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아버지가 마음속으로 그토록 꾸짖던 한스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검푸른 강물을 따라 골짜기 아래로 조용히 떠내려가고 있었다.”


이 글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에 등장하는 글귀이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지 못하고 주변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청소년 한스가 방황 끝에 결국 죽음을 택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이 출간된 지는 100년이 넘었다.1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책이 여전히 많이 읽히고 공감 받는다는 것은 청소년 자살문제가 지금도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100년째 전 세계적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청소년 자살의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지 알아보자.


WHO의 통계 자료에 의하면 자살은 10대 후반의 청소년 사망 원인 중 2위이며 매년 10만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고 한다.특히 우리나라의 청소년 사망원인 중 1위는 2007년 이후 줄곧 자살이었으며 한국의 20%의 중고등 학생들은 자살 충동을 느껴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젊은 나이의 이들이 삶을 중단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죽음을 택하게 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2017년 서울시 인권실태 조사에 따르면 28.9%의 청소년들이 자살 충동의 원인으로 학업 문제를 꼽았고 뒤이어 17.3%의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불안을 꼽았다. 실제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스트레스와 정신 불안의 원인을 조사해본 결과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학업과 진로문제를 사회 심리적 불안요소로 꼽았다. 필자는 이 조사결과를 단 한 번의 의구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한 청소년으로서 살면서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진로에 관한 불안 그리고 그에 의한 자살 충동 모두 공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보고 그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승자와 패자가 나뉘게 되는 체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책을 주고 자리에 앉아 공부하기를 요구하며, 공부가 아닌 다른 재능의 개발을 추구할 때 이를 일탈이라고 칭한다. 같은 교실에 앉아있는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며, 따라잡지 못하거나 따라잡힐까봐 전전긍긍하며 공부를 해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언제 뒤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확신이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스스로 견디기 어려웠던 청소년들이 이를 이기지 못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20176월 모의고사 날, 필자는 6월 모의고사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모의고사를 치기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수험생의 기사를 보았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다. 매년 수능 날이면 학생의 투신자살 소식이 들려오고, 수능 날엔 자원봉사자들이 시험장 근처 대교에 나가 자리를 지킨다. 청소년 자살소식은 어느 순간 우리에게 이례적이지 않게 다가온다. 매년 매순간 반복되는 이러한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청소년 자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경쟁체제의 입시제도를 바꾸자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 어쩔 수 없이 구축되는 경쟁체제 속에서 청소년들의 압박과 불안을 덜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지를 고민해 보아야한다. 필자가 생각한 해결 방안은 두 가지다. 첫째로, 다양한 진로 체험을 확대해야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수많은 재능들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를 알아볼 기회조차 없이 그저 공부만을 할 뿐이다. 오로지 공부만이 자신의 재능이어야 하며, 공부를 잘하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할 때 청소년들은 압박을 받게 된다. 이러한 압박과 진로에 대한 불안함을 덜어주기 위해 필자는 진로체험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은 진로 체험을 통해 다양한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고, 공부에 대한 압박에서 조금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우울해 하던 이들도 다양한 진로 방향을 접하고 체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진로방향을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해결방안으로는 심리 상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있다.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사람은 심리적으로 지치게 되며 우울해 지기마련이다. 이 우울함과 힘든 감정을 혼자 견디기란 쉽지 않으며, 스스로 우울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 또한 높다. 제품이나 신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문가에게 문의를 구하 듯, 이러한 정신적 우울을 올바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심리치료는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받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에 심리 상담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학업을 포함한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은 4명중 한명 꼴이다. 그러나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상담치료를 받고 있는 청소년은 2만 명에 불과하다. 상담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때, 청소년들이 정신적 우울과 스트레스를 올바른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청소년은 미래세대의 주축이다. 청소년들의 자살 충동 및 자살 문제는 비단 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진로 체험 확대 및 심리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과 같은 해결책들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감으로써 청소년 자살 문제는 시나브로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는 실패의 고통과 우울 방황을 홀로 견뎌야만 했고 그는 죽음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더 이상 우리 사회에 한스가 생겨나지 않도록 우리는 청소년의 곁으로 조금 더 다가가야 할 것이다. (2784)



글쓰기 수업 레포트 A+ 받았어요. 조금씩 인정 받는 기분이라 더없이 의미있고 행복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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