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2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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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님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 2권에서는 재벌기업 성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름만 바꿨을 뿐, 대한민국의 재벌기업이라고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거기!  네, 맞습니다.

실제로 그 대기업의 평사원이던 남자는 총수의 딸과 결혼하면서 '남자 신데렐라'가 되었으나, 현재는 이혼소송 중입니다.

늘 그러하듯이 이 재벌가의 불미스런 소식들은 뉴스에서 거의 접할 수가 없습니다. 

재판부에서는 "심리 내용과 쌍방이 제출한 서면 등을 종합할 때 변론을 공개할 경우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라면서 재판의 비공개 사유를 밝혔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추악하고 더럽길래...  굳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천년의 질문>에 등장하는 성화 그룹의 딸 안서림과 그녀의 전 남편 김태범의 이야기를 통해 철옹성 같은 그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느끼겠지만 재벌 2세, 3세의 삶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돈과 탐욕으로 빚어낸 거대한 껍데기일 뿐.

그들에게 외치고 싶습니다.

"껍데기는 가라!"


2권에서는 단단하고 빛나는 알맹이를 가진 또 한 명의 인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황원준 검사.

그는 장우진 기자와 최민혜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도왔던 김미주 양의 공판에서 처음 만난 인물입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패한 엘리트조직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검찰에서 법과 양심을 가진 검사는 거의 멸종위기 수준이라서 그의 존재가 놀라웠습니다.

황원준이 검사가 된 것은 형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고, 검사가 된 후에 바른 길을 갈 수 있었던 건 아버지가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지침 때문이었습니다.


"무식한 애비가 뭘 알겠냐만, 바르게 해라.

남 원한 사게 해서는 안 되고, 약한 사람들 억울하게 해서도 안 된다."   (114p)


초등학생도 다 아는,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 왜 이 사회에서는 그토록 지키기 어려운 것이 되었을까요.

황원준은 장우진과 최민혜를 만나면서 두 사람이 행하고 있는 사회적 헌신을 통해 검사로서 새로운 자각을 하게 됩니다. 또한 장우진과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서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깨닫게 됩니다. 저 역시 장우진이 편지에 쓴 문장들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 느린 소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천 리에 이르듯이.

어느 연로한 소설가가 평생의 화두로 삼아 책상 앞에 써 붙인,

지극히 평범한 듯하면서도 서늘한 바람이 일게 하는 경구를 받아다가

저의 책상 앞에도 붙여놓았습니다.

그 꾸밈새를 그대로 흉내내 여기 적어 보냅니다.

... '길 없는 길'이란 불교의 『화엄경』이 품고 있는 말이고,

'문학'을 '인생'으로 바꾸어도 무방할 것입다.

... 바라보는 곳이 같으면 마음은 늘 함께하는 것입니다. ... "    (302-303p)


<천년의 질문>은 저에게 매우 특별하면서도 서늘한 바람이 일게 하는 경구와 같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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