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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강박 - 행복 과잉 시대에서 잃어버린 진짜 삶을 찾는 법
올리버 버크먼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퀴즈에 나온 배우 송혜교가 인터뷰 도중 이런 말을 했었다. "작품이든 무엇이든 너무 원하면 항상 제 것이 안 되더라고요."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이 말에 공감한 시청자들이 많았을 것 같다. 무슨 일이든 너무 간절히 원하면 오히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사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행복 또한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행복해지겠다는, 행복이 인생 최대의 목표라며 집착하면 할수록 행복은 오히려 더 멀어져 버리곤 한다.
그래서 저자 또한 이 책의 제목처럼 행복에 집착할수록 더 불행해진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행복 강박」 이라는 제목만 봐도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뭔지 충분히 짐작이 되는데 역시나 행복 만능주의의 위험성과 무조건적인 긍정주의의 폐해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몇 십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더 시크릿」이라는 책이 있었는데 이 책의 주제는 내가 강하게 원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 전 우주가 도와준다(?) 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보면 사람들이 낙관주의에 대해 얼마나 강한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아주 열렬하게 생각하기만 해도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니 이 얼마나 편리하면서도 안심이 되는 주장인가.
이와 반대로 저자는 원래 내 뜻대로 안되는 것이 인생이며 실패와 불안, 고통과 죽음 등 불확실성도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온전히 자기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비관적이며 최악인 상황을 가정해보는 것이 오히려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고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시각적으로 상상한 것과 실제 일어난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성공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이미 그 일을 이룬 것으로 착각해 오히려 덜 노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덜 노력한 결과는 누구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실패로 이어진다.
만일 긍정의 힘으로 나에게 그런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한다면 오히려 그 일이 발생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인지 각인시키고 혹시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상황이 잘못된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미리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상상해보면 예상외로 그렇게까지 끔찍하진 않고 자신의 막연한 두려움이 과장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과 경험을 회피하지 않고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스토아 철학자들이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인 "부정적 시각화"이다.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경우를 가정하며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언제든지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너무나 당연해서 소홀히 여기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애정을 가지고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가족, 친구, 건강 같은 것들 말이다.
'메멘토모리'라는 유명한 말처럼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가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매순간 기억한다면 지금 내 옆의 배우자가, 내 아이가, 내 부모님이 얼마나 소중한지 매순간 되새기게 될 것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의 부정적 시각화는 내 머리 속에 사는 괴물이 막연한 불안을 먹고 더 커지는 것을 막아주고, 그 괴물이 진짜 괴물이 맞긴한지 밝은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게 해주는 장치인 것이다.
이 밖에도 완벽주의를 버리고 실패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때 더 큰 성장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이야기도 많은 도움이 됐는데, 평소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이 있었던 나로서는 실패에 대한 공포를 막연히 실제보다 더 두렵게 여겼던 것 같다. 도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실패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성장으로 가는 과정일 뿐이며, 실패하더라도 세상이 무너지거나 인생이 망하는 게 아니라는,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실패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평소 자신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었든 비관적이었든 관계없이 진정한 행복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사람이라며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