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소 유튜브를 많이 안 보기도 하고 도파민 퐝퐝 터지는 채널이 많은데 굳이 철학과 관련된 채널을 챙겨볼 일이 없으니 '이클립스'라는 이름은 이번 책에서 처음 접하게 됐다. 채널을 개설한지 고작 9개월 만에 13만 구독자에 조회수 700만을 기록했다고 하니 얼마나 재밌는 채널인가 싶어 구경하러 갔다가 몇 시간 내내 영상들을 보고 말았다.
이클립스 유튜브에서는 철학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총망라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철학과 관련된 영상들은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능력이 단연 뛰어났다. 동영상 뿐만 아니라 짧은 숏츠에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충분이 이해되는 것을 보면 핵심만 뽑아내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이 그냥 탄생한 게 아니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려운 철학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능력을 영상 뿐만 아니라 활자로도 풀어낸 결과물이 「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편」 인데 남들에게 아는 '척', 잘난 '척'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집필했다는 저자의 의도가 무색하게 책의 깊이는 단순히 '척'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물론 수십 명의 위대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세세히 하나하나 들여다보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각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결론만을 설명하고 끝내지는 않는다. 당시 어떠한 시대적 배경과 환경 속에서 이런 철학이 탄생하게 된 것인지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배경부터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각 철학자들의 사상이 물 흐르듯이 이해됐다.
특히 좋았던 점은 지금 현 상황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들과 연관된 철학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인데,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짜 나는 어떤 존재인지,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 평소에 많이 해왔던 고민들에 대한 키가 담겨져 있었다.
이런 질문들과 관련된 내용은 총 3개의 파트 중에 '자유와 실존'이라는 마지막 3번째 파트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세 번째 파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선 첫 번째, 두 번째 파트부터 짚고 넘어오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도 각 파트는 이전 파트의 토대 위에 서기 때문에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하고 있으니 첫 장부터 순서대로 읽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 불안도가 높은 성격이 고민이었는데, 세 번째 파트에 등장하는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불안을 "자유의 현기증"이라고 말한다. 불안은 위험 때문에 생기는 것 아니라 '가능성' 때문에 생기고, 그 가능성이 당신을 압도하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것들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고, 결국 선택의 결과가 나를 규정하기 때문에 잘못된 선택이 두려워서 선택을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키르케고르는 불안을 모르는 동물이나 기계와 달리 자유로운 인간만이 불안하기 때문에 불안 속으로 걸어 들어가 진짜 자유를 찾으라고 한다. 그리고 미루고 있는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 더 많은 정보를 모으거나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결정의 순간이 오면 합리적 근거를 넘어 불확실성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서워서 덜덜 떨더라도 떨면서 뛰어드는 것이 실존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정확히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누군가가 '구름 사다리를 건너가기 위해서는 한 손을 떼야만 다음 사다리로 건너갈 수 있다.'는 말을 했다. 두 손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어서는 다음 다리로 건너갈 수가 없다. 결국 무섭고 두려워도 한 손을 사다리에서 떼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순간들이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키르케고르는 선택의 순간 무엇을 선택하든 불안하고 후회할 것이며, 완벽한 선택은 없기 때문에 떨리고 불안하더라도 도약하고 뛰어드는 것이 자유이고, 실존적 삶이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인간이 태어나는 것에 의미가 있는지, 삶의 최종 종착지가 죽음이라면 굳이 살아갈 필요가 있는 것인지, 성격과 기질은 환경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인지, 아니면 타고나는 것인지 등등 '나'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에 대해 인류 최고의 천재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