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 그리고 요한 볼프강 폰 괴테까지 독일에는 가히 ‘대문호’라 불릴 자들이 여럿 존재했었다. 철학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만큼 소설도 사회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때문에 독일 문학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어렵다.

 

 

  계몽시대의 시민비극으로 정치적 계습간의 갈등과 인간의 도덕성과 쾌락에 대해 다룬 <에밀리아 갈로티>부터 강렬한 사랑이야기인 <젊은 베르터의 고뇌>,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변신>까지 독일 문학의 대부분이 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 독일 문학에서 쉽다고 꼽히는 작품이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이니,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을 듯하다.

 

독일엔 인간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고 사회의 모습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좋은 작품들과 위대한 작가들이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독일문학의 가운데에는 <파우스트>가 있었다. 흔히 파우스트라고 칭하면 괴테의 파우스트를 떠올리지만 독일문학사에서 파우스트는 괴테 이외에 많은 작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예술적 소재가 되어왔다. <파우스트>들은 민중본인 ‘요한 파우스트 박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들이다. 같은 ‘전설 파우스트’를 통해서 나온 이야기들이지만 제각각 이야기는 다르다. 민중본 파우스트는 파우스트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다루고 있다. 알고 싶다는 욕망에 이기지 못해 악마와 계약을 맺어버리는 파우스트의 마지막은 끔찍하다.

 

  그러나 민중본보다 더 유명한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박사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그려진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도 박사는 악마와 계약을 하고, 계약에서 패배를 한다. 그러나 박사는 구원받는다. 파우스트는 무자비한 노동착취와, 폭력에 기초한 개발을 진행했다. 저자도 이런 그의 행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자본축척만이 목표인 자본주의적 근대화의 어두운 이면을 소설을 통해 드러냈다. 그러나 결국 파우스트가 구원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민중본엔 없는 ‘그레첸과의 사랑’ 때문이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구원은 최고의 지식, 쾌락, 재화에도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스런 근대적 본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의 죄를 대신 속죄하던 그레첸의 기도와 간절한 ‘여성적인 것(das Ewig-Weibliche)에 의해 이루어진다.’라는 메시지를 준다. 기존의 전설 파우스트는 각각의 작가들의 손마다 새로운 문학으로 탄생했다. 토마스만도 <파우스트 박사>란 소설을 썼는데, 그는 파우스트대신 레버퀸이라는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우고, 그를 음악가로 변신시켰다. 나치정신을 강요하던 20세기 독일의 정치적 모습을 음악적인 레버퀴과 함께 등장시켜 당시 독일의 야만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악마와 지옥의 모습에는 파시즘의 테러 세계를 암시했다. 천재적인 음악가의 이야기가 마침내 독일의 역사가 되는 한 장의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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