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상대는 추첨으로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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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하지 말자.

말도 안 되는 상상은 없다, 단지 말도 안 되는 현실이 존재할 뿐.

여기 현실보다 더 리얼한 소설이 있었으니...


<결혼 상대는 추첨으로>라는 소설이 단행본으로 처음 출간된 시기가 2010년이라서 더 놀랐어요.

근래 나온 신작인 줄 알았거든요.

저출생, 비혼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게 현실인 거죠.


"정부는 저출생대책으로 내년 4월 1일부터 '추첨맞선결혼법'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25세에서 35세까지 이혼 전적과 자녀와 전과가 없는 미혼 남녀로,

본인의 나이에서 플러스마이너스 5세 범위에서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맞선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2회까지는 거절할 수 있고,

3회까지 모두 거절할 경우 테러대책 활동 후방지원대(통칭 테러박멸대)에서 2년간 복무해야 한다."


이런 법이 시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연히 첫 반응은, "에이~ 설마.. 말도 안돼."일 거예요.

그러다가 현실을 자각하겠죠. 앗, 이러다가 큰일 나겠네... 라는.

결혼 vs 군대 , 둘 중에서 무조건 선택해야 된다면 어쩔 수 없이 덜 싫은 쪽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결혼 상대를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배정한 뒤, 각자 서로에게 맞선 상대의 신상 명세서를 제공해줘요.

거기에는 생년월일, 직업, 가족구성, 취미, 특기, 최종 학력 등이 적혀 있는데, 주소나 사진은 없어요.

스토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서로 상대가 마음에 들었을 때만 본인의 자유의사로 연락처를 교환하라고 해요.

본인이 거절 당하는 횟수는 상관 없지만, 본인이 거절할 수 있는 건 2회뿐이에요. 3회까지 거절하면 테러박멸대로 가야 돼요.

여자와 남자 모두에게 공평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자에게 매우 불리한 방식이에요.

소설 속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상황들을 보면 '추첨맞선'이 얼마나 허점투성이인지 드러나요.

중요한 건 그들의 속사정이에요.

왜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지, 아이를 낳지 않는지...

우리나라 역시 처음에는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였는데, 지금은 N포세대로 확장되었어요.

이제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N가지를 포기한 세대'가 된 거예요. 젊은층의 포기는 선택이 아니라 절망 그 자체라는 점에서 국가의 책임이 크다고 봐요.

몇 년 전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공개했다가 맹렬한 비난이 쏟아졌던 적이 있어요. 해당 지자체마다 가임 여성이 얼마나 거주하는지 1명 단위로 표시한 지도를 보며, 얼마나 개탄했는지 몰라요.

마찬가지로 이 소설처럼 정부가 '추첨맞선결혼법'을 추진한다면 그다음은 '강제출산'도 가능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에요.

다시 한 번 국가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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