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단편 소설 3 - 21가지 유형으로 작품 이해의 눈을 활짝 틔워주는
강심호 외 엮음 / 살림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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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한국단편소설은 지식인의 비판적의식과 더불어 여러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3권의 단편소설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내가 모르던 소설도 상당히 많았고, 1930대의 현대소설 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여러 문제들이 현대소설 속에 담겨있는 경우도 많았다. 공감되었고, 지금까지 변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 아팠다.

 인간내면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담고 있으며, 부부간의 이야기도 꽤 있었지만,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맺고 있지 못했다. 시기와 질투 그리고 절망과 좌절. 어두움이 팽배하는 시대였던 것 같다. 이러한 여러 갈등의 뿌리로 올라가보면 대부분 하나이다. 계급이다. 물질적인 계급의 차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계급이 갈등의 원인이자 폭력행사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갑’의 위치에 놓인 사람들은 비교적 ‘을’의 위치의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데 이 폭력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모두를 획일적으로 하고자하는 권력의 폭력도 다뤄졌다. 눈에 보이지 않고 물리적인 폭력보다 더 큰 폭력이 정신적인 곳까지 권력을 휘두르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현대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앞에는 물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들도 있었다. 순수한 사랑과 안타까운 사랑 등 여러종류의 사랑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랑 이야기들 속에는 그 시대의 남녀사이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나 관념들이 담겨있었다. 유교적인 성격의 가치관들이 변화하고 있었음도 느낄 수 있었다. 순박하고 순수한 이들의 사랑은 내가 한 편의 영화를 본다는 느낌도 선사해 주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술권하는 사회였다. 매우 짧은 이야기였지만 공감되었던 부분도 있었고, 우스웠던 부분도 있던 소설이었다. 소설의 시작 묘사로 아내의 주변을 둘러보았던 것도 인상적인 전개 기법이었다.

 

읽는 중이나 읽고 나서나 아내와 남편 각각에게 느껴진 감정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었다. 답답하기도 했고, 불쌍하기도 했으며, 우습기도 했다. 남편의 행동이 백만큼 이해되는 것은 아니었으나 남편의 절망감과 그가 느낄 감정들이 상당히 이해되었다. 아는 것이 없는 아내는 보지 못할, 느끼지 못할 감정을 혼자 느끼면서 괴리에 차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사회를 만나지 않고 책에서 꿈꿔왔던 이상과 현실이 너무나도 달랐고, 진실된 자신의모습과 입으로만 나라를 위한다고 하지 속은 돈에 대한 욕심으로만 가득한 사회의 사람들의 내면 사이의 차이는 그를 괴롭게 만든다. 자신이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편의 행동에 마냥 이해만 해주고 그의 좌절을 공유할수만은 없다. 무지하여 그에게 더 큰 고독을 선사하지만, 남편만 보고 살아온 아내가 있는 가장이 괴리에만 빠져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또 자신이 옳지 못하다 여겼던 물질만 쫓으며 사는 사람들처럼 될 수는 없다. 지독한 딜레마다. 그래서 남편이 술이라는 세계로 도피했던 것이다. 이런 문제가 이 시대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금도 여전하다. 사회생활 속에서 물질의 안정을 위해 옳지 못한 일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하는지. 기업들이 회사원에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면서 임금만 챙겨 줄 때, 우리는 이런 비인간적인 기업에 대해 뛰쳐나오고 응징해야하지만 현실적인 판단이 힘들어 진다. 정답을 알 때 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사회’인 것 같다. 사회의 현실은 그를 딜레마에 빠트려 더 큰 고통으로 찾아오게 된다. 도망치고 싶게하고 사람을 외롭게 하는 술권하는 사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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