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목이 아파왔던 것은 한 참 전 일이었다. 그러나 목감기에 걸린 것지는 않은 아리송한 아픔이었다. 내가 아파서 좀 쉬어 보려고만 하면, 목의 통증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러나 어제부터 목의 통증이 시작되었고, 급기야 머리가 어질어질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고통 속에서 내일 가야 할 영어 과외의 숙제를 하면서 스스로 약간의 측은 함을 느끼며 쾌감도 느꼈다.

코를 흥흥 풀어대며 밤 늦게까지 숙제를 하다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더 아파서 과외를 가지 않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오늘 눈을 뜨자 목의 통증이 극심했다. 목소리를 내보자 목은 찟어질 듯 아팠고 목소리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난 몸을 이끌고 다른날과 다르게 아침부터 공부를 해보였다. 엄마가 말씀하시길, “하은아 너 괜찮아? 영어 과외 갈 수 있겠어?” 나는 당연히 가고 싶지 않았지만 애써 고개를 흔들며 갈수 있다고 답했다. 바로 안 간다고 하며 속이 보일 수 있으므로 언제나 한번 씩 튕겨주어야 한다. 영어 문제를 풀고 있는데 이번에는 머리가 참을 수 없이 아파왔다. 난 아예 마루로 가서 바닥에 대자로 엎어졌다. 엄마가 또 이르시길, “하은아, 괜찮겠어? 선생님께 연락해 줄까?” 난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고,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그러나 단연컨대 난 정말로 아팠으며, 단지 달콤한 휴식을 만끽하게 되는 것이 기뻣던 것이다.

영어를 가는 대신 병원으로 출발했고, 병원에서는 일반 감기라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혹시 주사라도 놓으면 어쩌나 심히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냥 보내주었다. 약은 알약으로 처방받았다. 올해부터 난 알약을 삼킬 줄 아는 어린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알약을 먹을수 있니?”라고 물으시는 의사선생님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어서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집에 와서 알약을 아주 잘 삼키고 잠을 청했다. 콧물이 주룩주룩 흘러서 좀 짜증나긴 했지만 한 시간 이상 푹 잤다. 동생이 바둑학원에서 돌아와서 누원있는 날 보고 상당히 측은한 눈빛으로 내려다 보았다. 내 동생은 천하의 착한 남자이다. 내가 아픈 날이면 내 동생은 서슴없이 나의 신부름꾼이 되어준다. 내 노트북부터 책이며, 먹을 것까지 동생이 배달해 주었다. 난 침대 옆 책상에서 모든 것을 해결 하였다. 누워서 책을 읽다가 엎드려서 책을 읽다가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하루종일 책만 보거나 자거나 컴퓨터로 내 블로그들어가서 끼적거렸다.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넌 아픈거야. 놀 궁리만 하지 말고 나을 생각이나 해!” 라고 했기에 볼 수 없었다. ‘위대한 개츠비란 명작을 엄마가 읽으라고 주셨다. 앞부분까지 아주 잘 읽었다. 그런데 뒷부분에 가서 머리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뒷부분이 하이라이트라는데 뒷부분은 머리가 지끈거려 글자만 읽고 휙휙 넘겨 버렸다. 그리고 일단 책 한 권 읽었다는 마음에 뿌듯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밖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내 남동생은 내가 아프다고 눞자 쪼르르 달려 와서는 이불을 덮어주고 베개도 비어 주었다. 그리고 내가 불을 꺼 달라고 하자 꺼 주었다. “많이 아파? ? 내가 엄마한테 연락해 줄까?”동생이 말했다. “엄마 수업중이야.” “내려가서 엄마한테 말할까?” “미쳤냐? 엄마 수업중이라니깐? 고딩 수업때는 건들면 안된다고그렇게 신경질 내는 내 옆에 동생이 누워주었다. 난 전혀 부탁하지 않았는데 친절하게 누워서 토닥토닥 해주었다. 수학문제를 풀다가 내가 아프다고 나를 위해 달려와 내 옆에서 나와 같이 자주는 내 동생이 어찌나 고마운지, 수학숙제를 다 하지 않았지만 내 병간호를 해줬단 이유로 엄마께 동생은 꾸중을 듣지 않았다. 허허허. 참 기쁜 일이다. 약을 먹고 정신을 차렸다. 할게 없어서 빈둥거렸다. 내일은 아마 영어 과외를 가야할 것 같다. 빈둥빈둥 지루한 것도 나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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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 2013-08-10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에 올리려고 써 놓았던 글들 폭풍 대 방출입니다!!!!! 호호호
위대한 개츠비는 뒷부분 다시 읽고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