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밤
한느 오스타빅 지음, 함연진 옮김 / 열아홉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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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뭘 기다리는 걸까?" (183p)


『아들의 밤』은 노르웨이 작가 한느 오스타빅의 소설입니다.

노르웨이 북쪽의 어느 마을로 이사온 싱글맘 비베케는 지역의 새로운 예술·문화 담당자입니다.

비베케는 따뜻한 잠옷을 입은 채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실컷 피우며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기를 언제나 바랐지만 그건 텔레비전이 없다면 가능한 얘기입니다.

아들 욘은 매일 똑같은 소리를 기다립니다. 바로 엄마 비베케의 파란색 자동차 엔진 소리.

욘은 현관문이 열리기 전에 엄마가 자동차 문을 쾅 닫는 소리를 듣고 문이 다시 닫힐 때까지 몇 초가 덜리는지 세어 봅니다.

눈을 깜박이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욘에게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문간에 서서 엄마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일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 걸 꾹 참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아홉 살이 되기 때문에, 욘은 기다릴 수 있다고 자신에게 말합니다.


아홉 살 생일 하루 전날, 욘은 엄마가 이런저런 일을 준비하려면 혼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자신을 위한 생일 케이크를 구울테니까, 그동안 밖에 나가 있어야 깜짝 파티가 될 거라고...

나이가 언급되지 않았다면 욘을 열아홉 살이라고 해도 믿었을 정도로 너무나 차분하고 속 깊은 아이입니다.

욘이 정말 받고 싶은 생일선물은 기차 세트인데 엄마한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평상시 엄마는 저녁에 샤워하지 않는데, 지금 샤워를 한다는 건 전부 욘의 생일에 할일이 많아서일 거라고 짐작하면서...


이 소설은 '집'이라는 공간에 함께 있는 비베케와 욘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집 밖'으로 나간 두 사람의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줍니다.

바깥 날씨는 몹시 추운데, 두 사람은 아직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습니다. 이사 온지 4개월 남짓된 두 사람에게 집 밖은 낯선 공간입니다.

그냥 평범한 저녁 외출일 뿐인데, 뭔가 대단한 모험처럼 느껴지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비베케는 사실 아들의 생일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냥 목욕을 하고 뭘 해야 될지 몰라서 집 근처 놀이공원으로 나왔다가 한 남자를 만납니다.

아들 욘은 적당한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나왔다가 스케이트 타는 소녀를 만나 그 소녀의 집에 놀러갑니다.


과연 욘은 어떤 생일을 맞이할까요?


북유럽의 추위를 겪어보진 않았지만, 읽는 내내 춥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베케와 욘이 집 밖으로 나와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정말 추워요." 입니다. 그런데도 비베케는 낯선 남자에게 뭔가를 기대하느라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욘은 엄마가 오기를 기다리느라 집으로 들어가질 못합니다. 두 사람의 마음이 너무나 잘 보여서,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이 추웠습니다.


『아들의 밤』은 노르웨이어 원문의 영문 번역판 《LOVE》를 우리말로 옮긴 책이라고 합니다.

이 소설은 엄마와 아들, 두 사람의 마음 속 빈 칸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 빈 칸에 무엇을 적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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