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호장룡 - 아웃케이스 없음
이안 감독, 양자경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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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말의 명화로 <와호장룡>이 방영된단다.

여름에 대나무 숲을 본다면 정말 시원할 것 같다.

와호장룡은 내가 극장에 가서 혼자 본 영화 중 하나이다.

한번 보고 기대 이상이라 너무 놀라서

자막에 연연 안하고 느긋하게 한번 더 보고 싶어서

살짝 눈치 보고 그대로 눌러 앉아 한번 더 봤다.

평일이기 때문에 가능했는지, 당시 흥행중이 아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게는 아주 특별한 영화였다.

국외에서 화제가 되었다던 관련소식을 모조리 제치고

나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왕도로 원작의...>이라고 쓰여진

팜플렛 문구였다. 설마 싶었지만 그제서야 팜플렛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그리고 내가 읽은 무협지가 원작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봐 주어야만 했던 것이다.

무협지에는 옥교룡, 나소호, 유수련, 이무백, 유태보, 철패륵 등으로

등장인물 이름을 그대로 써서 몰랐는데 시놉을 읽어보니

'리무바이'가 '이무백'인 것이었다.

대단히 섬세한 고증의상이나 세트들...

그럼에도 무협다운 판타지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액션씬.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운 배우들의 연기

사막과 무당산의 풍경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며 그대로 담긴 웅대한 스케일

반하고 반했다.

특히 사막씬에서는 완전 뿅~가고 말았다.

특히 나는 줄거리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캐릭터에 몰입하기 쉬웠는데, 

단언하건데 100년, 200년이 지나서

리메이크 된다고 하여도 지금같은 완벽한 캐스팅은 없을 것이다.

유수련 역의 양자경과 이무백 역의 주윤발에서는 감탄...

사실 장쯔이의 옥교룡에서 많이 실망을 했었다.

김은수가 <토지>에 열광하다가 '서희'역에 기대를 하는 것처럼

왕도려 원작의 <청강만리>에서는 

이 '옥교룡'의 미모가 대단하다고 나온다. 

음악을 연주하다 멈추고, 

사람들이 얼굴 한번 구경하러 따라 다니고,

옥교룡이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 무려 2페이지 걸쳐서

모습을 묘사할 정도로 작가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였던 것.

나소호가 옥대인의 집에 숨어들어가 옥교룡을 처음 만나서

부탁한 것도 제발 불을 켜서 얼굴을 보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옥교룡의 특징으로는 키가 크다고 묘사되는데

그런데 쨘~ 하고 등장한 것이 자그마할 뿐더러 

별 감흥을 느끼기 어려운 장쯔이.

하지만 장쯔이의 매력을 후반부에서 빛났다.

설마 그 액션을 전부 소화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눈을 똑바로 뜨고 장첸을 바라보며

"날 보내지 마"

라고 말한 옥교룡은 정말 무협사상 가장 개성강한 캐릭터다.

또 조용히 양자경의 손을 잡고 자신의 뺨에 갖다 댄 주윤발은...

엉엉엉...미중년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이 멋진 영화를 혼자 본 이유는 나의 취향 때문인데

난 중국 영화와 무협지를 즐겨보는데 편견없이 중국 영화를 

같이 보러 가줄 사람이 주위에 없었다.

내 주위에는 중국영화라면 유치하다 혹은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을 미리 지어버리는 사람들 뿐이라 같이 보러 가기 싫었다.

나는 그래서 중국 영화라면 혼자서 보러 극장에 잘 간다.


오늘 와호장룡을 하면 또 봐야지...

주말의 명화를 하는 시간에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다.

마지막 장면 즈음해서 리무바이가 죽을 때 비가 내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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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협려 세트 - 전8권
김용 지음, 이덕옥 옮김 / 김영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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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세상 사람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같이 하게 한단말인가?
(問世間 情是何物 直敎生死相許)'

금나라 사람 원호문(元好問:1190~1257)의 명작 '매피당(邁陂塘)'의 가사. 
'매피당'은 일명 '매피당(買陂塘)' 또는 '모어아(摸魚兒)', 
'모어자(摸魚子)', '쌍거원(雙渠怨)'이라고도 하는데 
당나라 때의 교방곡(敎坊曲)에 속한다. 
원호문의 이 가사는 금나라 황제 장종(章宗) 태화(泰和) 5년인 
1205년에 쓰여진 것이다. 

당시 그는 병주(幷州)로 과거를 보러 가는 중이었는데, 
길에서 우연히 기러기를 잡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이 원호문에게 말하길,

"내가 기러기 한 쌍을 잡았는데 한 마리는 죽었고 
한 마리는 그물을 피해 요행히 도망을 쳐 살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기러기는 도무지 멀리 도망가지 않고 
배회하며 슬피 울다가 땅에 머리를 찧고 자살해 버렸답니다."

라는 이야기를 들려 준다. 

원호문은 이 이야기에 감동되어 
죽은 한 쌍의 기러기를 사서 분수(汾水) 물가에 묻어 준다. 
돌을 쌓아 표시를 하고는 그 곳을 기러기의 무덤이란 뜻으로 
'안구(雁丘)'라 칭했다. 그리고는 바로 이 '매파당' 중의 
'안구사(雁丘詞)'를 지었다. 

김용의 <신조협려> 에서는 이 가사의 전반부만 인용하고 있는데, 
언제 읽어도 가슴을 저미는 슬픈 사랑 이야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무협소설 중에서도 <신조협려>는 아주 슬픈 사랑 이야기가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협 마니아 중에서도 
의외로 남자들에게 특히 최고로 꼽히는 작품이다.   

안구사

세상 사람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같이 하게 한단 말인가?
하늘과 땅을 가로지르는 저 새야,
지친 날개 위로
추위와 더위를 몇 번이나 겪었던고.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 속에
헤매는 어리석은 여인이 있었네.

님께서 말이나 하련만,
아득한 만리에
구름만 첩첩이 보이고......

해가 지고
온 산에 눈 내리면
외로운 그림자 누굴 찾아 날아갈꼬.

분수(汾水)의 물가를 가로 날아도
그때 피리와 북소리 적막하고
초나라엔 거친 연기 의구하네.

초혼가를 불러도 탄식을 금하지 못하겠고
산귀신도
비바람 속에 몰래 흐느끼는구나.

하늘도 질투하는지
더불어 믿지 못할 것을......
꾀꼬리와 제비도 황토에 묻혔네.

천추만고에
어느 시인을 기다려 머물렀다가
취하도록 술 마시고 미친 노래 부르며
기러기 무덤이나 찾아올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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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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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이름에서도 무엇인가 무심한듯 쿨한 느낌이 나는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 - 로소'.
딱 보기에도 책을 편 순간 모든 것을 잊고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나는 그녀의 책을 정말 정신없이 읽었다.
그렇게 금방 책을 다 읽어버리도록 몰두한 것이 너무 오랫만이어서 그리고 몇번이고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즐거워서,
왠지 책과 나와 묘한 유대감이라도 생긴듯한 기분에 우쭐해서,
읽고 난 후에도 허탈하거나 내용을 까맣게 잊거나 기억하기 보다는
읽었을 적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울림이 남는 것이 인상적이어서, 
그렇게 몇번을 읽다보니 그 문체가, 그 느낌이, 그 주인공들이
마냥 좋아져 버려서 하나의 작품밖에 안 읽었지만 나는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가 성큼 좋아져 버렸다.
그녀의 다른 작품은 하나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접한 작품에서만큼은 그녀를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번째 읽은 것이 '반짝반짝 빛나는'
역시 책을 편 순간 책장을 덮을때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그녀의 탁월한 내공.
그리고 책장을 덮은 뒤에 남는 긴 여운.
다 읽고 난 뒤 조금 더 천천히 읽을 것을...하면서도 
어서 읽어버리고 싶어지게 만들어버리는 주인공들.
새로운 책에 목말랐던 요즘이 아니었더라도 아마 
단숨에 읽어버렸을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역시 지하철에서 읽었다.
다행이 갈아타는 역은 놓치지 않았다. 
나는 종종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보면 갈아타는 역을 놓쳐버리곤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비주류들이다.
의사이며 호모인 남편.
울증과 알콜에 중독된 아내.
남편의 동료 의사이자 역시 호모인 남자.
그 호모의 연인들.
그리고 주인공의 정상인 친구.
주인공의 정상인 부모들.

그런데, 이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비주류에 속한 
주인공들에게 애정이 간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지 않아도(관계를 갖고 아이를 가지는...)
이들의 행복하고 안락한 생활이 깨지길 바라지 않게 된다.
이 비정상적인 주인공들은 그들만이 느끼는 행복과 이해로
충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기 때문에 그 빛이 사라지게 되길
원치 않는다. 

에쿠니 가오리.
무심한듯 아래를 바라보는 눈과 아무렇게나 틀어올린 머리. 
앞머리가 없이 반듯한 이마, 마른듯한 체격을 연상시키는 
옆모습의 사진 한장이 그녀에 대한 포토그래프의 전부지만,
나는 점점 그녀가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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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민음사 세계시인선 45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김병익 옮김 / 민음사 / 197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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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밤이면 이몸을 잠에 맡겨
허덕이지 않게 하시고 당신을 믿게 하소서.

내 쇠약한 정신이 당신을 우러러
가난한 차림으로 방황하지 않게 하소서.

이 하루의 고달픈 눈 위에 밤의 장막을 치신 것은 당신입니다.
밤의 장막에서 깰 때에는 더욱 더 새로운 기쁨 속에서 그 모습을 소생케 하십니다.


이 잠언으로...
기탄잘리로 나는 자포자기했던 많은 시간을
잠으로 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대신 이 짧은 시를 몇번이고 읽으면서 견디었다.
종교가 없는 내게는 타고르의 시가 곧 기도였다.
외우고 또 외우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견디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는 시간도
그렇게 견디었다.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이 사람을....
이 분을 너무 사랑해서
힘든 고 3을 씩씩하고 아름답게 견딜 수 있었다.
나이가 많은 남자에 대한 환상과
많은 형제에 대한 환상 역시
타고르 집안에 대한 흠모....

열닷섯에 당신을 처음 만난 나는
어느덧 스무살이 넘었고
그대가 시를 쓰고 독립운동을 하던 나이를
훌쩍 지나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대는 나의 영원한 사랑입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대를 사랑합니다.
누가 내게서 그대의 자리를 대신 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껏 표현하는 사랑의 아름다움도
반대로, 역설하는 표현의 절절함도
모두 내게 가르쳐준 당신인걸요...

당신이 없더라도
여전히 나의 사랑은 계속됩니다.
처음부터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아마 내가 없는 세상에서 난,
당신의 영혼을 찾아가 내 사랑을 말할 겁니다.
당신은 아마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난 당신의 발치에 앉아
당신 곁에 있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 은혜는 베풀어 주시겠지요.

시끄러운 이 세상,
전, 당신이 준 추억으로 살아온 사람인걸요.
잠시 당신을 기억에 묻어 두어서 죄송합니다.
이제 당신을 하나씩 꺼내어 먼지를 털고
빛을 내겠습니다.

님이여, 나의 신이여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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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김봉두 - Teacher Kim Bong-du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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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진짜 재밌다.
차승원 단독 주연작인데...
사담으로 차승원 영화 계보
세기말 - 리베라메 - 신라의 달밤 - 광복절 특사 - 선생 김봉두
기억나는 것만 이렇다.
세기말이야 출연 자체가 감사했을 것이고...
리베라메에선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신라의 달밤에서 망가지며 관객의 사랑을 받았고
광복절 특사에서는 설경구라는 걸출한 배우와 함께했다.
그러면 두번의 홈런형 안타를 치고
달랑 오지 분교 아이들 다섯명과 공동 주연(?)이랄 순 없으니
온전히 차승원 이름만 걸고 첫 영화를 찍은 것이다.
궤도에 오른 후에...그런데 재밌다.
이 영화 감독 김상진인가...원래 이 영화를 먼저 기획, 준비했는데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재밌는 영화>를 먼저 먼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자기가 찍고 싶은 영화였기 때문일까....
억지스런 웃음도 없고 정말 재밌고...구석 구석 애정어린 손길이
느껴진다...김 감독..약았다. ㅋㅋㅋ 다 그런거지 모~
그런데 이 감독이 원래 웃긴 걸 좋아하는지..정말 코믹한 부분을
많이 넣었다. 소화하는 것은 온전히 차승원의 몫. 그런데 잘한다.
점수 짜다는 기자 시사서 영화 끝나고 박수가 터져 나왔으니...
아마 대박은 아니어도 준대박은 되지 않을까...
차승원은 되게 가까이서 여러번 보았다 ^^
다리 진짜 길고 엉덩이 진짜 작다.
옷이 별로 였는데 청바지가 너무 예뻐서 그 옷만 보게 되었다.
오해는 말도록,..ㅋㅋㅋ 그리고 김수로 넘 귀엽다
목소리 그대로다...나란히 서서 좌석 확인했는데...
사람들이 몰려서 좌석이 부족했었거덩...김수로 막상 받은 번호가
좌석표에 없자 당황했다. 연예인인데 서서 볼 수도 없고,.ㅋㅋㅋ
강성진도 왔는데...민간인들하고 되게 친했다.
어~오빠? 여자들이 막 그러던걸,,,?
여하튼 줄거리를 필요없을 것이고..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볼거 많고 느낄 거 많고 2시간 안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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