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의 정석 -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정구철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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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 이 회사에서 어디까지 올라가는 것이 목표인가요?"

그 때 내 대답은 "높게 올라가는게 목표가 아니라 가늘고 길~게 가는거요." 라고 했다.

내 목표는 임원이나 대표가 되는게 아니라 그저 조용히 정년을 채우고 은퇴하는거였다. 딱히 큰 욕심도 없었거니와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았고 또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임원이나 대표같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공무원처럼 가늘고 길게 수평으로 넓게 가는게 목표였는데 슬프게도 지금은 이게 임원이나 대표가 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되버렸다.

IMF 이전에는 일단 한 회사에 입사하면 그 회사에 뼈를 묻는걸 당연하게 생각했었고 또 그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최근에는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를 쓰면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 사오정, 오륙도 같은 신조어가 생겨나고 승진하면 할수록 조만간 회사를 나갈 날이 머지 않았다는 생각에 오히려 승진을 기피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래서 이젠 평생직장을 꿈꾸기 보다는 적당한 시기에 회사를 바꾸거나 혹은 직업 자체를 바꾸거나 그것도 아니면 투잡, 쓰리잡에 부업까지 해가며 나중을 대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직은 사실 회사에서 나가라는 말을 듣기 전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먼저 내 발로 나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막상 취직을 하고 보니 내 적성과 맞지 않거나 혹은 어딜가나 있다는 또라이(?) 상사 때문에, 혹은 내 기대보다 못한 연봉 때문에 등 다양한 이유로 결정한다.

보통 입사 3년 이내의 새내기들은 취직이 워낙 어렵다보니 내 적성이나 전공과는 관계없이 붙여만 주시면 무조건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는 마인드로 나를 오라는 곳이면 그게 어디든 가다보니 막상 취직한 이후에 이 일이 나와 맞는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진로 고민은 대학 가기 전에만 하는 줄 알았더니 이건 뭐 취직을 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진로고민의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연차가 쌓인 이후에는 내 미래 = 회사의 미래가 되다보니 회사의 상황이 어렵거나 혹은 비전이 보이지 않는 경우 이직을 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이직할 때 고려해야하는 요인들과 이직에 적합한 시기를 비전,커리어 / 처우 / 조직문화의 측면으로 구분하고 지금 당장 이직을 해도 되는 경우, 그리고 아직은 조금 기다려야할 경우, 아무리 등떠밀어도 무조건 버텨야 하는 경우 등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고 본인의 명확한 비전이나 목표가 없을 때는 일단은 좀 기다려야 한다. 업황이 좋지 않을 때 회사가 어렵다고 무조건 다른 곳으로 이직하겠다고 준비없이 나오게 될 경우 장기간 구직자가 되거나 이전 직장보다 더 못한 조건으로 옮기게 된다. 사실 TV에 나오는 것처럼 연봉을 2배로 줄테니 제발 우리 회사로 와주세요라며 스카웃을 제안받는 것은 드라마 주인공 같은 엄청난 능력자가 아니고서는 거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업황이 좋고 회사에서 자신이 내세울만한 성과가 있을 때는 떠나야할 때다. 한창 업황이 좋을 때는 회사들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려하고, 이왕이면 다른 회사에서 성과가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빠르게 수익을 내는데도 도움이 된다. 게다가 현재 나의 연봉이 업황이 좋기 전 책정된 연봉이라면 이직시 연봉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 물론 업황이 좋더라도 연차가 쌓이지 않고 경력이 부족하다면 해당사항은 없다. 좀 더 실력을 쌓고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저런 것들을 다 떠나서 내 신체나 정신력이 버틸 수 없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연봉, 경력 등 아무것도 고려하지 말고 떠나야한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것은 내 자신이다. 이 때 이 스트레스가 나를 성장시키는 하드 트레이닝인지 그냥 하드코어인지 고민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첫 직장이면 그래도 상관없지만 두 번째 직장이라면 신중해야 할 시기이다. 특히 경력 3년 미만의 경우라면 신입으로도, 경력으로도 애매하다.

그리고 평소에 개인적으로 궁금해하던 내용도 있었는데 '직장생활은 제너럴리스트가 맞는지, 스페셜리스트가 맞는지' 라는 질문이었다. 저자도 직장상사에게 자주 물어봤고 후배들에게서도 자주 듣는 질문이라고 했다. 물론 저자는 양자 중 어떤게 답이라고 확실히 꼬집어서 선택하기는 어렵다며 닉 러브그로브의 <스워브>를 인용하면서 양쪽에 치우는 것 모두 위험하다고 답했다. 아 그럼 둘 다 하라는 거냐, 둘다 가능한 사람이 몇 이나 되겠냐 -_-;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이건 둘 다 잘해야한다는 것보다는 자신의 업무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고 봐야할 것 같다.

신입일 때는 자신이 맡은 업무 하나를 제대로 해내는 게 중요할 것이고, 부서의 임원이 됐을 경우는 그 업무의 깊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겠지만 전 분야를 아우르며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대표의 위치로 올라갈 때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재무, 영업, 마케팅, 품질 등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이 보고하는 내용을 모두 알아들어야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헤드헌터인 저자가 알려주는 헤드헌터 활용법, 인사 담당자가 끝까지 읽을만한 이력서 작성하는 법, 면접시 좋은 인상을 남기는 법, 그리고 이직 후 회사에 적응하는 법 등 이직 준비에서부터 이직한 회사에서의 생활까지 이직의 A부터 Z까지 설명한다. 특히 이력서와 연봉협상테이블, 평판조회시 어떤 사항을 조사하는지 등은 구체적인 예시로 나와있기 때문에 굳이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취업을 준비하는 신입들도 이력서를 작성하거나 면접을 준비할 때 도움이 될만한 팁들이 담겨있다.

 

 

남의 돈 먹는게 쉽지 않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생각하면 회사 생활이 어려운게 당연하지만 저자는 이직을 결정하기 전 내가 왜 이직을 하려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가장 먼저 답을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평생 안정적인 직장을 원해서인지 아니면 자아실현을 원해서인지, 직장 상사와의 불화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그냥 일이 하기 싫어서인지 명확한 이유를 알아야만 이직을 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일을하며 보낸다. 그렇게 인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무의미하게 흘려버리는 것과 같다.

굳이 이직을 하지 않더라도 더 나은 삶, 후회없는 삶을 위해 자신이 현재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자신이 일을 하는 이유가 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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