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1을 올라가는 친구들 중 여행을 다녀오는 애들이 참 많다. 고등학교 3년 여행을 가지 못하니 마지막 여행을 가는 것이다. 베트남을 가는 친구도 있었고, 필리핀을 가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국내를 한바퀴 도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에 발 맞추어 나도 '마지막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가깝지만 먼나라였나, 바로 '일본'으로 말이다.

 

 총 7명이 움직였다. 우리가족 4명과 엄마의 언니 즉, 이모와 사촌언니  그리고 할머니다. 이모부는 일을 나가셔서 같이 갈 수 없었다. 엄마쪽 사촌과의 여행은 처음이었다. 사촌언니와 나는 매우 각별한 사이고, 두 가족 모두 서울에 살아서 얼굴 볼 일도 많다. 이번 여행 사촌언니와 나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언니는 이제 대학을 붙어 즐거운 여정의 시작이고, 나는 레이스의 시작, 목욕제계를 하는 마음이다.

 

 사실 설레지는 않았다. 초등학생때는 추석만되도 일주일동안 설레었는데, 요번 여행을 떠날땐 비행기 탈때까지도 설레지 않았다. 짐을 쌀때도 마음은 차분하기만 했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설레고 싶었는데 설레지 않은것은 매우 가슴아픈 일이다. 사교육에 종사하시는 우리 아버님은 아침일찍 수업을 하셨고, 바로 공항으로 갔다. 나도 우리 아빠의 수업을 구석에서 듣고 공항에 갔다.

 

자유여행을 하고 싶었으나, 어찌저찌하여 하나투어로 가게 되었다. '큐슈'의 온천이 목적인 여행이었기에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도 있었고, 우리와 같은 가족도 있었다.

 

 2시반 비행기에 탑승하기전 정말 진실로 기다리던 면세점에 갔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둘러볼 시간은 없었고, 내가 마음에 연신 품고있던 제품 쪽으로 달려가 빠르게 구매했다. 여자다보니 (전 매우 여성스럽고 단아하고 아름다운 고등학생이랍니다. believe or not.) 코스메틱에 상당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면세점에서는 내가 그토록 바라보기만 했던 전지현 한예슬 틴트로 유명한 '입생로랑'을 겟했다. 7호 9호 12호를 샀고, 추가할인을 받기 위해 라이너까지 샀다. 약간의 감동과 설렘이 몰려왔다. 화장품 후기 같은걸 올려보고 싶으나 블로그의 품위를 고려해 자제하기로 했다.

 

 비행기 탑승은 길지 않았다. 1시간 30분 정도. 좌석이 좁아서 불편할 줄 알았으나, 정말 빨리 곤히 잠들었고, 끝까지 잤다. 맨 마지막으로 나오는 바람에 30분이 넘는 시간 기다려야 했다. 시골의 조그만 공항이라 입국심사 게이트가 2개 뿐이었다. 가방을 들고 나오는데 검사하시는 분이 영어로 무어라 말씀하시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간신히 passport를 알아듣고 나왔다. 가이드 언니는 일본 공항에서 처음으로 만났는데, 털털하고 젊고 재미있어서 좋았다.

 오늘의 일정은 호텔에서 온천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가 늦게 나와서 였는지, 예정보다 시간이 늦어졌다. 기사 아저씨께 6시까지 도착하도록 빨리 운전해주시면 안되겠냐고 양해를 구했으나, 보기좋게 차였다. 그래서 40분이면 가고도 남을 거리를 1시간동안 시속 20~30으로 달려서 도착했다. 볼트가 뛰는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을 중시하는 나라임이 느껴졌다. 덕분에 일본의 시골 거리들도 구경할 수 있었고, 잠도 더 잘오는 것 같았다. 거리는 정말 깨끗했다.

 

 어느새 호텔 앞에서 버스는 멈춰섰고, 저녁을 먹고 또 각자 흩어졌다.

 저녁은 호텔에서 먹었다. 개인 샤브샤브가 마련되어 있었다. 각 자리마다 양초 위에 종이가 얹어져 있고 그 위에 육수가 담겨 있었다. 매우 신선한 음식이었다.

 조그만 뷔페처럼 차려져 있던 음식들은 맛도 다 좋았지만 약간 건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또 기름기 많은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입맛에 잘 맞았다.

 

 저녁식사는 그정도로 먹고 밤 마실을 나갔다. 유럽 자유여행을 갔을때의 기분을 살려 돈을 들고 밖의 시장가를 돌아다녔다. 한국과는 달리 다들 문을 일찍 닫았다. 밖으로 나와서야 이국의 땅임이 새삼스래 느껴졌다. 엄마가 한자를 좀하시는 터라 무엇을 파는 곳이고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대충 알 수 있었고, 동상같은 것 옆에는 영어로 설명이 되어있어 영어영문과인 사촌언니가 해석을 해 주었다. 언어의 중요성을 느꼈다.

 큰 상점 안에 여러 상점이 있는 곳에 들어가서 학용품도 보고 책들도 구경했다. 확실히 일본 제품인 상품(특히 마스카라와 뷰러와 클렌징)들은 만원(1000엔)정도 쌌다. 가장 인상깊었던 상점은 책가게 였는데, 심각하게 블링블링하여 눈이 아플 정도였다.

 역시 만화의 국가라 불릴만했다. (야한 만화책도 있었다. 어머 부끄러워) 한때 열심히 읽었던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을 찾아보았으나, 찾을수 없었다. 찾으려고 보다가 그 읽을 수도 없는 수많은 문자들에게 위축되어 버렸다. 핑크색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잡지 코너는 대단했다. 잡지는 패션이나 보려고 들춰 보았다가  신세계를 경험했다. 화장법이 참 많이 나와 있었는데, 금색 마스카라를 눈 끝에 바르고 뭐 내가 알던 화장 법과는 많이 달랐다. 재미있었다.

 

확실히 패션은 대한민국이구나. 란 자긍심을 갖게 된 하루였다. 그 참을수 없는 청바지인데 배기바지인 그 바지는 어디서 구했는지 싶었고, 정말 다들 심각한 모법생인 것인지 그 긴치마와그 통넓은 바지는 흡사 60년대를 거니는 느낌을 주었다. 술병을 들고 돌아다니던 일본 양아치 무리도 만났다.

 사람들은 정말 스미마셍과 아리가또를 입에 달고 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사람과 부딪힐 때마다 스미마셍했다. 일본인이 우리나라를 혹여 버릇없이 볼 까하는 마음이었다. 외국에 있으면 정말 눈꼽 만큼도 없던 애국심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일부러 더 상냥하게 상대가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게 노력하게 되었다. 아리가또란 말을 계속 들으니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았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더 예절이 바른 것 같다.

 

 온천은 좋았다. 확실히 피부가 뽀득뽀득해지는 기분이었다. 때를 밀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촉촉한 피부로만족한다.

 

 야식까지 마치고 난 지금 숙소 침대다. 장난아니게 깨끗하다.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 이국의 땅에서 목욕을 마치고 침대에 들어와 글을 읽거나 쓴다. 중학교 이후 이렇게 지낸날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초등학교때는 책밖에 안 읽어서 이 행복했던 시간이 참 많았었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끝까지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여자 대장부가 칼을 뽑았으니 끝장은 보아야 한다. 휴가를 마치고 다시 열심히 내길에서 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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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2015-02-24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한혜진씨 임신하셨대요!!! 이제는 기성용선수는 포기하고 그 정말 잘생겼을 기성용선수의 2세를 노려보려고요, (철컹철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