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협려 세트 - 전8권
김용 지음, 이덕옥 옮김 / 김영사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 사람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같이 하게 한단말인가?
(問世間 情是何物 直敎生死相許)'

금나라 사람 원호문(元好問:1190~1257)의 명작 '매피당(邁陂塘)'의 가사. 
'매피당'은 일명 '매피당(買陂塘)' 또는 '모어아(摸魚兒)', 
'모어자(摸魚子)', '쌍거원(雙渠怨)'이라고도 하는데 
당나라 때의 교방곡(敎坊曲)에 속한다. 
원호문의 이 가사는 금나라 황제 장종(章宗) 태화(泰和) 5년인 
1205년에 쓰여진 것이다. 

당시 그는 병주(幷州)로 과거를 보러 가는 중이었는데, 
길에서 우연히 기러기를 잡는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이 원호문에게 말하길,

"내가 기러기 한 쌍을 잡았는데 한 마리는 죽었고 
한 마리는 그물을 피해 요행히 도망을 쳐 살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남은 기러기는 도무지 멀리 도망가지 않고 
배회하며 슬피 울다가 땅에 머리를 찧고 자살해 버렸답니다."

라는 이야기를 들려 준다. 

원호문은 이 이야기에 감동되어 
죽은 한 쌍의 기러기를 사서 분수(汾水) 물가에 묻어 준다. 
돌을 쌓아 표시를 하고는 그 곳을 기러기의 무덤이란 뜻으로 
'안구(雁丘)'라 칭했다. 그리고는 바로 이 '매파당' 중의 
'안구사(雁丘詞)'를 지었다. 

김용의 <신조협려> 에서는 이 가사의 전반부만 인용하고 있는데, 
언제 읽어도 가슴을 저미는 슬픈 사랑 이야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무협소설 중에서도 <신조협려>는 아주 슬픈 사랑 이야기가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협 마니아 중에서도 
의외로 남자들에게 특히 최고로 꼽히는 작품이다.   

안구사

세상 사람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같이 하게 한단 말인가?
하늘과 땅을 가로지르는 저 새야,
지친 날개 위로
추위와 더위를 몇 번이나 겪었던고.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고통 속에
헤매는 어리석은 여인이 있었네.

님께서 말이나 하련만,
아득한 만리에
구름만 첩첩이 보이고......

해가 지고
온 산에 눈 내리면
외로운 그림자 누굴 찾아 날아갈꼬.

분수(汾水)의 물가를 가로 날아도
그때 피리와 북소리 적막하고
초나라엔 거친 연기 의구하네.

초혼가를 불러도 탄식을 금하지 못하겠고
산귀신도
비바람 속에 몰래 흐느끼는구나.

하늘도 질투하는지
더불어 믿지 못할 것을......
꾀꼬리와 제비도 황토에 묻혔네.

천추만고에
어느 시인을 기다려 머물렀다가
취하도록 술 마시고 미친 노래 부르며
기러기 무덤이나 찾아올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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