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 민음사 세계시인선 45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김병익 옮김 / 민음사 / 1974년 10월
평점 :
품절


고달픈 밤이면 이몸을 잠에 맡겨
허덕이지 않게 하시고 당신을 믿게 하소서.

내 쇠약한 정신이 당신을 우러러
가난한 차림으로 방황하지 않게 하소서.

이 하루의 고달픈 눈 위에 밤의 장막을 치신 것은 당신입니다.
밤의 장막에서 깰 때에는 더욱 더 새로운 기쁨 속에서 그 모습을 소생케 하십니다.


이 잠언으로...
기탄잘리로 나는 자포자기했던 많은 시간을
잠으로 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대신 이 짧은 시를 몇번이고 읽으면서 견디었다.
종교가 없는 내게는 타고르의 시가 곧 기도였다.
외우고 또 외우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견디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는 시간도
그렇게 견디었다.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이 사람을....
이 분을 너무 사랑해서
힘든 고 3을 씩씩하고 아름답게 견딜 수 있었다.
나이가 많은 남자에 대한 환상과
많은 형제에 대한 환상 역시
타고르 집안에 대한 흠모....

열닷섯에 당신을 처음 만난 나는
어느덧 스무살이 넘었고
그대가 시를 쓰고 독립운동을 하던 나이를
훌쩍 지나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대는 나의 영원한 사랑입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대를 사랑합니다.
누가 내게서 그대의 자리를 대신 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껏 표현하는 사랑의 아름다움도
반대로, 역설하는 표현의 절절함도
모두 내게 가르쳐준 당신인걸요...

당신이 없더라도
여전히 나의 사랑은 계속됩니다.
처음부터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아마 내가 없는 세상에서 난,
당신의 영혼을 찾아가 내 사랑을 말할 겁니다.
당신은 아마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난 당신의 발치에 앉아
당신 곁에 있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 은혜는 베풀어 주시겠지요.

시끄러운 이 세상,
전, 당신이 준 추억으로 살아온 사람인걸요.
잠시 당신을 기억에 묻어 두어서 죄송합니다.
이제 당신을 하나씩 꺼내어 먼지를 털고
빛을 내겠습니다.

님이여, 나의 신이여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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