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더 이상 껌을 씹지 않을까 - 대한민국 소비자 심리 탐사 보고서
최상학.Team RED PILL 지음 / 어바웃어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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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더 이상 껌을 씹지 않을까」 의 부제는 "대한민국 소비자 심리 탐사 보고서" 이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쉽사리 짐작하기 어렵지만 부제를 보면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추측해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니 전 세계의 어떤 사람이라도 소비자이다. 하지만 정작 많고 많은 것들 중 왜 그것을 선택했냐고 물어보면 딱히 뾰족한 답을 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가장 정확한 답은 '나도 모르겠다.' 혹은 '그냥, 좋아서'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제품 혹은 서비스를 선택하고서도 왜 이걸 선택했는지는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왜 스타벅스 커피에 열광하는지, 굳이 왜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사는지, 그렇게 좋아하던 아침햇살을 왜 더 이상 찾지않는지 등등 소비자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도 정확한 이유를 찾기 힘든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마케팅과 관련된 책들은 시중에 충분히 차고 넘치게 출간되어 있지만 이 책만의 독특한 점은 오랜 시간 마케팅에 대해 다뤄온 베테랑이 아닌 대학에서 광고홍보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조사하고 진행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미 소비자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소비자들은 이럴 것이라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전혀 없는 신선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프로젝트의 조사자들이 요즘 트랜드에 가장 밀접한 20대 MZ 세대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마케팅 전문가들보다 요즘 소비자들의 생각을 가장 잘 알아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책에서는 껌, 네컷사진, 올리브영, 스타벅스, 아침햇살, 원소주, 일본 불매운동, 배민에 대해 아래와 같은 주제로 조사한 결과를 볼 수 있다.

■ 왜 우리는 더 이상 껌을 씹지 않을까?

■ 1020세대가 ‘네컷사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올리브영’은 어떻게 ‘유통 공룡들의 무덤’ 화장품 유통에서 압도적 1위가 되었을까?

■ 왜 우리는 다른 카페보다 ‘스타벅스’를 더 많이 사랑할까?

■ 수많은 ‘아침햇살’ 러버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

■ ‘원소주’는 어떻게 신드롬급 인기를 끈 것일까?

■ 유니클로는 불매하고 닌텐도는 줄 서서 사는 ‘선택적 불매운동’은 왜 발생했을까?

■ 왜 20대는 ‘배민’을 끊지 못하는 걸까?

■ 네컷사진을 찍으려고 언제는 줄 서서 기다리고 언제는 기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네 컷 사진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한 조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네컷사진을 찍는 이유는 '지인들과 추억 기록하기', 혹은 핸드폰 사진이 아닌 '실물 사진 소장을 위해', 또는 '사진관 증명 사진 대용' 이라는 답이 생각나는데 이 주제를 조사한 팀에서는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포토부스 입장에서부터 퇴장까지 소요시간이 얼마인지, 방문 인원수는 몇 명인지, 인증사진 촬영을 하는지 안하는지, 옷차림은 어떠한지 등등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관찰했다. 그러다 문득 포토부스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고 홀수 인원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 남은 사진은 포토부스 벽에 붙여놓고 가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출력할 사진 장수는 오직 짝수로만 선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실물 사진 소장이나 추억 기록 등을 위해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는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비자들의 개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사진을 혼자 찍을 때와 여러 명이서 찍을 때 그 이유가 다르다는 것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혼자서 포토부스를 찾을 때는 그 날 내 스타일링이 마음에 들었거나 혹은 오늘의 나를 기록하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방문하는 것이라면, 그룹으로 찍을 때는 정해진 일정 중의 하나로 그 날의 만남을 기록하고 그 그룹의 소속감에 대한 증표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촬영한 사진을 각자의 SNS 에서 공유하면서 나도 소속 그룹이 있고, 그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혼자 촬영하는 것과는 그 이유가 확연히 달랐다.

몇 십 년 전 유행한 스티커 사진 때부터 포토부스 벽에 사진을 붙여 놓고 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특별한 의문점이나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사소한 단서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한 것을 보면서 조사자들이 이 주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탐구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소비자인 나 조차도 알지 못한 진짜 이유를 찾아내는 과정들을 통해 저자가 마케터들을 '소비자 전문가'라고 부르는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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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 돈이 되는 역세권 아파트에 투자한다
박희용 지음 / 경이로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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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3월 30일 GTX-A의 개통으로 뉴스가 한참 떠들썩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GTX 중 첫 타자로 동탄에서 서울 수서까지 불과 20분만에 도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노선이다. 요금이나 삼성역 미개통 등 여러가지 문제들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서울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면에서 원래도 비쌌던 동탄역 근처의 아파트들이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매물도 모두 사라진 상태다. 물론 동탄역 뿐만 아니라 GTX-A 노선이 정차하는 용인도 예외는 아니다.

열차가 새로 개통될 때마다 인근 지역 아파트들의 서울 접근성이 확연히 개선되고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으니 사람들이 철도 개통에 관심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이러니 선거철마다 자신의 출마 지역에 정차역을 연장하니 새로 유치하니 어쩌니 하는 묻지마 공약이 판을 친다.

대부분의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부동산, 그 중에서도 아파트와 관련된 정보과 지식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저자의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히 역세권 아파트는 철도 개통과 맞물려 큰 시세 차익을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다른 어떤 정보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책에서는 GTX 노선 뿐만 아니라 월곶 판교선이나 동탄인덕원선, 위례신사선, 5,8호선 연장선 등 개통을 앞뒀거나 혹은 착공을 앞둔 노선들에 대해 총망라하고 있다.

철도 개발은 일단 한 번 계획이 세워지면 개통까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정차역이 추가되거나 일정이 변경되는 등 다양한 상황들이 발생한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최신 정보로 업데이트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가장 최신의 정확한 정보와 개통 실현 가능성에 대한 저자의 의견까지 곁들여져 있기 때문에 따로 번거롭게 정보를 서칭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많은 역세권 아파트들 중 지금 투자하기 좋은 아파트들을 2~3곳 씩 정확하게 찍어서 알려준다는 것이다. 개통 예정이거나 혹은 최근 개통된 철도의 정차역들 중 어느 역이 유망하다고 두리뭉실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아파트를 알려주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비교적 쉽게 선택지의 범위를 줄일 수 있다. 저자가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자신감이 있지 않다면 어려운 일인데 오랜기간 부동산 투자자로서의 경험이 밑바탕이 된 결과일 것이다.

저자가 추천한 여러 역세권 아파트들 중 2곳을 소개하자면 앞서 말했던 GTX-A 개통의 수혜지인 동탄역 근처의 동탄역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5.0과 용인역 인근의 블루밍구성더센트럴, 삼거마을삼성래미안1차이다.



역세권 아파트로는 저자가 추천한 아파트 외에도 여러 아파트들이 있지만 저자가 이 아파트를 추천한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초품아이면서 공원을 끼고 있고 대로변의 소음과 먼지에서 먼 좋은 거주환경과 300세대 이상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중형 단지라는 점 등 여러가지 이유이다. 그리고 용인역 인근의 블루밍구성더센트럴과 삼거마을삼성래미안1차 또한 선호도가 높은 59나 84㎥로 구성되어 있고 훌륭한 교육환경과 생활인프라 등 여러가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 밖의 여러 철도 노선들과 정차역 인근의 추천 역세권 아파트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역세권 아파트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움이 될만한 아파트 투자 기준과 저자만의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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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뇌 - 더 좋은 삶을 위한 심리 뇌과학
아나이스 루 지음, 뤼시 알브레히트 그림, 이세진 옮김 / 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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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어느 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다른 분야로 이어질 때가 있는데 나의 경우는 뇌과학이 그랬다. 처음에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으로 시작했다가 이런 마음의 변화도 결국엔 다 뇌 때문이겠다라는 생각에 뇌과학으로 관심이 확장되어 읽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뇌과학은 말 그대로 '과학'이다보니 뇌의 구조와 인간의 진화, 호르몬의 작용 등 생물학적인 내용을 비롯해 신경과학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내용을 다룰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예상보다 어려운 내용들에 종종 좌절할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은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어려움 없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임상심리학자이면서 뇌의 경이로움에 매료돼 신경과학을 연구하게 됐다는 저자의 이력 때문인지 책에서는 주로 인간의 심리와 관련된 뇌의 작용을 다루고 있는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나는 도대체 왜이럴까?라고 스스로도 의문을 가지면서도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나는 왜 이렇게 집중력이 떨어질까,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걸까, 나는 왜 헤어진 전 연인을 잊지 못하는 걸까와 같이 누구나 생각해보거나 겪어봤을 법한 일에서부터 머릿 속에 어떤 노래가 계속 반복적으로 들린다거나 어디선가 경험하거나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데자뷔 현상까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소재들을 다룬다.


23가지의 다양한 주제들 중에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두 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그 중에 첫 번째는 영어에 한 맺힌 한국인 중 특히 자녀에게 영어 조기교육을 시켜야할지 말지 고민 중인 부모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법한 내용이다.


바로 " 아기에게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게 하면 언어 발달에 지장이 있는가? " 라는 주제인데 이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하게 되면 모국어가 서투르게 되서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언어는 언어가 충분히 발달하기 이전인 어린 시절에 외국어를 배워야 체화돼 자연스럽게 2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저자가 어떤 게 맞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거나 환경에 따라 다르다거나 중립적인 의견을 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에서는 과학적으로 확실한 답을 내려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 아기에게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좋다. 이중언어 사용자는 단일언어 사용자보다 메타언어 능력과 논리적인 능력, 창의성, 추상 능력도 더 뛰어나게 만든다" 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은 읽기과 쓰기를 더 빨리 배우고 단어와 의미의 관계에 대한 이해력도 더 높을 뿐만 아니라 두 개의 언어를 혼동하지도 않았으며, 두 언어 간의 차이를 통해 개념을 뒤섞어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창의하는 능력 또한 뛰어났다고 한다. 이런 이중언어의 긍정적 영향은 성인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기억력에 중요한 신경 네트워크가 강화돼 알츠하이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책에서 싫다거나 혹은 흥미가 없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외국어를 교육시키는 것도 좋다고 한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두 번째는 "뇌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선의 결과를 원하는 게으름뱅이"라는 주제이다. 한 마디로 뒹굴뒹굴 소파에 누워서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며 가급적 힘을 안 쓰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과제에 집중하는 것보다 차라리 화상을 입는 것 같은 고통스럽고 불쾌한 느낌을 견디는 걸 더 선호할 정도라고 하니 뇌는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게으르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뉴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뇌는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에 대해 자주 등장했었는데 실제로 우리의 뇌는 어떤 과제에 집중할 때 원하는 정보를 제외한 주변 정보는 모두 흘려버림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아낀다고 한다.

난 아닌데 tv 보면서 공부하거나 글을 쓰는 것도 잘하는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이건 뇌가 빠른 속도로 집중하는 대상을 옮겨가는 것이지 실제로 2가지를 모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왜 이렇게 운동은 하기 싫은 걸까?에 대한 답도 이 주제에서 밝혀지는데 뇌는 노력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몸을 쓰는 일에서도 역시 에너지를 쓰지 않는 방향으로 쉽게 기운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하는 활동을 자동적으로 선호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운동이라는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은 뇌의 자동성과 싸워서 이겨내야 하는 엄청난 일이었던 것이다. (역시 운동을 하기 싫은 건 내가 의지박약이거나 게을러서가 아니고 뇌가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렇게 에너지 소모가 적고 편한 것이 우리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많기 때문에 뇌의 명령을 무시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작가는 조언한다.



저자가 뇌과학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인지 전반적인 책의 문체 또한 이야기하듯이 구어체로 편하게 쓰여져 있고 평소 뇌과학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라도 쉽게 이해하고 빠져들 수 있게 흥미로운 주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뇌과학이라고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가벼운 교양서적으로 편하게 접근한다면 나도 모르는새 우리의 마음과 뇌의 작용에 대해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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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마시 코트렐 홀.엘리자베스 엑스트롬 지음, 김한슬기 옮김 / 웨일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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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요즘 가장 두려운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나이들어 가는 것'이라고 할 것 같다. 어느 덧 파릇파릇하고 혈기 넘치던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는 나이에 들어서자 아침에 일어나기가 점점 힘들고, 여기저기 삭신이 쑤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주변 사람들의 부모님이나 가까운 지인들의 부고 소식을 들을 일이 늘어나니 새삼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외모나 재력, 체력 등 개인마다 각각 차이가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빠짐없이 공평한 것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다. 수 백억 자산가든, 돈 한푼 없는 빈털터리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노화는 찾아온다. 물론 노화를 준비하는 방법이나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한 살 먹는 것만큼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모두가 겪는 일이지만 모두가 두려워 하는 것이 바로 늙는다는 것이다.

조금씩 늘어나는 주름살이나 뱃살, 흰 머리 외에도 정신적, 신체적으로 약해진 나의 미래를 상상해보면 암담하기만하다. 물론 요즘은 100세 시대라 노인의 기준인 65세를 지나도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노인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상상할 수가 없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노화와 죽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를 읽어 보게 되었다.

이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는 노인의학 전문의로 거의 30년간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노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찰해왔다. 물론 그 중에는 몸이 편치 않아 휠체어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현재 생활에 만족하며 쾌활하게 생활하는 노인들이 많았다. 저자는 이렇게 즐겁게 노년 생활을 보내는 노인들을 가깝게 지켜보며 이들이 이런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3가지 이유를 꼽았다.

이 3가지 이유에 대해 책에서는 3개의 챕터를 나눠 설명하고 있는데 이 중 첫 번째인 목적성은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게 하는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적성은 다른 말로 '삶의 보람'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다른 가족들에게 요리를 하기 위해서든 반려견 혹은 반려 식물을 키우기 위함이든 어떤 활동이 되었든지간에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행동하고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적응력은 과거의 젊고 건강했던 시절을 계속해서 돌이켜보며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노화한 현재의 삶과 신체능력의 저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적응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배우자나 가까운 지인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이나 암, 치매 등 병마와 싸우며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여전히 내가 누릴 수 있는 사소한 기쁨을 느끼고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가며 여전히 남아있는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마지막 계획성은 건강한 노년기를 위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것들에 관한 것으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심혈관계 질환이나 방광,신장,생식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들과 이미 찾아온 통증에 대처하는 방법, 건강에 도움이 되는 지중해식 식단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실천할 수 있는 세부적인 지침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인구의 상당수가 100세 이상이며, 비교적 건강하게 장수하는 지역인 블루존의 노인들의 실생활에 대한 많은 인터뷰가 담겨있다. 인터뷰를 한 사람들 대부분이 90세가 넘는 고령의 노인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현재의 생활을 충분히 누리며 즐기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스스로 걸어서 거동하기가 불편해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거나 병마와 싸우고 있는 노인들도 있었지만 본인의 현재 상태에 대해 절망하거나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지 않았다. 현재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하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도 크고 작은 행복들을 찾기 위해 노력해 주변사람들까지 행복이 전염되도록 만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노화라고 하면 쉽게 병(病), 사(死)만 연관지어 생각하며 막연히 두려워 하기만 한다. 천하를 다 가진 진시황조차 불로초를 그렇게 찾아다닌 것을 보면 늙음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만인에게 적용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행복한 노년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사례들을 보면서 그런 막연한 공포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세상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준비해 나가는 것이 유병장수 시대를 맞이한 우리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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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보기 부끄러워 묻지 못한 재무제표 상식 -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재무제표 상식 A to Z
이병권 지음 / 새로운제안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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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주식인구 천만시대이다. 기존에도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식이나 비트코인으로 돈 좀 벌었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20년 말에 비해 21년 말에는 거의 50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새롭게 주식 시장에 뛰어 들었다고 한다. 물론 계좌를 여러 증권사에서 만든 사람들이 포함되어 허수가 있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높은 증가치인 것은 분명하다.

돈복사(?)나 마찬가지라며 불타오르는 주식시장에 탑승하려는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과연 주식시장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까라고 생각해보면 막상 그러치는 않다. (당장 내 계좌부터 ㅠㅠ) 실제로도 주식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5~10%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팬데믹 때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주식 시장은 피크를 찍은 후 가파르게 하락했고, 꼭지에 투자해 물린 사람들의 계좌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년 꾸준히 성장하며 최고치 주가를 갱신해가고 있는 기업들은 있으니 이런 가능성을 지닌 기업들을 선별하고 투자하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물론 시장 분위기에 따라 실적과 관계없이 장미빛 미래를 꿈꾸며 주가가 상승하는 기업들도 있지만 실적이 동반되지 않는 기업들은 언젠가는 곤두박질치게 된다. 결국 트랜드에 따라가는 종목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꾸준한 이익을 내며 성장하는기업이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재무제표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이 책 「물어보기 부끄러워 묻지 못한 재무제표 상식」 은 완전 쌩초보를 위한 책이라고 보긴 어렵다. 물론 회계의 기본 개념과 계정에 대한 설명들을 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자산, 부채, 자본에 대한 기본개념이 없는 상태로 이 책을 읽기는 무리이다. 재무상태표나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의 구조나 계정과목의 의미 정도는 알고 있어야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 물어보기 부끄러워 묻지 못했다고 한 것만 봐도 재무제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겉핥기 식이라 계정이나 숫자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정확히는 몰라서 물어보기 부끄럽다라고 보는게 좋을 것이다. 오히려 아예 모르면 물어보기 부끄럽지 않다 ㅎㅎ

최근에는 재무제표를 보기 좋게 그래프로 변환해주는 사이트나 프로그램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머리 아프게 재무제표를 보지 않더라도 매출이나 영업이익, 현금의 증감 등 기본적인 정보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재무제표를 읽을 줄 알아서 겉으로 보이는 숫자만 볼 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재무제표를 읽는 법이 아니라 재무제표에 기재된 숫자의 숨겨진 함의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의 자본 증가 대비 매출이 비례해서 증가하지 못하는 기업은 일단 주의해야 하는 이유나 금융손익을 통해 부자회사와 가난한 회사를 구분해내는 방법이라던가 증자와 감자, 주식분할이 주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초보자라면 쉽게 알아채지 못했을 시그널들을 알아채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결국 주주가 된다는 것이고, 주주의 목적은 기업에 투자해 이익을 공유받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직접 회사를 세우고 운영하기는 힘드니 주식 취득을 통해 우리보다 더 잘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기업을 맡겨 이익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 동안은 회사가 잘 굴러가고 있는지, 영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이 그저 그래프만 보고 투자하고 있었던 것 같아 반성하게 되었다.

재무제표를 보는 것에는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만큼 어렵거나 위험한 것은 아니니 작은 노력을 통해 긴 미래를 대비한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통해 재무제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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