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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처음읽는 신경숙의 책이었다. 그녀의 여러 유명도서들이 있었지만 이제야 그녀의 책, 그녀의 7번째 장편소설이자 성장문학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만났다. 상당히 신기한 구조를 가진 책이었다. 프롤로그에서는 이별했던 두 사연있는 남녀가 다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펼쳐질 줄 알았지만, 본 이야기로 들어가면서 시계는 옛날로 돌아갔다. 가벼운 연애소설은 아니겠구나란 생각은 프롤로그에서부터 받았다. 프롤로그의 시작은 윤교수의 죽음이었고, 본 이야기의 시작은 어머니의 죽음을 생각하며 펼쳐졌다.
4명의 남녀가 등장하며 이들은 모두 아픔을 가지고 있다. 개인의 아픔들을 서로로 인해 치유받고 함께 이겨나가는 듯 하지만 결국에 그들은 또 다시 서로에게 상실의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미루가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마음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버리는 고통이 작품 밖 나에게까지 아픔을 줬다. 미루의 언니의 죽음 미루언니가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 그리고, 단이의 죽음 마지막으로 미루의 죽음.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은 원래도 상처가 많던 이들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냈고, 살아있던 사랑했던 윤과 명서 또한 멀어지게 했다.
미루의 인생의 전부였고, 그녀가 평생을 미안해하며 살아가게 했던 미래의 죽음과 미래가 자신의 삶을 다해 사랑했던 남자의 죽음 그리고 단이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었다. 독재에 대항했던 이들은 어느날 사라졌고, 또 어느날 자살이라는 이름으로 시체로 발견되었다. 단이는 순수함이란 다름으로 군대에서 이방인이 되었고, 그가 불합리한 제도에 맞서자 그는 군대에서 소외되었고, 총기자살의 이름으로 세상에서 지워졌다. 이런 죽음들은 날 소름돋게 만들었다. 무섭게 만들었다. 어두웠던 우리의 지난날, 그 시대를 지나왔고 온 몸으로 아픔을 느꼈을 청춘들의 이야기였다. 사무치게 아팠을 이들의 이야기였다.
새벽에 이 책을 읽는 것을 마쳤다. 피곤해서 잠이 와야 할 시간이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마음한 쪽이 허하고 씁쓸했다.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의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죽고, 또 내 곁에서 사라져버리고 이로 인해 성장하는 이야기는 내 취향은 아니다. 오랜만에 필독서란 이유로 잡게 된 어둡게 무게있는 장편 소설이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기분좋은 감정은 아니지만 책을 읽으며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다.
많이 아팠을 청춘들과 지금 그 아픔을 견디고 있을 청춘들에게 또, 그 아픔을 맞이하게 될 나와 내 친구들에게 사무치게 큰 고통이 찾아오면 함께 나눌 수 있는 고통이라면 나누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 서로가 끝까지 최대한 곁에 있어주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 혼자서 견디기 힘든 청춘의 고통을 잘 나눠 지고 단이가 윤에게 그런 존재였듯이 우리가 서로의 등불이 되고 지지대가 되어 주자는 말을 하고 싶었다. 어지러운 청춘의 길을 서로가 안내해주는 크리스토프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