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남
슈노 마사유키 지음, 정경진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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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에서 대놓고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여성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한 후 목에 가위를 꽂아 놓아 '가위남'이라고 불리는 살인범에 관한 이야기다. 흥미로운 것은 가위남의 살인과정과 살인범을 뒤쫓는 형사들에 대한 스토리라기보다는 자신이 노리고 있던 표적을 다른 모방범에게 뺏기고 모방범의 흔적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형사나 피해자들의 시선이 아니라 주로 살인범인 가위남의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된다.

일단 도입부는 연쇄 살인범인 가위남이 한 여고생을 세 번째 타깃으로 정하고 계속해서 주변을 맴돌며 가족과 친구관계를 조사해 나가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이 날도 어김없이 그녀의 하교길이 보이는 가게에 자리를 잡고 수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여고생의 집 근처로 자리를 옮겨 그녀가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평소라면 집에 도착하고도 남았을 시간이 지나도 집에 돌아오질 않았고 가위남은 다음 날을 기약하며 자신의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가위남은 집으로 가던 길 공원에서 웅크리고 있는 검은 물체를 발견하고 가까이 가보니 가위남의 타깃이었던 여고생이 아주 익숙한 모습, 즉 가위에 목이 찔린채 살해된 것을 발견한다. 가위남인 내가 봐도 가위남에게 살해된 모습이었지만 난 아직 계획을 실행하지 않았다. 그럼 이건 과연 누구의 짓인가?

이번 일만큼은 나의 범행이 아닌데 모든 경찰과 언론은 가위남으로부터 피해자가 살해당했다고 떠들어대고 도대체 누가 자신을 모방해서, 그것도 자신의 타깃이었던 소녀를 죽인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가위남은 소녀의 진짜 살인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이런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를 쓴 작가인 슈노 마사유키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아 아주 미스터리한 인물로 남아있었는데 2013년, 49세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하는 바람에 생의 마지막까지 미스터리한 인물로 남아있다. 그 중 <가위남>은 추리소설 강국인 일본에서 1999년 메피스토상을 수상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질 정도로 독특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인정받았던 소설이다. 한국에는 12년 전 출간된 이후 올해 복간되었다.

일본에서는 다른 장르보다 유독 미스터리, 추리 장르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서술트릭과 관련해서는 <가위남>이 항상 추천리스트 상위에 랭크될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한 트릭을 선보여 독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가위남>에서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독자들이 가진 모든 편견에 도전하듯 범인, 피해자, 경찰,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있다.

보통 연쇄 살인범이라고 생각하면 음침하고 어두운 방 안에 틀어박혀 있다가 밤만 되면 거리를 쏘다니며 피해자를 물색할 것 같지만 가위남은 그렇지 않다. 평일에는 성실하게 출판사에서 알바를 하고 피해자를 미행할 때는 회사가 바쁘지 않은 날을 골라 상사에게 꼭 허락을 받고 휴가를 사용하고 은근히 성실하고 눈치가 빨라 원치않게 정규직 전환을 제안받기도 한다. 또 피해자를 정할 때도 본인만의 명확한 기준이 있는데 단순히 외모가 화려하고 아름답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원한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가봐도 모범생에 두뇌가 명석한 여학생을 고른다.

하지만 이렇게 누가봐도, 심지어 가위남이 봐도 단정하고 성적이 우수한 여고생이 알고보니 연상의 남자들과 아무렇게나 의미없는 관계를 맺고 다니는 문란한 사생활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이 우리가 피해자에게 부여하는 이미지에 대한 반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초반에 가위남 본인 스스로도 이야기하지만 살해 동기 또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나 학대 같은 것들이 아니었다.

한 마디로 이유가 없다. 어떻게 보면 묻지마 범죄라고도 볼 수 있다. 어떤 의도나 악의 없이 순수하게 아무런 이유없이, 가끔은 호기심에, 피해자를 죽이고 뺨을 찢기도 한다. 심지어 죽이는 대상은 타인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죽이기 위해 끊임없이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시도를 한다. 크레졸 비누를 마시기도 하고, 쥐약을 먹기도 하는데 결국에는 모두 실패한다. 물론, 자살시도를 하는건 피해자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은 아니다.

이렇게 범행에는 명확한 이유가 없는데 티비에서 범죄 심리학자나 논픽션 작가, 르포라이터, 소설가 등 소위 전문가라는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해 범인이 어떤 상처와 동기로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그들을 비웃는다.

 

방금 말했듯이 범인은 전형적인 쾌락 살인자입니다. 소녀를 목 졸라죽이고 가위로 목을 찌르는 것이 범인에게는 가장 성적 쾌락을 느낄 수 있는 행위인 것이죠. 이 쾌락을 위해 범인은 살인을 반복하고 있는 겁니다....."

-

성적쾌감. 나는 성적 쾌감을 느꼈던가. 대관절 쾌감이란 무엇일까?

적어도 나는 고니시 미나와 마쓰바라 마사요와 다루미야 유키코의 육체에 흥미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조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녀들의 얼굴조차 몰랐다. 내가 끌린 것은 그녀들의 학업 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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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이들 세 명의 희생자 누구에게도 성폭행을 가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은 성적 불능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가위로 찌르는 것이 성적 행위에 대한 보상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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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 의사가 심리학자를 무시하지, 하며 나는 고개를 내둘렀다.

p147~148

어둠 . 괴물. 내 마음속에 어둠이나 괴물이 존재할까. 나는 눈을 감고 찾아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내 안은 텅 비었다.

그리고 내 바깥도, 텅 비었다.

p151

이 책은 두 번째 읽을 때는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게 된다. 그 동안은 편견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것을 두 번째부터는 확실히 보게 되면서 처음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읽게 된다.

어린 여학생들의 목에 가위를 꽂아넣는 범행을 보고 유혈이 낭자하고 쫓고 쫓기는 스릴을 기대했다면 스토리가 기대보다 좀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100페이지에 다다랐을 때는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서며 이 앞의 모든 이야기들은 마지막 100페이지를 위한 서막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동안 알고 있었던 모든 사실들이 뒤집히고나면 내가 얼마나 편협하고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했는지 반성하며 마지막 장을 덮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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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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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책을 즐겨읽지 않는 사람들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 '히가시노 게이고'이다. 일본 작가이지만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어떤 책이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름이 들어갔다 하면 일단 흥행은 보증됐다고 볼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부분 작품들은 미스터리, 추리 형태를 띠고 있긴 하지만 트릭이나 사건의 촘촘한 구성보다는 인물들 간의 감정과 관계에 집중하는 편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인물들의 감정선에 집중해 서사가 전개되고 범인들도 철저한 악인이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쳐 잘못된 판단으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많아 독자들이 범인과 주인공을 가리지 않고 인물들에게 빠르게 몰입하게 된다. 그래서 항상 듣는 말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가독성이 좋다는 말이다. 물론 가독성이 좋은 것은 비단 인물들에 대한 감정이입뿐만 아니라 술술 읽히는 쉽고 흡입력 있는 문체와 빠른 스토리 전개 때문이기도 하다.

<방과 후>라는 작품도 데뷔작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특성이 잘 드러나 역시나 가독성이 좋고, 평범한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에 따라가기가 쉽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에시마라는 수학교사로 여고 양궁부 고문을 맡고 있기도 하다. 원래는 공학 전공으로 개발 부서에서 일하다 회사가 시골로 이전하게 되자 회사를 관두고 여고의 수학교사가 되었다.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2,3년만 해볼까라고 시작했던 일이 5년이나 이어졌다. 처음부터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가르치는 일에 열의가 있었던 것도 아닌 터라 그냥 입력된 정보를 내뱉는 기계처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지극히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지만 최근 들어 누군가로부터 계속해서 살해 위협을 받고 있었다.

첫 번째는 만원 지하철역 플랫폼에서 열차가 들어올 때 갑자기 누군가 고의로 밀었다. 두 번째는 발목까지 물이 찬 샤워실에 누군가가 전기코드를 떨어트려 놓았다. 그리고 세 번째는 창가를 지나가는 순간 누군가가 머리 위로 화분을 떨어뜨렸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던 마에시마도 이제 더 이상은 이 모든 일이 우연이라고 볼 수가 없게 됐다. 그러던 찰나 교사용 탈의실에서 학생지도부 교사가 청산가리를 마시고 죽은 채 발견되고 이 사건으로 경찰이 수사에 나선다. 마에시마는 자신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 할까 고민하지만 자신과 관련된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후 의심 가는 사람들은 몇몇 있지만 이렇다 할 결정적인 소득 없이 하루하루 지나가고 어느덧 학교 축제 날이 다가왔다. 이 날 운동부 학생들과 운동부 고문들은 가장행렬을 하기로 하고 마에시마는 깜짝 이벤트로 아무도 몰래 다른 선생과 역할을 바꾸게 된다. 그런데 마에시마와 역할을 바꾼 선생이 전교생이 지켜보는 운동장 한가운데서 청산가리를 마시고 살해된다. 장난으로 역할을 바꾸지 않았다면 청산가리를 마시고 전교생 앞에서 죽게 되는 사람은 바로 마에시마가 됐을 것이다. 그렇다, 이것은 처음부터 마에시마를 노린 사건이었다.

과연 이렇게 끈질기게 마에시마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사건은 점점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데...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답게 가독성이 좋다. 주인공이 여고 교사면서 동시에 양궁부 고문을 맡고 있기 때문에 학교를 배경으로 운동부 여고생들과 선생들의 일상이 주를 이룬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마에시마의 시선에서 주로 서술되지만 함께 생활하고 있는 여고생들의 평범한 일상생활과 친구들과의 주고받는 대화들을 통해 여성 독자들이라면 여고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마에시마 외에 주요 인물은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인데 믿음직한 양궁부 주장인 게이코와 3학년이 되자 갑자기 오토바이를 타고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일탈을 시작한 요코, 설립 이래 최고의 재원이라고 불리는 3학년 A 반 반장이자 검도부 주장인 마사미이다.

각각 스타일은 다르지만 학교를 무대로 한 드라마에는 단골로 꼭 등장할 법한 캐릭터들로 고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전교에 한 둘쯤은 이런 친구들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는 사춘기 여고생들이 겪는 섬세한 감정들과 학교 행사를 준비하며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살인사건까지 극과 극을 오가며 전개된다. 이 중에서 물론 핵심사건은 마에시마가 겪는 계속된 살해위협과 살인사건이지만 범인찾기와 사건 해결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마에시마와 마에시마 주변학생들간의 관계와 오고가는 대화들을 따라가는 재미가 더 컸던 것 같다. 물론 살인사건의 트릭을 밝혀내는 학생들의 활약상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도 빠지지 않는다.

사실 범인은 어느 정도 예상이 갔지만 그 범행 동기가 약간은 어이가 없어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다.

스포일러라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 어리고 순수했던 때에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앞뒤 재고 따질 것 없이 자신이 느낀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하고 실천한다. 그래서 어른들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해할 수 없는 짓들을 저지르기도 한다.

그래서 오죽하면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겠는가. 뭐 요즘이야 그 질풍노도의 시기가 고등학생이 아니라 중학생 정도로 하향된 것 같지만 어쨌거나 빠르게 몰아치는 바람과 미친 듯이 닥쳐오는 파도처럼 사춘기, 어린 시절의 순수함은 아주 위험하고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다. 

  

"여고생이 누군가를 증오한다면 그건 어떤 때일까요?"

-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것, 순수한 것, 거짓 없는 것일 겁니다. 그건 때로는 우정이나 사랑이기도 하죠.

자신의 몸이나 얼굴일 경우도 있어요. 아니, 좀 더 추상적으로 추억이나 꿈을 소중하게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그런 소중한 것을 파괴하려고 하는 것, 그 아이들에게서 빼앗으려고 하는 것을 가장 증오한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p324~325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그 범행 동기가 어처구니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소중한 것을 침범당했다고 느꼈을 때 아이들이 어떤 짓까지 저지를 수 있는지, 어른들이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큰일인지 생각해보고, 그 시절 나는 어땠는지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 어른이 된 현재,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아이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보다 더 대단하고 중요한게 맞는지, 또 지금의 나는 학창시절 내가 상상하던 어른으로 자랐는지 돌이켜보는 계기도 된 것 같다. 이렇게 보니 이 여고생들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아니라 오히려 학창시절을 잊은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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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의 정석 -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정구철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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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 이 회사에서 어디까지 올라가는 것이 목표인가요?"

그 때 내 대답은 "높게 올라가는게 목표가 아니라 가늘고 길~게 가는거요." 라고 했다.

내 목표는 임원이나 대표가 되는게 아니라 그저 조용히 정년을 채우고 은퇴하는거였다. 딱히 큰 욕심도 없었거니와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았고 또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임원이나 대표같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공무원처럼 가늘고 길게 수평으로 넓게 가는게 목표였는데 슬프게도 지금은 이게 임원이나 대표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되버렸다.

IMF 이전에는 일단 한 회사에 입사하면 그 회사에 뼈를 묻는걸 당연하게 생각했었고 또 그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를 쓰면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사오정, 오륙도 같은 신조어가 생겨나고 승진하면 할수록 조만간 회사를 나갈 날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에 오히려 승진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래서 이젠 평생직장을 꿈꾸기 보다는 적당한 시기에 회사를 바꾸거나 혹은 직업 자체를 바꾸거나 그것도 아니면 투잡, 쓰리잡에 부업까지 해가며 나중을 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직은 사실 회사에서 나가라는 말을 듣기 전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먼저 내 발로 나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막상 취직을 하고 보니 내 적성과 맞지 않거나 혹은 어딜가나 있다는 또라이(?) 상사 때문에, 혹은 내 기대보다 못한 연봉 때문에 등 다양한 이유로 결정한다.

보통 입사 3년 이내의 새내기들은 취직이 워낙 어렵다보니 내 적성이나 전공과는 관계없이 붙여만 주시면 무조건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는 마인드로 나를 오라는 곳이면 그게 어디든 가다보니 막상 취직한 이후에 이 일이 나와 맞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진로 고민은 대학 가기 전에만 하는 줄 알았더니 이건 뭐 취직을 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진로고민의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연차가 쌓인 이후에는 내 미래 = 회사의 미래가 되다보니 회사의 상황이 어렵거나 혹은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경우 이직을 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이직할 때 고려해야하는 요인들과 이직에 적합한 시기를 비전,커리어 / 처우 / 조직문화의 측면으로 구분하고 지금 당장 이직을 해도 되는 경우, 그리고 아직은 조금 기다려야할 경우, 아무리 등떠밀어도 무조건 버텨야 하는 경우 등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고 본인의 명확한 비전이나 목표가 없을 때는 일단은 좀 기다려야 한다. 업황이 좋지 않을 때 회사가 어렵다고 무조건 다른 곳으로 이직하겠다고 준비없이 나오게 될 경우 장기간 구직자가 되거나 이전 직장보다 더 못한 조건으로 옮기게 된다. 사실 TV에 나오는 것처럼 연봉을 2배로 줄테니 제발 우리 회사로 와주세요라며 스카웃을 제안받는 것은 드라마 주인공 같은 엄청난 능력자가 아니고서는 거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업황이 좋고 회사에서 자신이 내세울만한 성과가 있을 때는 떠나야할 때다. 한창 업황이 좋을 때는 회사들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려하고, 이왕이면 다른 회사에서 성과가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빠르게 수익을 내는데도 도움이 된다. 게다가 현재 나의 연봉이 업황이 좋기 전 책정된 연봉이라면 이직시 연봉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 물론 업황이 좋더라도 연차가 쌓이지 않고 경력이 부족하다면 해당사항은 없다. 좀 더 실력을 쌓고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저런 것들을 다 떠나서 내 신체나 정신력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연봉, 경력 등 아무것도 고려하지 말고 떠나야한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은 내 자신이다. 이 때 이 스트레스가 나를 성장시키는 하드 트레이닝인지 그냥 하드코어인지 고민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첫 직장이면 그래도 상관없지만 두 번째 직장이라면 신중해야 할 시기이다. 특히 경력 3년 미만의 경우라면 신입으로도, 경력으로도 애매하다.

그리고 평소에 개인적으로 궁금해하던 내용도 있었는데 '직장생활은 제너럴리스트가 맞는지, 스페셜리스트가 맞는지' 라는 질문이었다. 저자도 직장상사에게 자주 물어봤고 후배들에게서도 자주 듣는 질문이라고 했다. 물론 저자는 양자 중 어떤게 답이라고 확실히 꼬집어서 선택하기는 어렵다며 닉 러브그로브의 <스워브>를 인용하면서 양쪽에 치우는 것 모두 위험하다고 답했다. 아 그럼 둘 다 하라는 거냐, 둘다 가능한 사람이 몇 이나 되겠냐 -_-;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이건 둘 다 잘해야한다는 것보다는 자신의 업무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고 봐야할 것 같다.

신입일 때는 자신이 맡은 업무 하나를 제대로 해내는 게 중요할 것이고, 부서의 임원이 됐을 경우는 그 업무의 깊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겠지만 전 분야를 아우르며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대표의 위치로 올라갈 때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재무, 영업, 마케팅, 품질 등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이 보고하는 내용을 모두 알아들어야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헤드헌터인 저자가 알려주는 헤드헌터 활용법, 인사 담당자가 끝까지 읽을만한 이력서 작성하는 법, 면접시 좋은 인상을 남기는 법, 그리고 이직 후 회사에 적응하는 법 등 이직 준비에서부터 이직한 회사에서의 생활까지 이직의 A부터 Z까지 설명한다. 특히 이력서와 연봉협상테이블, 평판조회시 어떤 사항을 조사하는지 등은 구체적인 예시로 나와있기 때문에 굳이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는 신입들도 이력서를 작성하거나 면접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될만한 팁들이 담겨있다.

 

 

남의 돈 먹는게 쉽지 않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생각하면 회사 생활이 어려운게 당연하지만 저자는 이직을 결정하기 전 내가 왜 이직을 하려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가장 먼저 답을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평생 안정적인 직장을 원해서인지 아니면 자아실현을 원해서인지, 직장 상사와의 불화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그냥 일이 하기 싫어서인지 명확한 이유를 알아야만 이직을 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일을하며 보낸다. 그렇게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무의미하게 흘려버리는 것과 같다.

굳이 이직을 하지 않더라도 더 나은 삶, 후회없는 삶을 위해 자신이 현재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자신이 일을 하는 이유가 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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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나의 집 모중석 스릴러 클럽 46
정 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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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나의 집이라는 제목과 표지의 굳게닫힌 무거운 현관문의 표지를 보고 있자니 굳이 읽지 않아도 전혀 안전하지 않은 집의 이야기를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줄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할 집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불행했던 한 가족의 이야기였다.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2세대인 주인공 "경"은 성공적으로 미국에 안착한 한국인 교수 부부의 외아들로 미국에서 자라 미국인 아내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 경도 아버지와 같이 역시 교수로 재직중이고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학군 좋은 지역의 큰 집에 살고 있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치 않다.

부부는 부동산 경기가 한창인 무렵 예산을 훨씬 초과한 비싼 집을 구매했고 그 후에 집을 담보로 또 한번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불황으로 집값이 폭락해버리자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되고 결국은 이자와 원금 일부라도 갚기 위해선 집을 내놓아야할 지경에 이르게 된 다. 부동산 중개인이 부부의 집을 보기 위해 방문한 그날, 경은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거실 창문으로 전라의 벌거벗은 여자가 경의 집 뒷 마당을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 여자는 다름 아니라 경의 어머니 "매"였다. 도대체 그날 매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이야기는 경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물론 현재는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나름 안정적인 직장에 현실적이고 다정한 아내 질리안과 귀여운 외아들과 함게 미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하지만 경에게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상처가 있었으니 그것은 아주 어린시절 지속적으로 행해졌던 부모님의 폭행이었다. 명망높은 대학교수인 아버지 "진" 은 밖에서 절제하고 억압했던 분노를 집에 와서 자신의 아내에게 폭력으로 풀어냈고, 어머니 "매"는 그 화살을 다시 어린 경에게 돌렸다. 그렇게 남들이 보기에는 아주 성공한 한인가족처럼 보였던 그들이 사실은 낯선 이국 땅에서 겪은 차별과 갈등을 원만히 풀어내지 못하고 서로를 파괴하고 갉아먹으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어색한 관계로 꼭 필요할 때 외에는 서로 접촉을 피해왔지만 부모님의 급작스런 사고로 경과 경의 부모님이 한집에서 함께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한 집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하게 되자 그 동안 외면해왔던 경의 상처는 결국 곪아 터지게 된다.

경의 가족과 질리언의 가족이 별장에 다함께 모이게 된 저녁, 여전히 너그럽고 고상한 교수 부부의 역할에 충실한 부모들의 모습을 보자 경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동안 쌓아뒀던 울분을 토해낸다. 경은 부모의 가식적인 모습과 지난날의 과오를 모든 사람들 앞에서 까발리면서 부모로부터 사과 받고싶어 하지만 그 결과는 경의 의도와는 달리 뜻밖의 비참의 말로를 가져오게 된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말았지만 사실 그의 부모들도 낯선 땅에 온 이민자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던 나약한 사람들일 뿐이었다. 사랑의 감정도 없이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부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치욕과 조롱을 받아야만 했던 환경. 그 속에서 진은 어떻게 분노를 해소해야할지 몰랐고, 타지에서 의지할데 없이 자신의 분노를 받아줄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사람을 향해 모든 화를 쏟아냈다.

물론 가정 폭력이 정당화될 순 없지만 경의 부모님이 사이코패스이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사람들도 아니었고 하나밖에 없는 자식인 경을 사랑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날을 세우다 보니 서로를 돌볼 여력이 없었고, 어느 정도 여력이 생기고 다시 잘해보고자 마음을 다잡았을 때는 그들 사이의 틈이 너무 벌어져버린 후였다.

누군가가가 그런말을 했었다.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라고. 너무나 미숙하고 어리석었던 부모가 자식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고, 그 자식이 다시 성장해 부모가 되자 제대로 부모가 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자식은 자신의 상처를 되물림한다.

소설에서는 부부의 집에 침입한 강도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하나 악인은 없다. 다만 처한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사실 이야기는 초반에 부부의 집에 침입한 강도 사건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만한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몇 십년에 걸쳐 켜켜이 쌓여온 상처들을 가슴에 품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있는 경과 그의 가족들의 미묘하고 날선 분위기가 시종일관 이어진다.

미국에서의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삶을 꿈꿨지만 결국엔 끝까지 이민자일 수밖에 없었던 한국인 가족의 안전하지 않았던 집에 대한 이야기의 결말은 너무 늦긴 했지만 그래도 한 가닥의 희망을 발견하며 끝을 맺는다.

 

"미안하다." 나지막이 들려온 그 말에 경이 깜짝 놀라며 아버지를 돌아봤다.

"미안하다." 그가 다시 말했다. 그는 끝내 무엇이 미안한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경은 아버지의 표정만으로 그걸 알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그들이 잊지 못한 자신의 모든 과오에 대해 연신 사과했다.

미안하다,미안하다....

 

스릴과 미스터리가 넘치는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재미한인 작가가 그려내는 한인 가정의 불화와 가정폭력으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의 미묘하고 예민한 감정에 몰입하다보면 책장이 절로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굳이 타지에서 살아가는 이민자가 아니더라도 빡빡하고 힘든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써 진정한 가족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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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비하인드 도어>를 통해 혜성같이 데뷔한 B.A.패리스는 이후에도 쉬지 않고 <브레이크다운>, <브링미백>까지 연달아 스릴러 장르를 선보임으로써 데뷔작의 성공이 절대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보인다.

비하인드 도어에서도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섬세한 심리묘사를 선보였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주인공인 핀의 시점에서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어 의심스럽고 혼란스러운 심리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우연히 만나게 된 핀과 레일라는 만난지 1년 만에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레일라가 평소에 가보고 싶어하던 파리로 여행을 가게 되는데 핀이 화장실을 다녀온 잠깐 사이 레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후 핀은 경찰에 레일라의 실종사실을 신고 했고, 다음날 경찰은 그 날 핀이 주차했던 지점 옆에서 레일라가 항상 지니고 다니던 작은 러시아 인형과 뭔가에 질질 끌려간 듯한 흔적을 발견한다. 이 후 경찰은 잠깐동안 핀을 의심했지만 결국 증거부족으로 풀려나고, 레일라는 마치 원래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게 12년이 흐르고 핀은 레일라의 추모식에서 만난 레일라의 언니, 엘런과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모든게 잊혀지고 엘런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레일라가 항상 지니고 다니던 러시아 인형이 집 앞에서 발견되고 핀은 의문의 인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게된다. 이 때부터 핀과 의문의 인물과의 줄다리기가 시작되는데, 이 사람은 과연 12년동안 사라졌던 레일라일까 아니면 그 날 레일라를 데려간 또 다른 인물인 것일까.

전작들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데 범인의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주변인물들을 의심했다가 믿었다가 또 다시 의심하기를 반복하며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전개로 책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흡입력을 보여준다.

그런데 스릴러인만큼 결말이 중요하기 때문에 독자들을 현혹시킬만한 미끼들을 여기저기 던지며 진짜 범인을 추측하게 만드는데 그 미끼들이 이야기 초반부터 약간 노골적이라 스릴러 매니아들에게는 오히려 그 떡밥들을 물지 않고(?) 다른 결말을 예측할만한 여지를 주는게 아닌가 싶어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이게 내가 프랑스 A1 고속도로 부근 어딘가에 있는 경찰서에 앉아 경찰에 한 진술이었다. 진실이었다.

온전한 진실이 아니었을 뿐"

P13

내가 정말 바라지 않는게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레일라가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른다고 엘런이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엘런이 덧없는 희망을 품는 게 너무 싫다.

P41

주인공은 계속해서 러시아 인형을 집 앞에 놓아두고 메일을 보내는 사람은 절대 레일라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주변의 다른 모든 사람들을 의심하는데 정작 독자들에게는 주변사람들보다 오히려 주인공이 의심스러워 보이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핀에 대한 의심을 놓치 못하게 만든다. 핀이 어린시절부터 분노 조절 장애로 한 번 화가나면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폭력적인 성향이 있었다는 것과 사실 레일라의 실종 당시에도 이성을 잃어 레일라가 실종된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등 주인공 스스로도 본인이 정말로 레일라를 죽였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상황에 다다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레일라가 죽은 게 아니라 정말로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며 기존에는 주인공인 핀의 시점에서만 전개되던 이야기들이 레일라의 시점을 통해 서술된다. 이후 계속해서 레일라와 핀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진행되고 어째서 레일라가 12년 동안 사라졌다가 언니인 엘런과의 결혼을 앞둔 지금 시점에서 다시 나타난 것인지 서서히 비밀이 밝혀진다.

앞서 말하기도 했지만 범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인지는 알 수 없어도 여러가지 떡밥들로 인해 누구인지는 어렴풋이감이 오기는 한다. 스릴러라는 장르 자체가 마지막에 범인을 알아맞추는 것에 포커스를 두다보니 대부분의 스릴러는 범인을 미리 알게 될 경우 김이 새는 경우가 있는데 다행히 이 소설은 범인이 누구인지 예상돼도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작가의 특기가 심리묘사인만큼 이런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느끼는 초조,불안,공포와 같은 감정을 독자들도 함께 느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사건보다는 인물에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인 것 같다.

이야기의 전개 면에서 소소하게 아쉬운 점들이 있긴했지만 B.A.패리스는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흡입력있고 가독성 높은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스릴러 작가로서의 자신의 대중성과 흥행성을 증명해보이며 믿고 보는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됐다.

책은 개인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추천하기 어려운데 B.A.패리스의 책은 누구에게 추천하든 최소한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일은 없을 것 같아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대중적으로 누구에게나 추천하기 좋은 작가 리스트에 올려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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