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뇌가 버벅거립니다 - 느려진 뇌의 컨디션과 집중력을 되찾는 사소한 습관
히라이 마이코 지음, 곽범신 옮김 / 공감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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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30대 중반의 젊은 의사가 전 세계에서 5명 정도밖에 보고되지 않은 뇌종양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전 세계에서 5명이니 아마 모르긴 몰라도 로또보다도 더 낮은 확률이 아닐까 싶다.

이런 극악한 확률의 뇌종양에 걸린 의사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인 히라이 마이코다.

다행히 뇌종양 치료는 무사히 끝났지만 마치 뇌가 바뀐 듯한 정도의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게 되었고 의사로서의 생활 또한 위태로워졌다. 책을 15분도 읽기 어려울 정도로 집중력이 저하되고 간단한 대화나 TV 시청이 어려울 정도로 지구력도 떨어졌고 샤워를 끝마치지 못할 정도의 피로감이 몰려왔다고 한다.

하지만 뇌수술 이후의 이런 부작용에 대한 연구나 논문도 거의 없던 상황인지라 결국 저자가 직접 자신을 대상으로 '뇌의 컨디션을 정돈하는 법'을 실험했고 1년간의 연구를 통해 과학적 검증을 이루어냈다.

이런 실험을 거쳐 1년이 지난 현재 저자는 뇌종양 이전보다 오히려 뇌의 컨디션과 능률이 좋아졌고 피로와 편두통 또한 사라졌다고 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뇌를 개선시킨 1년간의 연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그 방법이 새로운 약물 투여나 어려운 공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라 뇌종양이나 치매 등과 같은 뇌의 심각한 문제를 지닌 환자가 아니더라도 뇌의 능률을 올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따라해 볼만하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에서는 우리의 뇌가 왜 버벅이는지, 우리의 뇌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설명한다. 뇌 기능을 저하시키는 요소 중에는 누구나 다 예상할만한 만성 스트레스 뿐 아니라 대기오염이나 소음도 해당된다는 점이 눈에 띄였다.

2번째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뇌의 파괴를 막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데 모든 의사가 하는 말이자 만병의 근원적 치료법인 "운동"을 주제로 하고 있다. 운동은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정신적 기능, 뇌 기능을 향상시키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무작정 '운동하면 뇌가 건강해져요'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데 주의력, 공간 지각 능력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복합적 개입 운동인 '저글링'이 뇌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 밖에도 새로운 언어를 학습하거나 기존에 해본 적 없는 악기를 배운다거나 춤을 배우는 것도 뇌에 새로운 자극을 줘 신경 세포의 가소성에 도움이 된다.

또한 운동 중에서는 근육 운동이나 스트레칭 보다는 "빨리 걷기"가 뇌의 회춘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유산소 운동이 뇌 유래 신경 영양 인자인 BDNF를 늘리고 해마를 크게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한 운동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때 심박수는 최대 심박수의 70~75% 정도가 되는 것이 적당하다고 하니 참고하자.

4번째 장에서는 '고독'이 사고력이나 판단력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설명하며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물론 그렇다고 '뇌 건강을 위해서 지금부터 친구를 잔뜩 만드세요.'가 해결책은 아니다. 뇌과학적으로 친한 친구는 2명 정도면 되고, 그 밖에는 넓고 느슨한 관계가 있으면 충분하다고 한다. 느슨한 관계는 말 그대로 고민을 털어놓거나 위급한 상황에 부를만한 관계는 아니지만 그저 오다가다 인사를 나누거나 사소한 잡담을 나눌 정도의 가벼운 관계라고 보면 된다. 만일 이런 느슨한 관계가 없다면 모르는 사람 혹은 얼굴만 아는 사람과의 한 두마디 인사 정도로도 고독감이 누그러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위에 소개한 내용 외에도 인생의 목표와 목적을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살기 위한 실천방법도 소개하고 있는데 현재 목적없이 인생이 표류하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 내용들이었다.

인간의 뇌에 대해서는 밝혀진 사실보다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명확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뇌가 느려진 원인이 있다면 반대로 뇌를 빠르게 만들 방법 또한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예전과 다르게 머리가 점점 느려지고 흐릿해져 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오히려 예전보다 더 빨라진 두뇌 회전에 스스로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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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필수 문해력 수업 - 잘 읽고, 잘 쓰고, 잘 말하기 위한 지적 어른의 교과서
조기준 지음 / 아토북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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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AI 시대의 필수 문해력 수업」이지만 사실 문해력은 AI와 상관없이 예나 지금이나 필요한 능력이다. 다만 문해력의 중요성은 과거보다는 현재로 올수록 더 강조되고 있는데 과거보다 현재의 교육 수준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문해력이 저하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기기의 보급화와 코로나를 거치면서 피상적인 인간관계가 늘어나면서 서로 상호작용을 하며 대인관계를 맺는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디지털 기기를 통한 영상시청이 늘어나면서 과거보다 독서를 덜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단순히 책을 안 읽어서라고 하기엔 입시를 위한 국어 교육이나 기타 다른 교육을 통해 충분한 학습이 이루어 지는데도 유독 문해력에 대한 문제점이 많이 언급된다. 특히 인터넷 카페나 기사 등을 통해 관련 사례들이 많이 소개되는데, '시발점', '심심한 사과', '금일' 등과 같은 단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도리어 그런 단어를 사용한 화자를 공격하는 경우들이다.

이런 사례들은 문맥상 좀 이상하다라고 생각되는 단어를 검색만 해봐도 쉽게 해결될 일인데 그런 과정없이 무조건 '내가 이해하지 못할 단어를 사용하다니 니가 잘못했다.'라는 태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요즘 문해력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사실 문해력이 떨어지는 현상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사람들의 태도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도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 책을 많이 읽어라, 국어사전으로 꼭 뜻을 찾아봐라와 같은 기술적인 이야기보다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문장과 단어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글의 톤과 뉘앙스를 조절하는 법,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거절하는 방법 등 소통방식에 더 무게를 두고 설명하고 있다.

책은 총 4개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파트부터 세 번째 파트까지는 더 잘 읽기, 더 잘 쓰기, 더 잘 말하기를 마지막 파트에서는 더 잘 이해하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 파트에는 가상의 신입사원인 승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갓 입사한 시점부터 팀의 핵심인재로 자리잡기까지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승훈의 시점에서 첫 파트부터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모든게 어설펐던 신입시절에서부터 마지막 파트에서 부쩍 성장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뿌듯한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더 잘 읽기' 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문해력의 기초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우리가 친구와 대화할 때 흔히 사용하는 ㅇㅇ 혹은 ㄱㄱ, ㅎㅎ와 같은 줄임말을 회사 내에서 사용했을 때 어떤 불상사(?)가 생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이런 줄임말은 친구 사이에서는 숨쉬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사용하지만 회사라는 공적인 공간에서 사용했을 때는 화자의 신뢰도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두 번째 '더 잘 쓰기'에서는 메일이나 보고서를 쓸 때 어떤 말투를 사용하고, 논리적으로 문장을 구성하려면 어떤 식으로 구성하는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사용하는 비즈니스 메일을 쓸 때 친근하고 편안한 구어체가 아닌 공적이고 정중한 문어체를 사용한 메일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는데 처음 직장생활을 하게 된 신입사원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세 번째 '더 잘 말하기'에서는 발표나 회의, 보고를 할 때 필요한 능력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핵심만 간략하고 명확하게, 이해하기 쉽게 보고서를 작성하는 법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많은 공감이 됐다.

주어와 서술어가 길어질수록 핵심 파악이 힘들기 때문에 주어와 서술어를 가까이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나 역시도 하고 싶은 말이 많고, 자세히 설명하고 싶어 이런 실수를 자주 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파트였다.

마지막 파트 '더 잘 이해하기' 에서는 실제 회사 내에서 소통할 때 유용한 기술들을 풀어내는데 특히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알 수 있었다. 거절이 부담스럽고 어려울 때는 정중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관계를 어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내 마음도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것을 안다면 회사 내에서 적을 만들지 않고 원만한 회사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각 에피소드들이 신입사원인 승훈이 실수를 경험하고 바로잡으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신입사원이나 혹은 앞으로 취업을 앞둔 사회 초년생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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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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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퀴즈에 나온 배우 송혜교가 인터뷰 도중 이런 말을 했었다. "작품이든 무엇이든 너무 원하면 항상 제 것이 안 되더라고요."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이 말에 공감한 시청자들이 많았을 것 같다. 무슨 일이든 너무 간절히 원하면 오히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행복 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행복해지겠다는, 행복이 인생 최대의 목표라며 집착하면 할수록 행복은 오히려 더 멀어져 버리곤 한다.

그래서 저자 또한 이 책의 제목처럼 행복에 집착할수록 더 불행해진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행복 강박」 이라는 제목만 봐도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뭔지 충분히 짐작이 되는데 역시나 행복 만능주의의 위험성과 무조건적인 긍정주의의 폐해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몇 십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더 시크릿」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이 책의 주제는 내가 강하게 원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 전 우주가 도와준다(?) 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보면 사람들이 낙관주의에 대해 얼마나 강한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아주 열렬하게 생각하기만 해도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니 이 얼마나 편리하면서도 안심이 되는 주장인가.

이와 반대로 저자는 원래 내 뜻대로 안되는 것이 인생이며 실패와 불안, 고통과 죽음 등 불확실성도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온전히 자기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비관적이며 최악인 상황을 가정해보는 것이 오히려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고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시각적으로 상상한 것과 실제 일어난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이미 그 일을 이룬 것으로 착각해 오히려 덜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덜 노력한 결과는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실패로 이어진다.

만일 긍정의 힘으로 나에게 그런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 일이 발생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인지 각인시키고 혹시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이 잘못된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미리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상상해보면 예상외로 그렇게까지 끔찍하진 않고 자신의 막연한 두려움이 과장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회피하지 않고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스토아 철학자들이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인 "부정적 시각화"이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경우를 가정하며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언제든지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너무나 당연해서 소홀히 여기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애정을 가지고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가족, 친구, 건강 같은 것들 말이다.

'메멘토모리'라는 유명한 말처럼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가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매순간 기억한다면 지금 내 옆의 배우자가, 내 아이가, 내 부모님이 얼마나 소중한지 매순간 되새기게 될 것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의 부정적 시각화는 내 머리 속에 사는 괴물이 막연한 불안을 먹고 더 커지는 것을 막아주고, 그 괴물이 진짜 괴물이 맞긴한지 밝은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게 해주는 장치인 것이다.

이 밖에도 완벽주의를 버리고 실패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때 더 큰 성장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이야기도 많은 도움이 됐는데, 평소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이 있었던 나로서는 실패에 대한 공포를 막연히 실제보다 더 두렵게 여겼던 것 같다. 도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패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성장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며, 실패하더라도 세상이 무너지거나 인생이 망하는 게 아니라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실패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평소 자신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었든 비관적이었든 관계없이 진정한 행복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사람이라며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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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투자하다
원수섭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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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벤처캐피탈에서는 도대체 어떤 지표와 기준들로 피투자기업을 선정하고 기업의 가치를 정하는지 궁금해서였다. 그래서 「인문학으로 투자하다」 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인문학보다는 "투자"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앞으로 어떤 산업이 유망할지, 어떤 기업들이 대박이 날지 힌트를 얻고자 하는 의도였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책을 읽기 전 기대와는 달리 유망산업과 앞으로 상장할만한 기업에 대한 정보보다는 어떤 자세와 기준으로 사람을 대하고 삶을 살아야 하는지 저자의 깊은 고민이 느껴져서 이 책을 선택한 나의 의도가 상당히 불순(?)하게 느껴졌다.

물론 벤처캐피탈의 구조와 투자방식, 기업가치 평가 방법에 대한 설명들도 간략하게 등장하지만 그래도 주제는 투자와 인생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투자 철학'이란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생각의 길과 그것을 찾는 삶의 방식' 이라고 말한다.

이 기업이 우리 회사에 얼마나 돈을 벌어다줄까, 상장해서 엑시트가 가능할까 같은 손익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이 아니라 어떤 신념과 도덕적 기준으로 기업을 선정하고 창업자의 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내용은 크게 3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투자자들에게, 2부는 창업자들에게, 3부는 저자가 추천하는 도서들에 대해 소개한다.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워렌버핏과 찰리멍거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아마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어쨌거나 투자자라면 누구나 이 두 사람을 존경하고 흠모할 것이다. 두 사람의 몇 가지 투자철학 중 한 가지가 '리더'의 중요성인데 '신뢰할 수 있는 성품과 올바른 도덕 기준'을 가진 사람인지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저자 또한 1부에서 자신의 여러가지 투자철학 중 CEO의 인품이나 성향을 투자기업을 선정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뽑고 있다.

그 예로 저자는 IR 발표 자료에 대표 본인의 사진이 크게 실려 있는 자의식 과잉(?) 의 나르시시스트를 경계한다고 한다. 단순히 나르시시스트가 별로라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나르시시스트의 성향상 충고를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여기고 자신의 부족함과 단점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나르시시즘의 극단에 있으면서도 성공한 스티브잡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같은 인물들도 있지만 본인의 능력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주 드문 경우이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면서 창업자들의 나이가 2,30대인 경우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IT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술 스타트업들 중에서도 성공적인 상위 0.1% 기업의 창업자들이 창업에 뛰어든 평균 나이는 44.3세로 더 늦은 나이에 창업할 수록 성과가 좋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데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젊은 두뇌가 더 유리할 수 있지만 좋은 회사를 만드는데는 축적된 경험과 원숙한 판단력, 장기적 시각 등이 더 도움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불어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지식을 업그레이드하고 배우려는 노력이 수반된 창업자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성공적인 투자자로 살아가기 위한 멘탈 관리나 확률적이고 독립적 사고로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라이프 사이클 구축, 자신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극복하고 책임을 받아들이는 자세 등 투자자로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어떤 마음으로 꾸려나갈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혹시 벤처캐피탈이나 펀드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이 책을 봐도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다면 그런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전문적인 단어나 내용이 종종 등장하긴 하지만 저자가 현장에서 겪은 사례들을 통해 쉽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전혀 어렵지 않았다.

혹시 벤처캐피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벤처캐피탈 심사역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거나 투자를 받고 싶은 창업자라면 심사역들이 어떤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하는지 힌트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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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모르고 있는 내 감정의 속사정 - 화내고 후회하는 당신을 위한 심리 처방전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미정 옮김 / 생각의날개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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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욱! 하고 화를 내고 뒤돌아서서 후회한 적이 있을 것이다. 상대가 친구, 연인, 자식, 혹은 직장동료 등 누가됐든 욱의 결말은 항상 후회였다. 찰나에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그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해 상대방에게 모진 말을 내 뱉고는 결국 후회를 하고 마는데, 다음에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항상 반복된다. (혹시 어린 아이들을 양육하고 있는 부모라면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하루에 한 번만 욱하더라도 매우 양호하다고 칭찬하고 싶다.ㅎㅎ )

어쨌든 욱의 끝=후회 가 반복되니 결국 모든 원망은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고, 자책하다 못해 스스로를 비난하고 싫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렇게 화내고 후회하는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사람들이 '감정적'이 되는 원인과 욱하는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쉽고 편안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지만 딱딱한 정신과적 전문용어는 지양하고 쉬운 말로 친절하고, 다정하게 이야기하기 때문에 누가 읽어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내용을 시작하기 앞서 저자는 "감정적" 인 것과 "감정"은 분명히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한다. 욱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감정적'인 상태가 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감정'을 놓아버리거나 '감정'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일어난 감정이 '감정적'인 상태로 표출되는 것에 대해 제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챕터에서 사람이 왜 '화'가 나는지 그 이유들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는데 계획형인 내 성향에 딱 맞는 이유가 등장해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사람이 분노하게 되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예정의 어긋남" 이라고 하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 경우도 계획해 놓은 일정이 갑자기 바뀌거나 틀어질 때 짜증, 혹은 분노가 치미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저자는 이런 예정의 어긋남으로 인한 분노가 일어날 때는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상대방에게 본인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하라고 조언한다.

보통은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않기 위해(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싸움밖에 안되니까) 이건 굳이 열받을 일이 아니라며 스스로의 감정을 부인하고 화가 가라 앉을 때까지 기다리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는 본질적인 해결방법이 아니며 아무리 부정적인 감정이라도 그 자체를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한다. 화가 난 상황에서 누군가가 내 감정에 공감을 해주고 맞장구를 쳐주면 화가 가라 앉듯이 남이 아닌 스스로가 자신의 감정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공감해주는 것이 오히려 '감정적'이 되지 않는 첫 걸음인 것이다.

다섯 번째 챕터에서는 아래와 같이 쉽게 감정적이 되지 않기 위한 7가지 습관을 제시한다.

쉽게 감정적이 되지 않기 위한 7가지 습관

1.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한다.

2. '상대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3. '친구 노트'를 쓴다.

4. 주어를 '나'로 바꾸어 생각한다.

5. '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춘다.

6.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7. '마음의 셔터'를 내린다.

위의 7가지 습관 중에 다섯 번째 '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춘다.'는 문장만 봐서는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를 해야만 한다.'는 강박적인 마음을 버리라는 것인데 '~해야 하는데, 저 사람은 그러지 않는다.' 와 같이 자신의 옳음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나의 옳음에 동조하지 않는 상대방을 보면서 피해의식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만 하는데 누군가가 새치기를 한다거나 약속 시간을 지켜야 하는데 수시로 어기는 친구가 있다거나, 자식이라면 마땅히 아프신 부모님의 병간호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형제가 있다거나 등등 다양한 상황에서 '나는 힘들게 하고 있는데, 저 사람은 그렇지 않다.'라는 피해의식이 생기게 된다.

물론 새치기를 하고, 아무렇게나 약속을 어겨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아니라 나는 '~하고 싶다'는 마음을 의식하며 '하고 싶은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높아지고 '감정적'인 상태에 빠지지 않게 된다고 한다.

아마 분노, 화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을 피해의식이 차지할 것 같은데 다섯 번째 습관은 이런 피해의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일이 됐든 스스로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면 다른 사람이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나만 그렇게 하면 되니까 피해의식이 생길 일이 없는데 자발적이 아니라 다른 사람, 혹은 사회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반쯤 등 떠밀려 해야 되니까 하는 일일 때는 남들이 하지 않는 꼴(?)을 보기가 힘들어진다. '나는 이렇게 힘들게 하고 있는데 너는 왜 안해.'라며 억울한 마음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일이 어떤 일이 됐든 자발적으로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인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의식적으로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상만사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한 두 가지겠냐만은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잘 인식하고 컨트롤 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평생 헤어지지 않는 가장 친한 친구를 하나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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