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 남자 없는 출생
앤젤라 채드윅 지음, 이수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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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띵 치는 느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라서...


<XX : 남자 없는 출생>은 의학의 발달로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이 가능해진 현실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레즈비언 커플인 줄스와 로지는 12년째 함께 살고 있습니다.

포츠머스 난임연구소에서 세계 최초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 임상 실험을 진행하는데, 두 사람은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로지를 위해 지원하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뽑힌 사람은 줄스와 로지 커플과 홍슈와 아니타 커플.

두 커플 모두 수정란 착상에 성공하여 임신이 되어 행복할 줄만 알았는데...

누군가 줄스와 로지 커플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 때문에 온갖 차별과 수모를 당하게 됩니다. 끔찍한 파파라치...


처음에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이라는 신기술에 관심을 가졌다면 점점 레즈비언 커플이 겪어야 하는 사회적 편견과 폭력에 대해 반응하게 됩니다.

줄스는 <포스트>신문의 12년차 기자라서, 언론에 자신들의 신상이 공개되었을 때 침묵과 무시 전략으로 일관합니다.

그러나 하이에나처럼 달려드는 언론과 파파라치 때문에 사생활 침해는 극에 달합니다. 어처구니 없는 건 직장 내 상사 매튜의 몰상식한 태도입니다. 매튜는 줄스에게 개인적인 내용을 기사로 쓰라고 강요하고, 성희롱의 말들을 내뱉습니다. 성정체성과 임신은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라서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공개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레즈비언 커플의 '난자 대 난자' 임신이라는 이슈뿐 아니라 사생활까지 공개하는 폭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론이 가진 권력이 뭐길래, 개인의 권리를 함부로 짓밟는 것인지 읽는 내내 분노하고 말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줄스를 통해 사회가 만들어낸 성역할과 편견, 부모와 가족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에 대한 제 생각은 부정적인 쪽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난임이나 불임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종교나 윤리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행복할 권리를 가진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성애 문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과학적으로도 성별을 생물학적 유전자로 나누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게 밝혀졌고, 젠더의 개념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권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XX : 남자 없는 출생>은 과학소설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사회소설인 것 같습니다.

동성애 커플과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이라는 핫이슈로 부글부글 끓여낸 이야기, 그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중요한 건 소설의 결말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우리의 결론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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