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1
박은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새콤달콤한 작품을 주로 해온 박은아의 불면증은
도저히 그녀의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색다르다.
길쭉한 그림은 같은데 내용과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불면증은 각각 홀로된 아빠와 엄마를 둔 두 주인공이
부모님의 재혼으로 남매가 된 이후의 이야기이다.
부모님의 사랑은 이해와 포용의 결합이며 불같은 정열과 사랑이
아니었는지 모르지만 두 아이들은 너무도 젊다 못해 어리다.
고등학생이며 동갑인 그들은 다시 찾은 가정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
이미 생겨버린 동생을 위해 서로를 향해 이끌리는 감정에 대해
주의하고 배려하고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사랑하고 만다.
차갑고 이지적인 여자와 순수하고 활달한 남자아이.

그들이 가족이 된 그 해,
여자 아이는 여름 내내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러다 어느날 푸르스름한 여명도 밝기 전 혼자라고 생각했던 거실에서
남자 아이를 만난다.
같이 등교를 하면서 지하철에 자리가 생기자 여자아이를 앉게 하고 빤히 바라보는 남자아이.
이러한 사소한 감정과 조용한 사건들이 하나씩 이어지면서
사랑하고 재채기는 감출 수 없는지 노력하고 노력해서 마음먹은 벽은
차츰 허물어지고 그들은 서로의 사랑을 인정한다.
사랑을 인정하기까지가 아무리 힘든 감정의 소모였더라고 사랑한다고 갑자기 바뀌는 것은 없었다.
지속되는 평범한 일상들...

같이 살고 있다 뿐, 서로에게 준 것도 받은 것도 없는 것이 아쉬운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게 사진을 한 장 달라고 부탁한다.
바닷가에서 찍은 남자아이의 어린시절 사진.
사진 속에 남자아이는 활짝 웃으며 무언가를 신기하게 보고 있다.
그게 무엇이냐고 묻는 여자아이에게 남자아이는 대답한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투명한 초록색 돌인 줄 알고 너무 예뻐서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사이다 병 조각이 마모된 것이었다고.
여자아이는 그 말을 듣고 작게 웃는다.

파국은 예정되어 있었고 둘의 관계를 새엄마에게 들킨 여자아이는
보다 이성적이면서도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추궁과
냉랭한 대우를 받으며 지방으로 갈 것을 종용받는다.
믿을 수 없게도 이 도도했던 여자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새엄마에게 사정을 한다.
자신을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하지만 만삭의 새엄마는 두 아이의 감정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간다.
한시라도 서로가 보고 싶은 이들은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기 위해 만날 것을 약속하고 역으로 향한다.
그러나 역으로 달려가던 남자아이는 다리 밑에서 놀던 사촌동생이 물에 빠지자
동생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고 결국 숨지도 만다.

낯설고 낯설어 인정하기 싫은 영안실에서
새엄마의 금속성 짙은 통곡소리를 들으며 여자아이의 마음은 다시 차가운 벽 안으로 꽁꽁 닫혀 간다.
남자아이를 만나 열리고 따뜻해졌던 감정 한 구석은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아들을 보낸 새엄마는 딸을 낳았다.
여자아이의 피가 섞인 동생이다.
여자아이는 그래도 동생임에 분명한 그 애기가 남보다 더 싫다.

시간이 흘러 여자아이는 학교를 마치고 담담하게 살아간다.
다른 사람이 느끼기에는 정말 아무렇지 않고 아무 상처도 없는 듯이.
하지만 어느해 여름, 바닷가에 놀러간 여자아이는 모래 사장에서
파도에 마모되어 돌멩이처럼 반질거리는 사이다 병 조각을 발견하고 미친듯이 울음을 터트린다.
한번 열린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는 슬픔이 되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녀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차가운 마음을 가진 일상으로.

2권짜리 중편 <불면증>
잠이 오지 않은 밤, 혼자서 깨어 있을 때 읽을 만한 책으로 추천~
여기 어울리는 음악 있으면 추천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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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1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유시진.
이 작가를 좋아한다.
이 사람은 정말 작가이다.
왜냐하면 만화가로서도 그리고 작가로서도
자기만의 색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림은 좀 어설프지만 내용으로 다 커버가 된다.
신명기는 그녀의 미완성 작품이다.
개인적인 바램으로 어서 그녀의 완성작을 보고 싶다.
단편이나 중편을 결코 아니기에 좀 기다려야 할 것 같지만.

신명기는 천지신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족의 이야기와 신들의 이야기가 있기에 판타지라고 봐도 무관하다.
다양한 고대 종교에 대한 유시진의 지식과 철학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좋은 작가의 작품이 으례 그렇듯이
신명기에는 한명의 두드러지는 주인공이 있지만
그외 등장인물들도 결코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한다.
우선 주인공 타마라
그녀는 동천제의 유일한 딸로써 동천제가 마족의 여인과 결합하여 얻은 자식이다.
그녀는 대단한 신력을 가지고 있으며 태어나기 전부터의 기억이 있는 비상한 능력의 소유자이다.
그녀는 자신의 눈 앞에서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어머니가 죽은 뒤 노골적으로 자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며
종종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고자 하는 아버지 사이에서 홀로 강하게 성장한다.
때때로 아버지인 동천제에 대한 극단적인 미움으로 괴로워한다.
하지만 자신과 그가 대등하지 않은 위치임을 자각해 참고 또 참는다.
언제 올지 모르는 자유의 그날을 위해 분투하는 그녀는
강하다. 아름답다. 엄청난 카리스마와 지적 능력의 소유자이다.
그리고 외로움 자체에 적응을 하고 있다.

여성의 강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타마라.
타마라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나도 타마라 같은 여성이 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  

 

별점이 낮은 이유는...완결을 안해줘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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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위의 기병 - [초특가판]
엠지미디어 / 200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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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이 날씨가 글루~미한 날
어떤 영화를 볼까 하다가 예전에 보던 영화가 생각나서
몇 자 적어 볼까 한다.
바로 <지붕위의 기병> 

 
줄리에뜨 비노쉬와 올리비에 마르티네즈가 주연한 이 작품은
프랑스 영화 역사 10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된 영화로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장 지오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장 지오노는 우리나라로 치면 황순원과 비슷한 필을 가진 작가이다.
대단히 목가적인 단편 <나무를 심는 사람>이란 작품이 있고
그 다음 이 작가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기병 시리즈이다.

<지붕위의 기병>은 유럽이 이제 막 근대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이탈리아 귀족 여인의 사생아로 태어난
안젤로는 샤를마뉴 왕 소속의 기병이다.(이때 이탈리아는 통일 전이라
소속이 중요한 것 같다. 기병은 귀족만이 될 수 있는 짠밥~)
어머니를 대단히 존경하며 사랑하는 이 청년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생활을 하는데 쫒기게 되어 프로방스로 급히 떠난다.
영화에서는 앙젤로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가 나레이션으로 나온다.
앙젤로가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러한 여성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
중세 초기 이후로 사라진 유럽의 기사도를 완벽하게 실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마노스크에 도착한 것은 뜨거운 여름 한낮,
보기만 해도 일사병에 걸릴 것 같은 햇빛이 쏟아지는 마을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다.
긴 여행에 지친 그가 우물에서 물을 마시려고 할 때
창문으로 그를 관찰하던 마을 사람이 그를 우물에 독을 푼 것으로 오해하며 소리를 지른다.
갑작스럽게 몰려든 사람들로부터 무차별 린치를 당하던 앙젤로는
사람들을 피해 지붕 위로 올라가게 된다.
당시 프랑스 전역에는 죽음의 병인 콜레라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고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리 도둑 고양이와 함께 지붕에서 머물던 앙젤로는 비가 내리는 밤,
고양이를 따라 창문을 통해 한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두운 집 안에서 앙젤로가 떨어진 소리를 듣고 나타난 것은
검은 머리에 하얗고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
비록 도둑처럼 숨어들어 왔지만 자존심을 지키며 깍듯하게 예의를 갖춘 앙젤로에게
폴린은 스스럼 없이 음식을 대접한다.
그녀가 식당에서 홍차와 빵을 준비하는 동안 앙젤로는 엉망으로 꼬죄죄해진 얼굴을 거울로 보며
더 꼬질거리는 옷으로 닦아낸 뒤 구두를 신는다.
이것은 그가 대단히 예의가 몸에 밴 기사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사와 아름다운 귀족 여인의 만남.
그들의 예정된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정신없이 음식을 먹으면서도 게걸스럽게 보이는 것을 사과하는 앙젤로는
자신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폴린에게 어떨게 낯선 사람을 집안에
들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자 미소를 지으며 하얀 레이스 손수건 아래 숨겨둔 총을 보여주는 폴린. 연약한 귀부인이 아니라 당찬 면모를 보여준다.
역시 여주인공인 무작정 청순가련형이면 시대극에서도 사랑 못받는다.

그대로 식탁에서 잠이 들었던 앙젤로는 다음날 아침, 집안에 혼자 남은 것을 알게 된다.
플로방스를 떠나 길을 재촉하는 앙젤로는 마을의 경계지방으로 간다.
그곳에는 콜레라 때문에 통행 금지령이 내려지자 병을 피하기 위해
이동하던 사람들이 허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숲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앙젤로는 그곳에서 폴린과 재회한다.
이동허가의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들은 말을 타고 탈출을 한 뒤 드넓은 산을 달리며 잠깐동안 해방감을 만끽한다.

하지만 여행이 계속되는 동안 그들은 끊임없이 마찰한다.
귀부인으로서의 생활이 익숙한 폴린은 이러한 도피 생활을 적응하지 못하고
앙젤로 역시 고지직하고 어린 군인으로서의 생활을 지키려하기 때문에
둘은 삐그덕 거리는 것이다.
폴린은 남편을 찾아 남편이 있는 툴롱으로 가는 중이다.
앙젤로는 동지들이 준 독립운동 자금을 이탈리아로 전달해야 한다.
둘의 길은 다르지만 앙젤로는 폴린의 목적지까지 그녀를 수행하기로 한다.
왜? 그녀는 여성이며 혼자 길을 떠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독립이라는 중요한 일을 수행하면서도 그의 몸에 밴 기사도는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 그를 거의 철인으로 만든다.
불을 피우지도 못하고 스타킹을 두겹씩 입고 한데서 잠을 자야 하는 불편함은 물론
홀로 음식과 장작을 구하는 등 그는 모든일을 다 해낸다.
불을 못 피우는데 화가 난 그녀는 앙젤로가 스타킹을 한벌 더 입으라고 주자 그 자리에서 치마를 걷고 스타킹을 신는다.
그 모습을 본 앙젤로는 재빨리 뒤돌아 선다. 그는 정말 순수할 정도로 깨끗한 기사도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그녀는? 그가 모든 것을 구해 오면 차를 끓여 마시거나 대화를 한다.
주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듣는 편이다. 역시 그럴 때는 그녀가 만만치 않는 작위의 귀부인임이 느껴진다. ^^
앙젤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폴린은 인간의 시신에 맛이 들린 까마귀의 공격을 받는다.
눈물을 흘리며 기겁을 해 까마귀떼에게서 도망을 치는 폴린을 돕는 앙젤로.
그는 그녀의 손을 독한 술로 씻진 뒤 불을 붙여 소독시킨다.
차츰 서로를 이해하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산에서 잡동상인을(보부상 정도?)를 만나 셋은 안전을 위해 잠시 동행을 한다.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알고 있는 잡동상인의 이야기에 다시 목적지를 바꾸는 폴린.
그녀는 오랫만에 홍차를 마시면서 즐거워 한다.
(그 바쁜 와중에 그녀는 차와 주전자를 챙겨 왔다. 뼉다구부터 귀족이다.ㅋㅋ)
앙젤로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잡동상인과 동행을 하기로 결심한 폴린은
돈이 다 떨어지자 잡동상인에게 동행세로 반지를 준다.
하지만 앙젤로는 독립운동자금의 일부를 사용해 그녀의 반지를 다시 찾아주는 것은 물론 끝까지 그녀를 수행한다.
비록 공적인 돈이기는 하지만 수행하는 귀부인의 사적인 물건을 함부로 사용하게 둘 수는 없는 법이다.
정말...뼛속까지 기사도적인 정신~
뉘집 엄마인지 아들 하나는 끝내주게 길렀다.

결국 마침내 떼위스에 도착한 폴린은 남평의 친구이기도 한 그곳 최고 귀족의 집을 찾는다.
후작 부인의 이름을 들은 귀족들이 몸둘바를 모르며 그녀를 극진히 대접한다.
오랫만에 음식을 마음껏 먹는 폴린.
사람들은 그녀에게 어디서 여행하는 길이었냐고 묻자 그녀는 사실대로
마노스크라고 말한 뒤 그곳의 참혹한 실정을 말한다.
얼굴이 싸늘히 굳은 귀족들은 마치 전염병균처럼 폴린을 대하며 소독약을 뿌린 뒤 바깥으로 뿔뿔히 흩어진다.
혼자 남은 폴린. 의연하게 음식을 챙긴다.
그녀의 수모를 본 앙젤로가폴린의 팔을 잡으로 당장 나가자고 하슨 순간 귀족 남자가 들어온다.
폴린의 남편 친구인 그는 폴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녀를 걱정하는 그에게 앙젤로는 자신이 그녀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다.
들이닥치는 경찰을 피해 다시 황급히 길을 떠나는 폴린과 앙젤로.
그들의 여행을 여기까지 보았을 때 관객도 피곤함을 느낀다.
주인공들이 편히 잠 한 숨 못자다니...

하지만 여기가 그들 고생의 끝이 아니다.
떼위스에서 남편의 소식을 들은 폴린은 그가 자신을 찾아 마노스크로 갔다는 말에 정신을 잃고 다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애시당초 그녀는 병을 피해서가 아닌 남편을 찾아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죽을 고비로 벗어난 곳을 다시 돌아가겠다는 폴린을 말리기 위해 총까지 들며 손으로 길을 막고 명령을 앙젤로.
그의 반대은 곧 사랑이었다. 그때부터 이 사람이 멋있게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앙젤로가 잠시 한 눈을 팔고 있는 사이 폴린은 결국 고집을 부리며 혼자 길을 떠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콜레라 환자를 격리하기 위해 출동한 기병대에게 잡혀 격리 수용소로 가게 된 폴린.
그곳은 콜레라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모아 놓은 곳이었다.
보자마자 폴린의 가방과 옷, 숄 등을 탐내는 수녀들..
창가에 홀로 앉아 있는 폴린 눈 앞에 앙젤로가 들어온다.
그는 자진해서 격리 수용소에 들어온 것.
장교의 신분으로 들어와 대접은 깍듯하게 받았지만 시설을 똑같았다.
앙젤로는 폴린을 찾아 일부러 그곳에 온 것이다.
격기 수용소에서 둘이 재회하는 순간에 감추어진 깊은 사랑이 엄청나게 느껴진다.
그날 밤, 그들은 합작을 해 앙젤로와 폴린의 주동으로 사람들과 함께 그곳을 탈출한다.
뜻밖의 순간에 보여준 폴린의 깡다구와 용기에 감탄하는 앙젤로.

마침내 그들은 폴린의 집이 있는 틀롱을 향해 간다.
의견충돌없이..총총히 숲을 걷는 그들. 툴롱이 가까워오는 순간
비가 내리자 폴린은 잠시 비를 피했다 갈 것을 제안한다.
숲 속에 있는 제법 큰 저택.
그곳에 들어간 두 사람.
불을 피우고 와인을 찾으며 묶을 준비를 부지런히 하는 앙젤로와 달리
느긋하게 머리를 빗고 새옷을 꺼내 입는 폴린.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하면 안됀다고 말하는 앙젤로에게 폴린은 말한다.
"툴롱은 내 땅이에요."
오~ 홈그라운드라 이거지. 거만한 귀족 정신.
비가 그치자 다시 길을 재촉하는 앙젤로에게 잠시만 더 쉬었다 갈 것을 제안하는 폴린.
혼자서라도 떠나겠다고 짐을 꾸리는 앙젤로를 보다가 갑자기 창문에
머리를 부딪히는 폴린은
걱정하며 다가오는 앙젤로에게 떠날 것을 부탁한다.
앙젤로가 혼자 떠날 준비를 마치고 떠나려고 할 때
이층으로 걸음을 옯기던 폴린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결국 그녀도 콜레라에 걸린 것이다.
벽난로 옆에서 미친듯이 그녀의 온 몸을 맛사지 하며 와인을 먹이고
초인적인 힘으로 그녀를 간호하는 앙젤로.
불에 비친 그녀의 푸르스름한 얼굴은 거의 시체와 같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다음날 새벽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든 앙젤로는 자신에 몸을 담요로
덮어주는 손길에 잠을 깬다.
폴린이었다.
앙젤로의 밤샘 간호를 통해 죽음이 아닌 사랑을 선택한 폴린이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이다.

다시 살아났집만 쇠약해진 그녀를 위해 마차를 불러
툴롱의 성으로 폴린을 호위하는 앙젤로 앞에 저 멀리 아내를 맞으려
말을 타고 뛰어오는 후작이 보인다.

영화는 이쯤해서 끝이 난다.
콜레라의 격류를 헤치며 마노스크에서 툴롱까지 폴린과 함께 한
일주일 간의 시간, 그 시간동안 앙젤로의 행복은 극에 달한다.

영화는 마치 저설 트리트탄과 이졸데의 사랑을 보는 것 같다.
삶과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들 사이에는 장벽이 있다.
폴린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이 있으며 앙젤로에게는 숭고한 기사도 정신이 있는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안나 카레리나>처럼 아름다운 귀족 부인과 연하의 귀족 장교와의 불륜이 아니다.
그녀가 프랑스 인이기에,
그가 이탈리아 인이기에,
그들의 마음은 서로를 향해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사랑인 것이다.

격리수용소에 갇힌 폴린을 찾아 앙젤로가 자진해서 그곳을 찾았을 때
폴린을 발견하고서 그가 제일 먼저 한 말은 바로
"차 주전자도 가져왔습니다. 마담"이다.
그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는 폴린.

이렇게 날씨가 글루~미한 날에는 감기 예방도 할 겸
뜨거운 아삼티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이 제격이다.
홍차를 마시다 보니 이 영화가 생각난 것이다.

"차 주전자도 가져왔습니다. 마담"

밤새 간호를 받도 죽음을 넘어서 살아난 폴린은 앙젤로에게
'tu' - 당신, 자기: 연인에게 사용하는 호칭 - 을 사용한다.
(이래서 언어가 중요해. ㅠ,,ㅠ - 나도 설명 듣고 알았다)
하지만 앙젤로는 끝내 '마담'외의 호칭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이제 오직 그녀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 - 요 영화에서 올리비에 마르티네즈를 보고 뻑~갔다.
역할도 워낙 멋진데다가 외모도 근사했으니까 - 이태리인이었지만..
뭔가 우수에다 섹시..기타 등등 이 사람 나온 잡지가 없어서 외국 잡지에
난 사진 한조가리에 감탄하고 했다. 이 사람이 최근 찍은 영화가 리차드 기어와 함께 나온 '언페이스풀' 이 영화에서느 역할 자체 뿐 아니라 대사에서도 아예 '꽃미남'이라고 나온다. 아...나의 심미안.
심심하고 지루한 영화도 왠지 끝까지 볼 수 있을 거 같은 오늘 같은 날.
한번 아무도 없을 때 볼 만한 영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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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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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작가 가네시로 카즈키는 제일교포 3세대(?)쯤인
코리언 재패니즈다. 그렇다고 해서 제발 우쭐거리지는 말자.
축구선구 나카다가 한국 피가 섞였느니, X-Japan의 요시키가
한국계라느니 일본에서 누군가 떴다고만 하면 한반도의 인종들인
우리는 죄다 한국피를 끌여들여 "흥! 역시~" "그럼 그렇지!"
"그런데 걔들은 그거 왜 숨기는 거야?" 라는 등 함부로 말한다.
우리는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상처 준다.

일본에서 잘 나가는 인물들 중에 재일 출신이라고 하면
그저 한반도에 살고 있다는 이유도 괜스레 으시대면서 정작
그들이 토해놓은 진주 같은 작품들에는 관심도 가지지 않으며
그들이 토해 낸 눈물겨운 현실과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일 생각도
없고 그들에게 무엇인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해주고 싶어하지도
않으면서 뻔뻔스럽게 그들이 정체성을 "나 한국인이요!"하고
밝혀주길 바란다.

만약 그래서, 그들이 밝히면, 그러면 어쩔 건대?
수만은 재일교포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면
군소리 없이 두 팔 벌려 환대라도 해줄건대?
오래 전부터 세계 곳곳에 화교를 심어 놓고 아주 잘 살아가는
중국에 비해 우리는 아직도 교포들에 대해 너무나 후진 생각들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부끄럽다.

단순하고 쉬운 대중인 나 역시 그렇다.
한때 한국 문단에서 큰 호응을 받은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
난 그녀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 후 다른 일본 작가들의 작품은 꽤 읽었다.
바나나며, 하루키, 히토나리, 가오리, 에리코(드라마) 등등.
현대 문학에는 좀처럼 손이 가질 않는데 특이한 경우였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재미가 있어서.

재일교포 작가인 가네시로 카즈키는
이러한 우울함을 단번에 날려버려주었다.
일본인에게도, 한국인에게도 충격을 준 그의 작품은
유쾌 상쾌 통쾌하고 쿨~한 멋과 진~한 인생이 있다. 멋지다.

이 사람이 좋다.
이 사람은 또한 단순한 연예인이었던 구보즈키 요스케를
우리에게 멋진 배우로 만들어 선물해주었다.
작가답지 않은 진지한 유머감각.
이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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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사람, 좋아한다.

오늘은 <어제의 세계>를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며 어젯밤의 우울함을 떨쳤다.

 

평생을 그렇게 살다 죽은 사람도 있다.

존경스럽다.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글을 읽게 하는 것은

작가가 가진 품성이오,

글에 중독되는 것은

그 작가의 문체이다.

 

안톤 슈낙,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톨스토이,

그리고 슈테판 츠바이크와 앙드레 말로를

완전 좋아하던 나로써는

만연체를 쓰게 된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신중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 내는

그들의 글은 정말이지 한줄 한줄 읽는 것이

아까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원래 좋아하면 따라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참, 많이도 따라하려고 했다.

지금도 짤막한 간결체가 난 너무 힘들다.

 

언젠가 나도향의 <그믐달>,

현진건의 <불국사 기행> 같은 글을

진정으로 쓰고 싶다.

 

언젠가 레비 스트로스나 슈테판 츠바이크 같은

학자가 되고 싶다. 평생을 숭고하게 살다간 사람들.

 

언젠가 루 살로메 같은 연애를 하고 싶다.

세계의 지성을 모두 무릎꿇게 만든 그녀의 마력.

그녀는 그들의 뮤즈가 되어 그들의 정신을 풍요롭게 했다.

그럼에도 그녀 자신은 언제나 자유로웠으며

여성이 학문을 닦는 것이 금단인 시절에도

그녀의 영민함과 총명함은 빛을 발했다. 

 

 오늘 읽은 구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이것이다.

 

기적은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이보다 멋진 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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