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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 하버드 최고의 뇌과학 강의
제레드 쿠니 호바스 지음, 김나연 옮김 / 토네이도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라는 다소 직관적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인간의 인지 기능과 관련된 뇌과학 이야기이다.
그런데 의외인 점은 인간의 인지 기능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순수하게 뇌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의 매커니즘을 실제로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심도깊게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꼭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설득하는 스킬을 얻고 싶거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어떤 식으로 자료를 작성하고 발표를 해야 청자의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공부한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많았다.
특히 책 초반에는 중요한 발표를 앞둔 직장인이 눈여겨 보면 좋을만한 내용들이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다.
보통 사람들은 듣기와 읽기를 동시에 할 수 없다고 한다. 즉 발표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 것과 동시에 유인물을 읽을 수 없다는 뜻이다. 언뜻 생각하기엔 듣는 것과 읽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말이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자.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말하는 것처럼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이 보기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지만 본인이 소리를 내어 읽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발표를 할 때 발표자의 말을 듣는 것과 함께 유인물을 읽는 것은 마치 두 사람이 말하는 것을 동시에 듣는 것과 같다. 결국 청자의 관심과 집중은 두 목소리 사이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도 집중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저자는 발표 자료에 가급적 많은 텍스트를 넣기 보다는 최대 7개를 넘지 않는 키워드만을 포함하고 자세한 내용이 담긴 텍스트 자료는 발표가 다 끝난 후 배포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키워드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은 시각적 이미지로 대체하는 것이 좋은데 시각적 이미지도 한 슬라이드에 여러 이미지를 넣는 것보다는 하나의 이미지만 넣고, 매 슬라이드마다 정해진 위치에 이미지가 오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앞서 누군가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동시에 글을 읽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했다. 이는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집중할 수는 없기 때문인데, 반면 청각과 시각은 서로 다른 처리 경로를 통해 두 개의 감각을 하나의 통합된 신호로 결합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시각 이미지는 발표자의 말을 이해하는데 더 효과적인 장치가 된다. 어떤 상황은 구구절절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이미지 하나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밖에도 발표자료를 작성할 때 스크롤바를 움직이지 않도록 가로선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거나 지루함을 깨고 싶을 때는 공간적 예측 가능성을 피하는 것이 좋다거나 디지털 자료보다 인쇄물이 더 적합한 이유 등등 발표시 참고하면 좋을 다양한 팁들을 과학적인 근거와 함께 설명하고 있어 발표를 앞둔 사람들이라면 많은 도움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4장부터는 사람이 어떻게 배우는지 학습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수험생들 뿐만 아니라 공부, 운동 등 어떤 것이든 배우고 익혀야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이어진다.
옛날 옛적 학창시절, 공부할 때 클래식을 들으면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거나 공부한 게 머리 속에 더 잘 들어온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모차르트, 베토벤 등등 클래식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 저자가 명확한 해답을 준다.
'공부하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 학습에 도움이 되는가? ' 라는 질문의 답은 '음악이 백색소음일 경우에는 더 도움이 된다.' 이다.
음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음악 자체에 집중하지 않을 만큼 예측 가능한 노이즈 수준일 경우, 음악은 귀로 들어가 뇌의 특정 영역 안에서 패턴을 촉발하여 '집중력 네트워크'를 통해 공명할 수 있고,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해석하는 일을 더 쉽게 해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즉 노이즈 수준의 반복적인 소리는 내가 하고 있는 공부 내용에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얘기다. (이런 결과를 보면 사람이 많은 커피숍에서 공부할 때 오히려 공부가 잘된다는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항은 사람마다 백색수준의 음악 수준이 다르다는 것이고, 특히 예상할 수 없는 음악이 무작위적으로 재생되는 것은 절대,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밖에도 단어나 간단한 정보를 외울 때는 앞면에 문제나 있고 뒷면에 정답이 적혀 있는 플래시 카드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은 도구라고 추천하는데, 이 플래시 카드는 개인적으로 학창시절 영어 단어를 외울 때 가장 많이 도움을 받았던 방법이기도 하다.
기억력이 나쁜 편이라 영어 단어를 외우는 일이 가장 힘들었는데 단순히 쓰고 읽기만 해서는 몇 시간만 지나면 금방 까먹곤 했었다. 당시 영어 선생님이 단어를 다 외우지 못하면 나머지 공부를 시키시는 성실한 분(?) 이셔서 일찍 집에 가려는 마음에 찾은 것이 이 방법이었다.
손으로 쓰는 것보다 시간도 적게 걸리고 지하철 안에서도 카드만 있으면 외우기 편했기 때문에 자주 볼 수 있어 몇 달 뒤에는 몰라볼 정도로 영어 단어를 쉽게 외울 수 있었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도 있어서인지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들이 더 신뢰가 갔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책을 읽으며 중요한 내용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치곤 하는데 이런 강조 표시가 딱히 기억력이 깊어지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단순히 되돌아가 중요한 텍스트 조각들을 다시 읽는 것은 기억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강조 표시한 부분을 본인만의 단어로 번역한 다음 플래시 카드로 질의응답 세트 카드를 만들어 단순한 리뷰에서 회상으로 전환시킨다면 기억 강화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인간의 생각과 학습, 기억에 대해 뇌과학을 근거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많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납득할만한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학습법을 익히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면 좋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