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수행평가를 하기 위해 뮤지컬을 보고자 했으나 시간도 마땅치 않고 로미오와 줄리엣 내한을 보겠다는 마음에 ‘신나는 콘서트’라는 서울시합창단의 공연을 보러가기로 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자주 보는 편이지만 합창공연은 처음이었던지라 약간의 불안합도 있었다. 합창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가성을 쓰며 처음부터 끝까지 꼿꼿히 서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인데, 지루할 것 같았다. 그러나 걱정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100%사람의 목소리로만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았다. 소규모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했고, 공연의 막은 오케스트라가 열었다. 그러나 독특했던 것은 우리가 아는 악기외에 밴드에서 볼법한 악기들이 오케스트라 악기 중 하나로 구성되었었다는 것이다. 신디사이저와 드럼의 구성은 합창공연을 좀 더 친숙하게 또 더 독특하게 만들어 주었다.

 

합창단의 첫 곡은 매우 신비하게 시작되었다. 모든 합창 단원들이 까만 가운을 입고 모자를 쓰고 고개를 숙이고 노래를 불렀다. 영어도 아니었고, 한국어도 아닌 언어로 노래를 불러 그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합창단원들의 부드럽게 올라가는 고음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고, 지루할까 우려했던 내 걱정과는 다르게 공연에 빠져들 수 있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무대가 펼쳐졌다. 한편의 뮤지컬과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아름다운 무용수들이 앞으로 나와 합창단원들의 아름다운 노래에 맞추어 부드러운 춤사위를 선보이기도 했고, 투우사 복장을 하고 붉은 망토를 휘두르며 나오는 인물들의 모습은 곡의 느낌을 잘 반영하고 있었다. 하얀 티셔츠에 바지를 입고 생기발랄하게 부른 곡들도 있었으며, 몇 명이 나와 자연스럽게 일어서며 부르는 솔로곡들도 있었다. 졸려서 잠들고 말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놀라울 정도로 시간은 일찍 지나갔고, 어,벌써? 라고 할 정도로 빨리 1부가 끝났다. 나와 동생은 1부가 끝났다는 방송을 듣고 서로를 바라보며 “벌써 1시간이 지났어?”라고 말했다.

 

2부는 더욱 흥미로웠다. 2부의 시작은 가히 ‘대박’이었다. 암흑 속에서 속가락 끝에서 빛이 나오는 장갑을 끼고 손가락들의 움직임으로 standing in motion이란 음악을 표현하며 노래를 불렀는데, 2부의 첫 시작부터 나를 무대로 빨아들였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밀양 아리랑’부터 리베로탱고며 넬라 판타지아까지 다양한 곡들을 선보였다. 일단 아는 노래라는 생각에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곡이 편곡이 되어졌었는데, 현대적인 느낌에 맞게 편곡되어 더 재미있고 유쾌하게 음악을 감상 할 수 있었다. 밀양 아리랑을 들을 땐 어느새 몸을 박자에 맞춰 흔들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리베로탱고는 매우 흥미롭게 감상 할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에서 리베로탱고를 연주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목차에서 리베로탱고라는 제목을 발견했을 때 오케스트라 연주로만 접했던 이 곡을 합창으로 어떻게 펴낼지 매우 궁금했었다. 기존의 리베로보다 훨씬 발랄하게 편곡하여 합창단원들이 불렀다. 내가 생각한 느낌의 리베로는 아니었지만, 또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우려한 바와 달리 합창도 이 곡과 매우 잘 어울렸다. 중간에는 밴드만 나와 연주하기도 했는데, 합창이 지루해질 때 즈음해서 나와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역할을 했다. 정말 ‘콘서트’에 온 느낌이었다.

 

나와 내 동생이 함께 꼽은 최고의 곡은 마로 마지막을 장식한 Dawn of a new century.란 노래였다. 모든 합창단원이 나와 박수를 치고 인사를 하며 부른 노래인데, 친숙하면서도 부드러운 멜로디였다.

 

이번 공연은 이름그대로 정말 ‘신나는’ 콘서트였다. 오케스트라 공연과는 다른 신남이 있었고 또 다른 품격도 있었다. 초등학교때 합창부로 지냈던 옛 추억도 떠올릴 수 있었고, 내가 알던 합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합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어 매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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