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료품가게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소녀 옆으로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간다. 소녀를 위협하며 낄낄대던 청년들은 차에서 내려 소녀를 폭행한다. 강제로 범하고 몸을 부러뜨린다. 소녀를 나무에 묶고 맥주병을 던진다. 몸에도 소변을 본다.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며 떠올랐던 작품. 피해자 소녀가 흑인이고 가해자 청년들은 백인이다. 《타임 투 킬》은 존 그리샴의 첫 작품을 스크린에 옮겼다. 인종차별이 심하다고 알려진 미국 남부- 비교적 최근(?)인 60년대를 다룬 작품 《헬프》에서는 먹고, 입고, 돌보는 행위를 흑인 하녀들에 일임하면서도 화장실조차 공유 않는 백인 고용주를 고발한다. 용의자가 흑인일 경우 경관의 발포율이 높았다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경제, 정치와 뗄 수 없는 복잡한 인종 문제의 뿌리... 이것이 비단 미국의 사례로 국한되어서는 안되지 않나... 편견에 따른 인간 차별이라 본다면, 이미 우리 주변에 낙인 찍혀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다.

 

 

 

존 그리샴을 소설가로 데뷔시킨 문제의 처녀작. 미국 남부 미시시피 주의 한 소도시에서 열 살배기 흑인 소녀가 술과 마약에 취한 두 명의 백인들에게 참혹하게 강간당한다. 소녀의 아버지 칼 리는 만신창이가 된 딸 앞에서 오열을 터뜨리고 범인들은 곧 체포되지만, 백인 우월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미시시피에서 오히려 보석으로 풀려날 상황에 이른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칼 리는 법정에서 이송중이던 범인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함으로써 법의 정의가 아닌 아버지의 정의로서 딸을 대신하여 복수한다. 이 희대의 살인사건은 급기야 흑백 간의 처참한 유혈사태를 불러일으키며 전국적인 이슈로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칼 리의 백인 변호사 제이크는 KKK단의 협박 전화와 방화, 테러에 시달리던 중 미모의 법학도 엘렌에게 도움의 손길을 구하게 되고, 정치적 야심에 불타오르는 노련한 검사를 상대로 벅찬 힘겨루기를 해나간다. 1996년 조엘 슈마허 감독이 영화화하였다. 산드라 블록, 사무엘 L. 잭슨, 매튜 맥커너히가 출연했다.     
 -알라딘 책소개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영상. 2분부터.

 

 

화창한 오후, 식료품점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소녀를 상상해주세요. 갑자기 트럭이 달려옵니다. 두 남자가 뛰어내려 소녀를 잡아챕니다. 인근 밭으로 끌고가 소녀를 묶고 옷을 찢어발깁니다. 소녀에 올라탑니다. 한 사람, 그 다음 사람이 강간하며 순진하고 순수한 모든 것을 산산조각냅니다. 악랄하게 밀어붙이는 중에 술에 취한 숨결과 땀이 쏟아집니다. 너무도 작은 자궁을 죽이고, 아이를 잉태할 기회와 태어날 자손들을 살해한 행위를 끝내고, 그들은 그녀를 표적으로 삼아 연습합니다. 꽉 찬 맥주캔을 그녀에게 던집니다. 너무 세게 던져서 살이 뭉개지고 뼈가 드러납니다. 그리고 소녀의 몸에 소변을 봅니다. 이제 목을 맬 차례입니다. 밧줄로 올가미를 만듭니다. (...)

 

소녀가 보이십니까? 강간당하고 맞아서 부러진 그 몸을, 그들의 오줌에, 정액에, 자신의 피에 절어 죽도록 내버려진 그 몸이 보이십니까? 바로 그 소녀를 떠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백인이라고 생각해보세요.

 

This is a story about a little girl walking home from the grocery store one sunny afternoon. I want you to picture this little girl. Suddenly a truck races up. Two men jump out and grab her. They drag her into a nearby field and they tie her up and they rip her clothes from her body. Now they climb on. First one, then the other, raping her, shattering everything innocent and pure with a vicious thrust in a fog of drunken breath and sweat. And when they're done, after they've killed her tiny womb, murdered any chance for her to have children, to have life beyond her own, they decide to use her for target practice. They start throwing full beer cans at her. They throw them so hard that it tears the flesh all the way to her bones. Then they urinate on her. Now comes the hanging. They have a rope. They tie a noose. (Imagine the noose going tight around her neck and with a sudden blinding jerk she's pulled into the air and her feet and legs go kicking. They don't find the ground. The hanging branch isn't strong enough. It snaps and she falls back to the earth. So they pick her up, throw her in the back of the truck and drive out to Foggy Creek Bridge. Pitch her over the edge. And she drops some thirty feet down to the creek bottom below.)

Can you see her? Her raped, beaten, broken body soaked in their urine, soaked in their semen, soaked in her blood, left to die. Can you see her? I want you to picture that little girl. Now imagine she's white.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REBBP 2015-07-09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흑인의 인권을 다룬 작품들은 읽기가 힘들어요. 백인들의 잔혹성이 그들이 세계를 지배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에이바 2015-07-09 21:0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정말 어떤 물건처럼 취급한다고 해야하나 상상 이상이더라고요. 가까운 과거 벨기에에서도 아프리카 출신 여인을 우리에 가두고 관람시키질 않나. 프릭 쇼라는게 존재하는 걸 보며 진정한 야만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인간 본성인가 싶기도 하고..

CREBBP 2015-07-09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인종들은 백인들보다 우세했을 때 그들을 그렇게 취급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죠.

저 변호사가 소녀가 백인 소녀라고 생각해보라고 말할때 당시 백인들 맘이 보이는 듯해요 `흠 저 소녀는 백인이 아니잖아..`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아요. 오래전에 통증연대기에서 본 내용이 생각나는데 흑인은 야만인에 더 가까와서 통증을 덜 느낀다고 생각했대요.

에이바 2015-07-09 21:16   좋아요 2 | URL
어떤 면에선 흑인들이 신체적으로 우수하니 더 억누른건 아닌가 생각해요. 총칼, 폭력으로 인지능력을 뺏고 세뇌시키면서 자신들의 뜻대로 판을 짜는.. 사회 분위기가 공감능력이 부족해서 교육을 더 시키는가 싶기도 해요. 왜 인권이 바닥일 때 인권관련 조항이 엄격하잖아요 범죄도 그렇고.. 물론 예외도 있지만요 이건 좀 딴 얘긴데 흑인들은 신체적으로 부력? 부족으로 수영을 잘 못한다 그런 과학 증명이 있다던데요 몇 년 전에 흑인선수가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그런 편견을 깨줘서 좋더라고요.

2015-07-10 0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종 문제의 뿌리는 `인종 간에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는 믿음에서 불거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인종 간의 차이보다 계급 간, 연령간의 차이가 더 클 수 있는데 굳이 인종 간의 생물학적 차이를 강조하는 것 자체가 `그들`과 `우리`를 구분짓기 위한 사고에서 시작됐다는 거죠. 대부분의 차별에서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는 믿음이 전제돼 있는데(유태인 박해나 성차별 등)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지 이게 결국은 차별을 조장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생물학적 차이는 생득적인 거니까 ˝너희는 빼박캔트 ㅇㅇ하다˝라고 둘러대기도 쉽죠. 굉장히 과학적, 객관적이어 보이기도 하구요. 작가 손아람이 한겨레21에 기고한 <편견도 유전자다>라는 칼럼이 있는데 되게 인상 깊게 읽었어요. 유명한 흑인 수영선수가 없는 것도 생물학적 차이보다 수영을 접하기 힘든 환경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텐데 말이에요.
덧붙여, `처녀작`이라는 단어는 여성의 순결, 처녀성을 중요시하는 성차별적 단어이기 때문에(`총각작`이라는 말은 없으니까요) 첫 작품이나 데뷔작으로 바꾸어 사용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에이바 2015-07-10 10:33   좋아요 1 | URL
엄밀히 말하면 인종적 문제의 뿌리는 경제적 요소(정복전쟁-노동력의 자산화)에 있고 생물학적 요인을 강조하는 것은 이후에 정립되었다고 봅니다. 접촉 이후에 생긴 것이라 보는게 타당하다 생각해서요. 타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차별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잘 모르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괴이하다고 치부하면 편하듯이- 상대적인 우월함을(기준: 자신) 강조함으로써 안정감도 얻고요. 조금 다르지만 아비투스도 어떤 예가 될 수 있겠네요.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인종 우월에서 과학을 강조하는 것은 논지를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나아가 전복당할 수 있다는, 어떤 근원적인 공포를 진리로 덮어버리는 것 여성에 대한 차별도 그러하고요. 결국 권력과 담론을 둘러싼 일이죠... 과학/이성의 신뢰성을 이용하는. 유태인 박해는 기원전으로 거슬러가는데 생물학적 요소보다는 1. 디아스포라 2. 예수를 죽인 원수 3. 금융업 등에 종사 4. 자기문화 고수- 등으로 미움받았다 그렇게 보고(우생학 말씀이신 것 같지만 이 문제는 복합적이라) 성차별은 뿌리깊지요. 이건 과학의 수혜를 받기도 했는데 아담은 갈비뼈가 11개냐 아니냐 하는 것들.. 잘 아실테니 이쯤에서 줄이고 저 원래 처녀작이란 단어 안 쓰는데 왜 저렇게 올라갔는지;; 아무래도 레퍼런스 옮기는 과정에서 끌려간듯 하네요. 저도 원래 첫 소설/작품이라고만 써요. 레퍼런스 제외하고 고쳤습니다. 감사해요.

CREBBP 2015-07-10 13:37   좋아요 1 | URL
처녀작 할때 처녀가 처녀 여성을 지칭하는 그 처녀를 말하는 것인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너무나 광범위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어서 녀 하는 말이 여자 말고 뭔가 고상한 뜻의 한문이라 생각했거든요. 한 대 얻어맞은 느낌입니다. 어찌 그런 차별적 언어가 문학에 예술에 광범위하게 만연하고 있었던건지

에이바 2015-07-10 13:41   좋아요 0 | URL
비슷한 버전으로 처녀항해도 있고 사실 처녀성virginity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 쓰지요.. 책소개에 있는 처녀작 단어 보면서 그 생각 했는데 롸님 아니었으면 제가 쓴 줄도 몰랐을 거예요..

2015-07-10 14:17   좋아요 2 | URL
에이바님/음.. 그러네요. 과학이 생겨난것이 얼마되지 않았으니 과학에 뿌리가있다고 하기보단 객관적인것처럼 보이는 과학으로 편견의 논지를 강화했다는 게 맞겠어요. 생물학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란 말을 강조하려다 보니 너무 제생각에만 빠져서 얘기했네요ㅋㅋ 말씀감사해요 에이바님^^
그리고 사실 에이바님이 알고 계실것 같아서 말씀드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어차피 실수이실거같아서 그냥 말해버렸다는...ㅎㅎ
guiness님/ 저도 보통 한자어로된 단어들은 뜻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지나치죠.. 특히 한자어는 순우리말보다 뭔가 위엄을 주기도 하니까요.. 대학교 1학년때 까만 레이스장갑끼고 우아하게 눈물흘리는 이미지라고만 생각했던 `미망인`이라는 단어가 `(남편이 죽었음에도)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의 뜻이란 얘길 수업에서 듣고 그때 되게 충격받았던 기억... 아마 제가 평소에 쓰는 많은 말들 중에도 이런 차별적 용어가 아직 많겠죠ㅜㅠ

서니데이 2015-07-1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에 핼프를 영화로 보았는데,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존 그리샴은 작가가 되기 전에 변호사라서 아마도 법정이 나오는 장면이 많지 않나 싶어요. 우리말 번역과 함께 영문원본을 같이 읽는 것도 괜찮네요.
에이바님, 즐거운 금요일 되세요.

에이바 2015-07-10 13:44   좋아요 0 | URL
그리샴 소설보다는 영화를 더 많이 본 것 같아요. 법정 장면이 드라마틱한데 영화 자체는 좀 별로였어요.. 헬프는 좋았고요.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금요일 되시길 바라요.

AgalmA 2015-07-1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와중에 공화당 세력 트럼프는 히스페닉계 저격질 해서 또 논란이더군요. 재력 있는 자가 인품 갖추기가 그리 어려운 걸까요...
인종의 용광로는 참 바람 잘 날 없는 듯....

에이바 2015-07-11 11:39   좋아요 1 | URL
미국의 타진요 트럼프.. 아직도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출생이 아니라고 주장한다죠? 그런 사람이 젭 부시를 제치고 인기 1위라니 거 참...

수이 2015-07-20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읽어보려고 장바구니에 담았는데 에이바임 글이 똭! 책 다 읽고 읽을래요_ 그래서 본문은 건너뛰었어요_

에이바 2015-07-20 20:37   좋아요 0 | URL
타임투킬이요? 노노노 야나님 그거는 빌려보세요.. 오역 많아요..

수이 2015-07-20 20:45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 헬프! :)

에이바 2015-07-20 20:52   좋아요 0 | URL
헬프는 괜찮아요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