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머스 : 당신의 브랜드는 좀 더 유명해질 수 있습니다
김유진 지음 / 도서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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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유명해져라. 그럼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쳐 줄 것이다." 팝아트의 대가 앤디워홀의 명언으로 널리 알려진 이 말은 사실 앤디워홀이 한 얘기가 아니라고 한다. 명확한 출처를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을 보면 이 말에는 사람들에게 어필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얘기이다. 뭐가 됐든 일단 유명해지기만 하면 그 이후는 훨씬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요즘같이 마음만 먹으면 개인방송까지도 할 수도 있는 시대는 홍보 하기에 좋은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치열한 경쟁을 부추기기도 한다. 유튜브만 봐도 수 많은 채널들이 있고 그 사이에서 자신을 알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명해질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 그 방법을 활자로 구체화시키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 「페이머스」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페이머스」에서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유명하게 만드는 모든 방법을 총망라하고 있다. 일단 유명해지면 똥만 싸도 사람들이 박수를 쳐준다는 상황에서 유명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흔히 브랜딩과 마케팅 등으로 일컬어지는 시장 전략은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요하지만 쉽게 다가가기는 어려운 분야이다.

꼭 필요하지만 쉽게 접근하기는 어렵다면 전문가를 고용하면 될 일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 브랜딩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내 브랜드는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를 고용한다면 좀 더 빠르게 브랜딩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브랜딩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제품, 서비스, 브랜드에 대해 주인인 나보다 더 잘 알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브랜딩이나 마케팅에 대한 지식은 있을지언정 주인만큼 그 브랜드에 대해 잘 알 수는 없다. 결국 유명해지는 것도 내 브랜드에 대한 이해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다른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렇다면 저자의 말대로 주인인 내가 내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가장 좋은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럴 때 도움받기 가장 쉽고 접근성이 좋은 것이 책이고, 저자 또한 이제 막 시작하는 자영업자들, 스타트업 CEO들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총 8개의 챕터에 각 챕터별로 대략 10개 정도의 브랜딩 방법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웬만한 기초적인 브랜딩 방법은

다 습득한 것과 다름없다. 최대한 쓸데없는 부연설명이나 잔가지를 쳐내고 꼭 필요한 내용들만 군더더기 없이, 예시를 통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깊은 지식이 없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외식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컨설턴트인지라 책에서 등장하는 많은 예시들이 외식업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몰스킨이나 에이스침대와 같이 외식업이 아닌 다른 분야들도 등장하기 때문에 굳이 외식업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사업에 적용할만한 조언들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5번째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라." 챕터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어떤 식으로든 구매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본능을 가지고 있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활동이 가장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브랜딩 방법이다.

해당 챕터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브랜드인 스타벅스와 써브웨이의 사례가 등장하는데 이 두 가게의 특징 중 하나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수용한다는 것이다.

스타벅스의 경우 음료 서비스시 고객 개개인의 이름을 불러주고, 써브웨이에서는 고객이 어떤 토핑을 원하든 원하는대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준다. 물론 스타벅스도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해외에서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옵션을 반영해 음료를 제조해준다.

이는 통제하고 지배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구를 수용한 것으로, 자신의 지시로 모든 메뉴 구성이 가능하며 사소한 요구까지 다 들어주는 서비스를 통해 '내가 이 매장에 가면 대접받는다.'라는 느낌을 받게 해줌으로써 고객의 지갑을 열게 한다.

그밖에도 소비를 통한 과시 욕구와 타인들로부터 인정받는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고 어떻게 해야 내 브랜드가 그런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지 그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브랜딩과 마케팅 방법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유명해는 것을 선택했다면 성공으로 가는 첫 발을 훌륭하게 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첫 걸음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 것이 맞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면 이 책이 길잡이로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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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이라는 중독 -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심리학
토머스 커런 지음, 김문주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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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 라고 하면 보통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까? 일적인 면에서 뭐든지 남들보다 빠르고 깔끔하게 잘해내고 결과물도 훌륭한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가. 뛰어난 일처리로 다른 사람들의 경외심을 한 몸에 받는 그런 완벽주의자를 떠올리기 쉽지만 의외로 완벽주의자들의 일상은 그렇게 멋지지만은 않다.

내 책상 서랍에는 쓰다만 일기장이 한 가득이다. 매년 새해가 될 때마다 올해는 꼭 매일 일기를 써야지라는 생각에 야심차게 일기장을 사지만 막상 며칠 쓰다보면 하루 이틀 빠지다가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쓰게 되고 결국 일(日)기가 아니라 주기, 월기가 되기 일쑤다. 그러다 중간에 정신을 차리고 '오늘부터라도 다시 일기를 열심히 써야지.'라고 결심이라도 하는 날에는 듬성듬성 쓰다만 일기장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중간에 빠진 날짜들이 있는 것이 뭔가 찜찜한데 깨끗한 새 노트에 다시 시작하면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결국 새 노트를 사지만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듯이 새로 쓰기 시작한 일기장도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드문드문 쓰게 되고 또 다시 새 노트를 사러 가게 된다.

처음에는 그저 뭔가 사고싶은 마음에 노트를 계속 사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게 완벽주의의 단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일매일 써진 일기가 아니라 듬성듬성 써진 일기는 내 생각에 완벽하지 않았고, 깨끗하게 처음부터 시작하면 완벽한 결과물이 나올 거라는 생각에 매번 쓰다만 일기장을 서랍에 밀어두고 다시 시작했던 것이었다.

이 외에도 회사에서 보고서를 작성할 때 완벽하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오히려 보고서 작성은 미뤄두고 빨리 끝내기 쉬운 단순한 업무만 하다가 정작 보고서 작성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마감이 목구멍 끝까지 차서야 겨우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자료 조사만 실컷해놓고 막상 시작은 못하는데 이것도 역시 완벽주의의 일종이라고 한다. 이 때 문제는 보고서 작성을 미루면서 머리 속에서는 보고서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해야 되는데, 해야 되는데...'라며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완벽주의는 완벽주의라는 이름과 달리 완벽하지 않은 결과와 스트레스라는 짐만 떠안기는 경우가 많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있다.)

책에서 저자는 완벽주의가 향하는 방향에 따라 완벽주의를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1. 자기지향 완벽주의 2. 사회부과 완벽주의 3. 타인지향 완벽주의로 나눈다.

첫 번째 자기지향 완벽주의는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향한 완벽주의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완벽주의가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 사회부과 완벽주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완벽하기를 기대한다는 신념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끊임없이 평가받고 있으며, 완벽하지 못할 경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가혹하게 평가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타인지향 완벽주의는 다른 사람들에게 완벽을 강요하는 것으로 자신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혹평하며 완벽해지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만약에 자신이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면 이 세 가지 중에 적어도 어느 한 가지는 해당할 것이다. 더 나아가 두 가지, 혹은 세 가지 모두 다에 해당할 수도 있는데 어떤 경우에 해당하든 완벽주의는 공통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리 완벽하지 못하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결국 완벽주의는 기본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불안감을 느끼며, 더 나아가서는 완벽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수치심까지 느끼게 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완벽주의의 문제점과 완벽주의가 개인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을 다룬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자신이 완벽주의에 빠져있고 그 때문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있다는 것을 알아 차리기 쉬워졌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스티브 잡스를 비롯한 여러 유명 인사들이 성공의 근원을 완벽주의로 꼽으며 완벽주의를 칭송하는 경향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완벽주의를 개인의 성향, 성격으로 치부하며 성공의 한 요소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저자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완벽주의가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체제가 만들어낸 심리적 작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각종 광고를 비롯한 미디어에 등장하는 드레스와 정장을 입은 아름답고 날씬한 커플들의 모습, SNS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완벽한 라이프 스타일의 행복한 가족들, 유투브에 나와서 강연을 펼치는 성공한 사업가들 등 어디에서도 실패하거나 서투르거나 결점 투성이인 사람들을 볼 수 없다.

흙수저로 시작했지만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보여주는 미디어에서 성공하지 못한 개인은 그저 완벽해질 때까지 노오력하지 않은 실패자들로 여겨진다.

또한 건강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지도, 너무 적게 먹지도 않으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면서도 휴식을 취하고, 적당한 취미생활을 즐기면서도 일도 열심히 하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면서 사회생활도 잘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각종 미디어가 강요하는 완벽한 인간들의 모습과 모자란 현실의 나와의 괴리감으로 내면의 갈등이 일어나고 그 간극이 커질수록 자신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기가 불편해진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고, 완벽한 무리에 속하고 싶다면 그들과 같아지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으니 모자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기만 한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생활에 스며들어온 완벽주의를 향한 문화적 분위기를 지적한다는 점이 완벽주의를 단순히 개인의 성격 문제만으로 보는 다른 책들과는 결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새로웠다.

물론 개인으로서도 완벽주의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우리가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것들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완벽하지 않은 나를 수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노력 외에도 완벽을 강요하는 사회를 바로 잡으려는 공동체적 노력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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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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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은 구성이 독특한 편인데 목차를 읽어보면 제1장에 가장 먼저 "해결편"이 등장한다. 처음부터 해결편이라니 무슨 말이지 싶었지만 마지막까지 읽고나면 이게 왜 해결편인지 알 수 있다. 결말까지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지만 시작부터 반전을 먼저 밝혔다는 점에서 작가가 독자들을 향해 '맞출테면 맞춰봐'라는 도전장을 내민 셈이라 스토리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해결편을 지나 다음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주인공이 기암관에 가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경제적 이유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리터로 이 일 저 일을 전전하던 주인공은 일용직으로 나간 곳에서 우연히 도쿠나가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평소 가족, 친구와 교류가 없는 비슷한 사정을 가진 두 사람은 가까워지지만 어느 날 도쿠나가는 짭짤한 아르바이트를 찾았다는 말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도쿠나가에게 빌린 돈이 있어 나름의 부채감이 있었던 주인공은 그를 찾기 위해 구인 사이트와 SNS를 뒤지던 중 비슷한 공고를 찾아내 지원한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어떤 장소에서 그냥 3일 동안 가만히 있기만 해도 돈을 준다는 수상하면서도 짭짤한 알바에 주인공도 합격하고, 그렇게 외딴섬의 기암관으로 향하게 된다.

주인공은 '사토'라는 가명과 함께 세계 각지를 여행한다는 '여행자'의 역할을 받게 되었는데 그 곳에는 사토 외에도 알바인지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다른 손님들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손님들 사이에서 당연히 도쿠나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고, 그러던 와중 기암관 주인의 딸에게 이상한 편지가 한 통 도착한다.


"란포는 숨기고 

세이지는 막는다 

마지막으로 아키미츠가 목을 딴다" 


 이 의미를 알 수 없는 편지 이후로 밀실이나 다름없는 외딴섬의 기암관에서 연쇄 살인사건이 시작된다.


결국 알고 보니 이 알바는 돈많은 VIP들이 탐정으로 추리 게임을 하는 역할극이었고, 사토는 그 역할극의 엑스트라로 참석하게 된 것이었다. 다만 문제는 이 탐정놀이에서는 진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사토는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고, 기암관에서 무사히 탈출하기 위해 추리 게임을 빙자한 잔혹한 살인 게임의 진짜 탐정인지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책은 대략 300페이지 정도인데 판형도 그리 크지 않아 분량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전개가 엄청나게 빨랐는데 주인공이 사건 현장인 기암관에 도착할 때까지의 과정이나 살인사건이 처음 발생하기까지 아주 스피디하게 진행된다.(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주인공이 기암관에 도착해 있다. ㅎㅎ) 이후 주인공이 누가 이 일을 요청한 VIP 인지 찾아내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그 사이에 벌어지는 살인사건들의 트릭이 다소 쉽게 금방 밝혀지는 편이라 약간 의아했다. 아직 남은 분량이 제법되는데 금방 연달아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트릭도 금방금방 밝혀지니 남은 페이지들을 어떻게 채워나가려고 그러나 걱정하기도 했는데 마지막까지 읽고 보니 '아, 이게 다 이 결말을 위해 그렇게 빠르게 전개한 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쇄 살인에 대해 설계하고 실행하는 부분이 좀 허술하다, 혹은 너무 성의없이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작가는 역시 다 생각이 있었구나'라는 깨달음과 함께 절정 이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돼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부유층들이 유희를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르고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파리만도 못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오징어 게임이 참가자들의 개인사와 휴머니티를 강조한 드라마였다면 「기암관의 살인」은 게임을 설계하는 사람들을 마치 평범한 직장인처럼 그리며 그들의 애환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선택을 한 주인공 덕분에 후속작이 나온다면 어떻게 진행될까라는 궁금증과 함께 다음 편이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책 표지의 디자인에서도 분위기를 알 수 있듯이 본격적인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라이트 노블로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편지에 등장하는 살인 사건의 모티브가 된 추리소설들을 미리 잘 알고 있는 추리소설 매니아들이라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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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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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다 신조는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매니아 층을 거느리고 있는 흔치 않은 호러 미스터리 작가이다. 호러와 미스터리라는 두 장르가 섞인 경우 호러가 다소 시시한 경우도 많은데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으스스하고 괴기스러운 분위기가 일품이다. 그러다 보니 밤에 혼자 있을 때는 잘 읽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은 밤에도 거뜬히(?)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호러보다는 추리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렸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공포스럽고 괴이한 사건이라도 사실 인간이 한 짓이라는 걸 알게되면 공포감은 훨씬 줄어들기 마련인지라 엄청난 겁쟁이이자 주인공인 덴큐 마히토는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미스터리한 사건을 논리적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평소 호러물을 잘 읽지 못하는 독자들이라도 주인공의 논리적인 사건 풀이를 따라가다 보면 '아, 결국엔 다 사람이 문제지'라는 생각에 공포감이 훨씬 줄어든다.


책에서 계속해서 등장하는 이름인 명탐정 도조 겐야는 작가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비롯한 다른 시리즈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도조 겐야의 이름만 나오기 때문에 굳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읽지 않았어도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걷는 망자」에서는 총 5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각 에피소드마다 다른 사건들이 전개된다. 각 지역에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 사건에 대한 기록을 도조 겐야의 부탁을 받은 대학생 도쇼 아이가 덴큐 마히토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도쇼 아이는 영매사인 할머니로부터 능력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그녀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더 소름끼치게 다가 온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걷는 망자는 5개의 에피소드 중 가장 첫 에피소드로 덴큐 마히토에게 각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도쇼 아이가 직접 겪은 사건이다. 바다에 빠져죽은 사람이 망자가 되어 헤메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씌이고 만다는 '망자길'을 걷던 도쇼 아이가 죽었지만 살아있는,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망자를 목격하고 벌어지는 일에 관한 이야기로 도쇼 아이가 덴큐 마히토와 인연을 맺게 되는 사건이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4번째인 <봉인지가 붙여진 방의 자시키 할멈> 으로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괴담과 비슷했다. 네 명이 방의 각 모서리에 각자 앉아 있다가 다음 모서리에 앉아 있던 사람에게 다가가서 터치를 하면 중간에 한 명이 사라진다거나 혹은 4명이 시작했는데 1명이 더 나타난다는 괴담인데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동안 유행했던 이 구석놀이라는 강령술의 기원이 아마 일본이 아닐까 싶다.

봉인지가 붙여진 방의 자시키 할멈도 방의 네 구석에 한 명씩 앉아 있다가 각자 방 한복판을 향해 기어가 옆에 있는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는데 그 때 다섯 번째 머리가 나타난다는 괴담으로, 이를 직접 시험해 보기 위해 요괴 연구회 회원들이 한 오래된 여관에 묵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평소 미쓰다 신조의 작품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상관 없겠지만 이 책이 첫 작품이라면 다소 일본색이 강하다는 점을 미리 염두해 두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민속학과 호러의 결합이라는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본 특유의 풍속과 요괴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호러를 논리적으로 풀어내긴 하지만 본격 추리를 생각한다면 결말에 이르는 추리가 약간은 뜬금없거나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충분한 조사나 단서 없이 사건에 대한 내용만 듣고서 추리를 해내는 과정이 논리적 비약처럼 느껴지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으스스한 호러의 분위기와 사건을 풀어나가는 저자의 필력은 여전히 흡입력 있고 덴큐 마히토와 도쇼 아이의 티키타카가 또한 돋보이기 때문에 평소 마쓰다 신조의 호러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충분히 기대에 부응할만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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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의 인생 수업
앨버트 엘리스 지음, 정유선 옮김 / 초록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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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가던 사람을 붙잡아 얘기해보자. "당신은 참 비합리적이시네요." 라고.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아마 대부분 화를 내며 본인은 지극히 합리적인 사람이라고 항변할 것이다. 비합리적이란 말은 뭔가 이성적이지 않으면서 논리적이지도 않고 약간은 무식하다(?)라는 뉘앙스라 듣기가 거북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 「위대한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의 인생 수업」 에서는 일단 인간은 비합리적이란 사실을 전제로 시작한다.

저자가 말하는 비합리성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비합리성과는 약간 결이 다를 수도 있는데 "자기 패배적이거나 해로운 결과를 불러오는 모든 생각, 감정, 행동"을 의미한다. 저자는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타고나길 비합리적이며, 이러한 비합리성이 인간의 생존과 행복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비합리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결단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비합리성이라고 하면 한 번에 잘 와닿지 않지만 예를 들어보면 이런 것들이 있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내가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거나 업무에서의 자신의 역량과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동일시 한다거나 혹은 자신이 속한 학교나, 인종 , 나라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매긴다거나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 세상에는 정의와 공정성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것 등이 모두 인간의 비합리성의 예이다.

이렇게 일일이 예를 들어보면 스스로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도 '아, 내가 그 동안 비합리적인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마 일반적으로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한 것이라고 여겼던 생각이나 믿음들도 비합리성에 포함된다는 것에 놀랄 것이다.

이런 비합리성에 대한 신념이 스스로를 괴롭고 불안하게 만들었던 원인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부터가 바로 저자가 개발한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 REBT)의 시작이 된다. 인간의 괴로운 감정의 원인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비합리적 신념이라는 필터를거쳐 불안정한 생각과 감정으로 모습을 바꾸기 때문이다.

"합리적" 정서행동치료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 치료법의 핵심이다.

저자는 "나는 반드시 성공해야하고, 실패하지 않아야 해."라는 것과 같은 독단적이고 무조건적인 사고를 "당위적 사고"라고 지칭하며 이런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요구에서 벗어나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괴롭히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성공이나 인정, 안락함을 간절히 원해" 정도의 '소망'은 "그것이 이뤄지면 좋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고, 그게 없다고 죽지는 않아. 그래도 행복할 수는 있어." 로 끝나기 때문에 실패의 가능성을 열어둬 이것이 실현되지 않았을 때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성공해야 해, 절대 결점이 없어야 해."라는 실패의 가능성은 1%도 고려하지 않는 강박적인 사고는 스스로를 신경증에 걸리게 만들고야 만다.

흔히 과학자들은 100%라는 건 없다고 말한다. 거의 100%라도 항상 99% 혹은 99.9% 라고 1%, 0.1%의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곤 하는데 이렇게 과학적으로 유연한 사고방식과 대처를 우리 삶에도 적용하는 것이 정서적 건강에 이르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면 자신이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바꿀 수 없는 성가신 일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고, 노력없이 쉽게 이룰 수 있을거라는 허황된 기대나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당위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불안과 우울, 분노는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초조함의 강도가 약해질 것이고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과학적인 저자는 100% 완치됩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ㅎㅎ)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당위적 사고에서 벗어나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거스르고 합리적인 사고와 감정으로 바꿀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단계를 나눠서 설명하고 있는데 각 챕터마다 REBT연습을 통해 구체적인 예시를 들고 , 어떤 식으로 당위적 사고에 대해 반박해야하는지 설명한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상담실에 가지 않고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자기계발서' 로 자기계발서의 일종이니 심리학을 다룬 이론서적보다 쉽게 읽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당위적', '통찰' '비합리적 신념' 등 일상생활에서 잘 사용하지 않거나 다소 추상적인 단어들이 자주 등장해 초반에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저자의 이론에 대한 설명 뒤에 이어진 구체적인 예시들 덕분에 초반의 걱정과는 달리 쉽게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도입부에 약간의 허들만 넘는다면 '세계 3대 심리학자' 라는 앨버트 엘리스의 상담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인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강박과 신경증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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