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영화 《브라이트 스타》. 제인 캠피온이 벤 위쇼를 너무 사랑하신다. 애비 코니시가 아니라 벤 위쇼가 영화의 히로인이야…. (굉장히 치명적이긴 하지만) 진짜 존 키츠는 금발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위쇼의 키츠는 너무 완벽하다…. 저렇게 섬세하고 예민하면서도 따뜻하고 병약하고 완전 위쇼를 위한 영화 아니냐. 심지어 자기 짝도 영화에서 만났다. 음악 감독이랑 결혼함. 트레일러 맨 처음에 패니 브론 정말 너무 짓궂다. 존이 말하길, 어젯밤 꿈을 꿨는데 나무 위를 떠다니고 있었고 아름다운 누군가와 입술이 이어져 있었다…. (더 잘 옮길 자신이 없다) 그랬더니 패니가 누구 입술이냐고, 자기였냐고. 입꼬리 진정해…, 대사를 옮겨본다.


John Keats:

I had such a dream last night. I was floating above the trees with my lips connected to those of a beautiful figure, for what seemed like an age. Flowery treetops sprung up beneath us and we rested on them with the lightness of a cloud.


Fanny Brawne:

Who was the figure?


John Keats:

I must have had my eyes closed because I can't remember.


Fanny Brawne:

And yet you remember the treetops.


John Keats:

Not so well as I remember the lips.


Fanny Brawne:

Whose lips? Were they my lips?


출처> http://www.quotes.net/mquote/981934 




영화 자체가 뛰어나진 않지만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한 번쯤 보셨으면 좋겠다. 키츠와 패니 브론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의 맹세를. 빛나는 별이여, 내가 그대처럼 한결같았으면―. 시인이 연인과 주고 받은 서신을 번역하고 키츠의 시를 소개하던 책이 있었다. 솔출판사에서 출간한 『빛나는 별』이다. 예전에 빌려읽고서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구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구할 수 있는 시집은 지만지 출판사에서 나온 『키츠 시선』과 『엔디미온: 시적 로맨스』이 있다. 알라딘에서 처음으로 당선작으로 뽑혔을 때 받은 지원금으로 『키츠 시선』을 샀다. 나름 의미가 있는 책으로, 아티초크에서도 키츠 시선을 번역중이며 출간할 예정에 있는 것으로 안다. 쭉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댄 시먼스의 『히페리온』과 『엔디미온』 시리즈 역시 키츠의 시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작품에서 중요인물로(나한테만?) 키츠가 등장하는데 무지 재미있다.   







영화 제목이며, 연인에 바친 아름다운 작품….


Bright star, would I were stedfast as thou art—

         Not in lone splendour hung aloft the night

And watching, with eternal lids apart,

         Like nature's patient, sleepless Eremite,

The moving waters at their priestlike task

         Of pure ablution round earth's human shores,

Or gazing on the new soft-fallen mask

         Of snow upon the mountains and the moors—

No—yet still stedfast, still unchangeable,

         Pillow'd upon my fair love's ripening breast,

To feel for ever its soft fall and swell,

         Awake for ever in a sweet unrest,

Still, still to hear her tender-taken breath,

And so live ever—or else swoon to death.



밝은 별이여, 내가 그대처럼 한결같았으면.

     밤하늘 높이 걸려 외로이 빛나며

자연의 참을성 있는, 잠자지 않는 은둔자처럼

     항상 눈꺼풀 열고

지상의 인간이 사는 해안을 깨끗이 씻어 주는

     사제의 임무를 다하는 출렁이는 바닷물을 지켜보거나

산과 황야 위에 새로 부드러이 씌워진

     눈의 가면을 응시해서가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언제나 한결같고, 언제나 변함없이

     내 아름다운 연인의 무르익은 젖가슴을 베개 삼아

그 부드러운 오르내림을 영원히 느끼면서

     영원히 달콤한 흔들림 속에 잠 깨어

언제나, 온화하게 들이쉬는 그녀의 숨결을 항상 들으며 그렇게

영원토록 살았으면 해서.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혼절해 죽었으면.



『키츠 시선』(지만지), 윤명옥 역 




음악감독 마크 브래드쇼의 사운드트랙이 하나 빠질 것 없이 훌륭한데, 그 중에서도 특히 아름답다고 느낀 〈휴먼 오케스트라〉를 링크한다. 위의 영상은 영화 속 클립, 아래는 사운드트랙 앨범에서 추출한 트랙이다. 영화 속에서 오케스트라 앞줄 가장 우측에 자리한 이는 사무엘 바넷으로, 연극과 영화 《히스토리 보이즈》에서 포스너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배우다. 최근 몇 년 셰익스피어 연극에 출연 중이며, 작년이었던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극단이 브로드웨이로 진출하면서 《십이야》, 《리차드 3세》에서 여성 역할을 연기하였고 바이올라 역으로 토니 어워드 수상 후보에 올랐었다. 이 배우의 보물같은 목소리는 지난 조이스 시집 리뷰에서 생각난 노래에 링크하기도 했었다. 벤 위쇼 옆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사람이 마크 브래드쇼다.





페이퍼의 제목은 『엔디미온』의 도입부이다.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 그 사랑스러움은 오로지 증가할 뿐, 결코 무(無)가 되지 않는다네.” (윤명옥 역, 『엔디미온: 시적 로맨스』)


A thing of beauty is a joy for ever:

Its loveliness increases; it will never

Pass into nothingness (…)


  출처> https://www.poetryfoundation.org/poems-and-poets/poems/detail/44469   -원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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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0-1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 위쇼 검색했는데요. ㅎㅎㅎ
배우가 독특한 분위기라서 연기까지 잘한다면 정말 최고의 배우가 될 듯 하네요. 멋있어요.
연인에게 바친다는 키츠의 시 읽어봤더니,
저에게 바치는 것도 아닌데, 아침부터 급 로맨스 지수 상승입니다. ㅎㅎ

에이바 2016-10-17 11:33   좋아요 0 | URL
완전 천재예요. 연극학교 RADA 수석이었고 졸업할 때 였던가 현대극 햄릿에서 쇼킹한 연기를 보여줘서 다들 난리였었대요. 알려지기 시작한 건 영화 향수의 그루누이 역을 맡으면서부터인데 더 알려진 건 최근 007에서 Q... 마이 브라더 톰이라고 옛날 영화 그것도 좋아요. 재밌는게 자기 진짜 성을 모른대요. 할아버지가 프랑스 스파이여서 영국으로 귀화했댔나 그랬는데요ㅎㅎ 그래서 영국인인데도 유전자가 열일 해서 머리 숱이 많죠. 이란성 쌍둥이고요. 최고의 배우죠... 넘 좋아요... 암튼 워킹클래스 출신은 아닌데 리처드 2세였나 그 역할 맡았을 때도 말이 좀 나왔나 보더라고요. 할로우 크라운이라고 셰익스피어 특집으로 찍은 드라마인데 그걸로 바프타상도 받고 암튼 연기 보면 소름 돋아요...!! (수정했어요 리처드 2세였네요 샘 멘데스가 연출했고요 ㅎㅎ)

단발머리 2016-10-17 11:3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우리 에이바님 흥분하셨네요~~~
외모도 훈훈한데 머리도 좋군요, 이 멋진 배우가^^
저는 언급하신 영화를 다 안 본거라서 모르겠지만, 올려주신 사진이랑 에이바님 전도에 저도 팬이 될 판이예요.
이란성 쌍둥이라는 이야기, 저도 읽었어요.
결혼했다는 얘기도요... ㅎㅎㅎ

에이바 2016-10-17 11:36   좋아요 0 | URL
완전 좋아요. 진짜 ㅠㅠ 알면 알수록 사람이 매력적이더라고요. 기계치인데 Q 역할 맡아서 해내는 것도 그렇고 배우자 만나게 된 계기도 그렇고 막 일상이 허술하고 그런 것들까지 넘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예술이 인간으로 태어나면 벤 위쇼가 아닐까...ㅠㅠ 시 읽어주는 영상들 몇 개 있는데 기분 우울하면 그거 들어요....ㅋㅋㅋ

다락방 2016-10-17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건 뭡니까!
예고편 봤는데 완전 좋을것 같아요. 제가 보겠습니다!! (굿 다운로더 검색하고 올게요)

(검색후 울며) 없네요, 굿 다운로더... ㅠㅠ

에이바 2016-10-17 12:49   좋아요 0 | URL
제인 캠피온 시각이 참 좋아요. 여성의 입장을 생각하게 해서... 연출이 섬세하고 아름다워서 좋은데 사실 내용은 알려진 그대로예요ㅠㅠ 키츠가 가난한데다 아프기까지 해서 패니 브론과의 사랑이 이뤄지기엔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다는 것... 도서관에라도 DVD 있으면 담에 빌려보셔요! vod 서비스가 있으면 간편하고 좋은데요...

서니데이 2016-10-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라이트닝 스타의 파란 꽃밭 사진이 예뻐서 영화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에이바님 감기조심 하시고 좋은하루되세요.^^

에이바 2016-10-17 18:51   좋아요 1 | URL
너무 이쁘죠. 저런 분위기의 영화랍니다. 차분한 영국...

양철나무꾼 2016-10-1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덴시몬스를 좋아해서 히페리온 시리즈를 보다 말다 했다죠.
님을 통해 `키츠`를 알게 되니, 감회가 새롭네요.
감솨~^^

에이바 2016-10-17 18:51   좋아요 0 | URL
키츠 좋아요... 댄 시먼스 소설 칼리의 노래 전자책 행사 하던데 보셨어요? 저도 나중에 읽으려고 사뒀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