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와의 마음수업
정준영 지음 / 웨일북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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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올해 넷플릭스에서 본 드라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드라마를 꼽으라면 단연 "미지의 서울"이었다. 평소 넷플릭스를 즐겨보진 않았지만 인생 드라마라는 입소문이 자자했기에 보게 됐는데 역시나 괜히 그런 평이 나온게 아니었다.

미지의 서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 중 하나가 "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 였다. 한 발짝 내딛기 두려워하는 미지에게 할머니가 해준 말이었는데, 나중에는 미지가 용기가 필요할 때마다 스스로 내뱉는 말이 되었다. 아마 이 대사에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것 같다.

지나간 과거를 붙들고 후회하지 말고,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거나 불안해하지도 말고, 오늘에 집중하고 충실히 살자는 의미였는데 이 책 「붓다와의 마음수업」 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제 내린 비에 오늘 젖은 옷을 입고 다니지 말고, 내일 내릴 비를 위해 오늘 무거운 우산을 들고 다니지 말라.

~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근심하지 말라.

오직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라.

p.174

지나간 것을 슬퍼하지 말고, 오지 않은 것을 바라지 말라.

p175

결국 동서고금, 종교나 신념에 관계없이 진리는 일맥상통하는 법이 아닌가 싶다. 바뀌지 않을 과거를 곱씹으며 스스로 괴롭히지 말고, 한치 앞도 모를 내일에 불안해 하지도 말고, 그저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것이 2,500년의 세월을 넘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붓다의 가르침인 것이다.

그런데 이게 참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얼마나 쉽지 않은지 2,500년 동안이나 얘기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이 말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머리로는 오늘에 충실히 살자고 생각하지만 어쩐 일인지 마음은 과거와 미래를 왔다갔다하며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이렇게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 힘든 것일까?

그 이유는 약육강식의 원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걱정과 불안을 활용해 온 인류만이 살아남아 현재까지 그 유전자가 이어져 와 원시시대와 같은 위험에서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DNA에 새겨진 생존본능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이어진 생존 본능 때문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긴하다ㅎㅎ.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해서 이렇게 조상탓만하며 괴롭게 살 순 없으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붓다는 '현재에 머무를 것'을 제안했다. 그렇다면 현재에 머무른다는 것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그 방법으로 대상에 마음을 두는 연습법을 권했는데 그것을 "집중"이라고 부르고, 이 집중을 위한 방법으로 '기도', '묵상', '명상', '수행' 등의 실천이 등장하게 되었다.

흔히 명상을 할 때는 현재 나의 상태가 어떤지, 호흡이 어디로 들어와서 어디로 나가는지, 내가 하고 있는 생각과 호흡을 관조하며 멀리서 가만히 바라보며 알아차리라고 하는데, 이런 명상법들이 바로 대상에 마음을 두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인 것이다.

화나 후회 같은 것들로 마음이 괴로울 때도 명상을 통해 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화가 어느 정도 가라앉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현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마음을 많이 덜어낼 수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불교 학자이자 명상 지도자인 저자가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며, 붓다가 제시한 3가지 훈련을 통해 지금 이 순간에 마음을 머무르게 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 불교에 관심이 없거나 혹은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과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불교에 대한 교리 보다는 지금 현재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자세와 불안과 스트레스를 제어하는 심리적 치료로서의 명상에 대한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실제 서구에서는 마음챙김 명상이 인지적 치료의 일종으로도 쓰이고 있다고 하니 꼭 불교라는 종교에 제약을 두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챙기는 방법을 익히기 위한 내용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내일의 걱정을 가불해서 하지 않고, 지나간 어제에 후회와 집착을 두지 않고 싶은 사람이라면 종교와 관계없이 한 번쯤 읽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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