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 1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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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이 존재한다면,

왜 인간을 만들었을까요.


근래 너무도 끔찍한 범죄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입니다.

그들도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연약한 아기였을텐데, 어쩌다가...

세상의 모든 범죄는, 마치 불행한 인간이 세상을 향해 휘두른 복수의 칼날 같기도 합니다.


『신의 아이』는 불행하게 태어난 천재 소년 마치다 히로시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마치다는 태어날 때부터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습니다. 마치다를 낳은 여자는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아서 호적도 없었던 마치다는 집 안에만 갇혀 지냈습니다. 정규 교육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었던 아이는 수없이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주사를 맞고 미친 듯이 날뛰며 어린애를 때리고 걷어차는 인간들, 아이는 맞을 줄 알면서도 도망가지 못한 채 부들부들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여자 기둥서방의 배를 찌르고 무작정 집을 나왔습니다.

마치다가 미노루를 처음 만난 건 가출하기 1년 전쯤이었습니다. 공원을 아이처럼 뛰어다니던 미노루는 큰 덩치에 비해 지식과 언어 능력은 부족해도 항상 미치다에게 자신의 주먹밥을 나눠 주었습니다. 마치다가 가출한 지 1년쯤 지났을 무렵에 길거리에서 미노루를 다시 만났습니다. 지적장애인을 데려다가 노예처럼 착취하는 공장 기숙사에 있던 미노루를 구출해낸 마치다는 서점에서 익힌 수법으로 사기를 치며 먹고 살았습니다. 마치다는 미노루의 호적을 빼앗았지만 그 대신 미노루를 돌봐주었습니다.


"내가 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은 단 하나밖에 없다.

머리가 좋은 인간인가, 나쁜 인간인가  -  그뿐이다.

미노루는 내가 처음 접한, 구별이 되지 않는 인간이었다." (36p)


세상에 태어나서 그 누구에게도 따뜻한 온정을 느껴본 적 없는 마치다에게 미노루는 그런 인간이었습니다.

반면 무로이는 머리가 좋은 범죄자입니다.

마치 자신이 신과 같은 존재인 것처럼 범죄를 이용해서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겠다는 개똥철학, 아니 사이비종교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무로이의 입장에서 마치다와 같은 천재는 유용한 수단일 뿐입니다. 목적을 가진 호의와 진심이 담긴 배려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걸 구분하지 못해서 속고, 배신당하는 것입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슴 한 켠이 먹먹하고 아팠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불행이 넘쳐나는 것인지... 서로 얽히고 설킨 관계들 속에서 다시금 '인간 탐구'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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