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과 젠더 - 바울의 눈으로 본 그리스도 안에서의 남성과 여성
새물결플러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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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관련 이슈는 과거 남존여비 사상에서부터 현대의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불문하고 존재해왔다. 젠더 이슈의 특징 중 하나는 여혐(여성혐오), 한남충(한국 남성을 비난하는 표현) 등 신조어에서 볼 수 있듯 남성과 여성 둘 중 한편이 다른 한편을 극단적으로 상대화 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서로를 그렇게 고깝게 여길 수밖에 없는 것일까?

생물학적 남성이든 여성이든 어느 한 쪽에 속할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 특징으로 볼 때 누구도 완전히 자유롭기 어려운 젠더 이슈를 성경에서도 다룬다. 아담(남성)과 하와(여성)의 창조부터 시작해 “만일 여자가 머리를 가리지 않거든 깎을 것이요 만일 깎거나 미는 것이 여자에게 부끄러움이 되거든 가릴지니라”(고전 11:6), “여자는 일체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우라”(딤전 2:11), “그러나 여자들이 만일 정숙함으로써 믿음과 사랑과 거룩함에 거하면 그의 해산함으로 구원을 얻으리라”(딤전 2:15)까지 다양한 본문들이 젠더와 관련해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하지만 이런 젠더 관련 본문은 난제로 여겨질 때가 많다. 당대의 배경 지식 없이 단순히 텍스트 자체로만 읽었을 때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지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해석의 난해함을 내포한 민감한 이슈인 젠더 논의를 신시아 롱 웨스트폴 교수는 <바울과 젠더>에서 정갈히 풀어냈다.

본서는 바울 전집에서 전통적으로 젠더와 관련된 것으로 이해되는 구절을 ‘문화’(1장), ‘고정관념’(2장), ‘창조’(3장), ‘타락’(4장), ‘종말론’(5장), ‘몸’(6장), ‘부르심’(7장), ‘권위’(8장)라는 테마들로 엮은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디모데전서 2:11-15’(9장)에 대한 재해석을 제공하며 마친다. 주제별 편집 방식은 물론이고, 내용 역시 매우 흥미진진하다. 여성들이 베일을 쓰고 예배드리는 것,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 남성의 몸(할례, 신체 단련, 분노 관리), 여성의 몸(정결, 아름다움과 장식품), 성관계, 결혼과 독신, 은사와 여성 리더십 등 성경을 읽으며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했던 젠더 관련 이슈들을 하나하나 다루기 때문에 결코 지루하지 않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쓰인 편이고,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는 핵심 내용을 요약해놓아 주제 파악이 명료해지도록 도움을 준다.

바울은 젠더 관련 이슈에서 당대 사회․문화였던 그리스-로마 세계관 및 고정관념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했다. 예를 들면, 당시 여성들의 베일 쓰는 법을 만든 남성들은 신분의 차이를 주고자 (노예와 같은) 특정 계층 여성들에게는 베일을 쓰지 못하게 하였다. 반면, 당시 여성의 명예와 보호를 상징하는 베일을 모든 여성들은 벗기를 거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공동체에서 모든 여성이 베일을 써야 한다는 바울의 가르침은 기독교 공동체에서 모든 여성들이 서로 동등하게 만들었다. 신분에 따른 차별이 없어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바울은 하와가 아담으로부터 창조된 것이 남성과 여성의 전형이라고 주장하지만, 출산의 과정을 통해 모든 남성이 여성에게서 나온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성이 자기 머리에 대한 권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에 이어서 바울은 상호 의존성에 관해 진술함으로써 여성의 권위 혹은 권리에 대한 자신의 지지를 타당하게 만든다.”(145p) 이처럼 바울은 당대 사회․문화 혹은 고정관념을 가져와 남성이든 여성이든 동등하게 오직 그리스도를 따르도록 준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의 결론은 “젠더에 관한 바울 본문을 철저히 다시 읽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518p) 젠더에 관한 전통적 해석이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충분한 숙고 없이 결론 내려졌으며 이를 수정하거나 재검토할 기회를 점점 잃어가는 것을 저자 웨스트폴 교수는 경계한다. 한국 기독교도 이 책의 결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혹은 남성이기 때문에 교회 안에서조차, 아니 교회 안에서 오히려 더 많이 차별하거나 받게 되는 것들이 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 이 책을 읽은 목회자는 젠더에 관한 내용의 설교 준비나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신학적 지식 전달을 위한 유용한 정보들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목회자를 포함한) 신자들은 하나님께서 서로 다른 젠더를 통해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게 하셨다는 것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삼위일체의 위격 간 관계 및 그리스도의 인성과 신성 간 관계에 부여된 똑같은 심각성과 관심이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인간에 대한 일관된 이해에 적용되어야 한다.”(518p)

모든 여성이 베일을 쓰는 것에 대한 바울의 지지는 공동체 내의 사회적 관계를 동등하게 하는 것이었으며, 베일과 관련된 문제가 그의 통제 하에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는 문화적으로 지위를 거부당한 교회의 여성들을 위해 존중, 명예, 성적 순수성을 지켜준 것이다. - P85

바울은 모든 인류를 속는 자로서, 그리고 사탄을 속이는 자로서 특징짓기를 주저하지 않았지만, 결코 모든 여성 신자가 속는 것에 대한 특별한 잘못이 있다거나, 여성이 사탄이 가장 좋아하는 표적이라고, 혹은 공격에 더 쉽게 쓰러진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 - P210

그중에서도 여성, 어린이, 노예가 교회 공동체의 기능에 온전히 참여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문화의 사회적 권력 구조 안에서 특권 의식을 가진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시고 폐하시는 것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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