 봐야 해요. 고독은 자발적으로 고립된 상태이며 평화롭게 혼자 있는 상태라서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돼요. 고독에 편해지는 것은 자신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 요소라는 것. 역설적이게도 고독은 외로움을 막아준대요.


저자는 수년에 걸쳐 접한 많은 이야기들과 연구를 통해 외로움이 우리의 신체적, 감정적 삶에 큰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해요.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중요하고 사랑받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이런 욕구는 안정적인 관계를 통해 충족될 수 있어요. 

반대로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받게 되는 고통, 즉 외로움은 사회적 관계가 부족하다는 걸 알려주는 경고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기능이라고 볼 수 있어요.

즉 관계 욕구와 외로움이라는 신호는 우리 몸과 마음에 내장된 메커니즘이에요. 이 두 가지는 세계 곳곳에서 인간 사회와 문화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어요. 그러나 사회적 관계에 두는 가치는 각 사회와 문화마다 크게 달라요. 이런 차이가 결론적으로 개인이 외로움을 경험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거예요.


왜 지금인가?

외로움은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 존재했지만 지금이 중요한 변곡점에 이르렀다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오늘날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뭔지 묻는다면 대부분 가족과 친구를 언급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그 가치와 상충되는 방향으로 인생을 산다. 

21세기는 우리의 시간, 흥미, 에너지, 몰입을 투자해 경쟁 관계에 있는 가치들을 부단히 추구하라고 요구한다.

그 상당수는 그 자체로 경쟁이다.

... 현대로의 발전은 우리를 기술적으로 더 쉽게 연결시키는 전례 없는 진보를 가져다줬지만,

이 진보는 때로 우리를 더 외롭게 만들고 단절시키며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킨다.

... 이동성이 향상됐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살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140p)

디지털 시대의 역설인 것 같아요. 인류 역사상 가장 연결된 세대라고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거나 회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만나는 모임에서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대화 도중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행동을 무례하다고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SNS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어요. 쉼 없는 SNS의 존재는 우리는 절대 혼자가 될 필요가 없고 혼자인 것처럼 느낀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거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어요. 온라인에서 우리는 실제보다 더 멋져야 한다는 생각에 본모습을 숨기거나 왜곡하기도 해요. 꾸미고 가장하는 건 외로움을 심화할 뿐이에요.

물론 SNS와 기술이 가져온 효과가 모두 부정적인 건 아니에요. 기술은 더 나은 연결을 가능하게 해줘요. 스카이프 같은 플랫폼은 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게 해줘요.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SNS와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그렇다면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말을 살짝 바꿔보면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 있어요. 어떻게 연결된 삶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는 과정이 바로 이 책 속에 나와 있어요. 단순히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이끌어주고 있어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하여 그 감정의 주체인 '나', 그리고 나를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를 제대로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다시 연결되어야만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자기이해와 연민을 갖고 서로에게 손을 내밀 때 우리는 삶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2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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