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위의 기병 - [초특가판]
엠지미디어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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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이 날씨가 글루~미한 날
어떤 영화를 볼까 하다가 예전에 보던 영화가 생각나서
몇 자 적어 볼까 한다.
바로 <지붕위의 기병> 

 
줄리에뜨 비노쉬와 올리비에 마르티네즈가 주연한 이 작품은
프랑스 영화 역사 10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된 영화로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장 지오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장 지오노는 우리나라로 치면 황순원과 비슷한 필을 가진 작가이다.
대단히 목가적인 단편 <나무를 심는 사람>이란 작품이 있고
그 다음 이 작가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기병 시리즈이다.

<지붕위의 기병>은 유럽이 이제 막 근대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이탈리아 귀족 여인의 사생아로 태어난
안젤로는 샤를마뉴 왕 소속의 기병이다.(이때 이탈리아는 통일 전이라
소속이 중요한 것 같다. 기병은 귀족만이 될 수 있는 짠밥~)
어머니를 대단히 존경하며 사랑하는 이 청년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생활을 하는데 쫒기게 되어 프로방스로 급히 떠난다.
영화에서는 앙젤로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가 나레이션으로 나온다.
앙젤로가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러한 여성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
중세 초기 이후로 사라진 유럽의 기사도를 완벽하게 실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마노스크에 도착한 것은 뜨거운 여름 한낮,
보기만 해도 일사병에 걸릴 것 같은 햇빛이 쏟아지는 마을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다.
긴 여행에 지친 그가 우물에서 물을 마시려고 할 때
창문으로 그를 관찰하던 마을 사람이 그를 우물에 독을 푼 것으로 오해하며 소리를 지른다.
갑작스럽게 몰려든 사람들로부터 무차별 린치를 당하던 앙젤로는
사람들을 피해 지붕 위로 올라가게 된다.
당시 프랑스 전역에는 죽음의 병인 콜레라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고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리 도둑 고양이와 함께 지붕에서 머물던 앙젤로는 비가 내리는 밤,
고양이를 따라 창문을 통해 한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두운 집 안에서 앙젤로가 떨어진 소리를 듣고 나타난 것은
검은 머리에 하얗고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
비록 도둑처럼 숨어들어 왔지만 자존심을 지키며 깍듯하게 예의를 갖춘 앙젤로에게
폴린은 스스럼 없이 음식을 대접한다.
그녀가 식당에서 홍차와 빵을 준비하는 동안 앙젤로는 엉망으로 꼬죄죄해진 얼굴을 거울로 보며
더 꼬질거리는 옷으로 닦아낸 뒤 구두를 신는다.
이것은 그가 대단히 예의가 몸에 밴 기사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사와 아름다운 귀족 여인의 만남.
그들의 예정된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정신없이 음식을 먹으면서도 게걸스럽게 보이는 것을 사과하는 앙젤로는
자신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폴린에게 어떨게 낯선 사람을 집안에
들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자 미소를 지으며 하얀 레이스 손수건 아래 숨겨둔 총을 보여주는 폴린. 연약한 귀부인이 아니라 당찬 면모를 보여준다.
역시 여주인공인 무작정 청순가련형이면 시대극에서도 사랑 못받는다.

그대로 식탁에서 잠이 들었던 앙젤로는 다음날 아침, 집안에 혼자 남은 것을 알게 된다.
플로방스를 떠나 길을 재촉하는 앙젤로는 마을의 경계지방으로 간다.
그곳에는 콜레라 때문에 통행 금지령이 내려지자 병을 피하기 위해
이동하던 사람들이 허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숲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앙젤로는 그곳에서 폴린과 재회한다.
이동허가의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들은 말을 타고 탈출을 한 뒤 드넓은 산을 달리며 잠깐동안 해방감을 만끽한다.

하지만 여행이 계속되는 동안 그들은 끊임없이 마찰한다.
귀부인으로서의 생활이 익숙한 폴린은 이러한 도피 생활을 적응하지 못하고
앙젤로 역시 고지직하고 어린 군인으로서의 생활을 지키려하기 때문에
둘은 삐그덕 거리는 것이다.
폴린은 남편을 찾아 남편이 있는 툴롱으로 가는 중이다.
앙젤로는 동지들이 준 독립운동 자금을 이탈리아로 전달해야 한다.
둘의 길은 다르지만 앙젤로는 폴린의 목적지까지 그녀를 수행하기로 한다.
왜? 그녀는 여성이며 혼자 길을 떠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독립이라는 중요한 일을 수행하면서도 그의 몸에 밴 기사도는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 그를 거의 철인으로 만든다.
불을 피우지도 못하고 스타킹을 두겹씩 입고 한데서 잠을 자야 하는 불편함은 물론
홀로 음식과 장작을 구하는 등 그는 모든일을 다 해낸다.
불을 못 피우는데 화가 난 그녀는 앙젤로가 스타킹을 한벌 더 입으라고 주자 그 자리에서 치마를 걷고 스타킹을 신는다.
그 모습을 본 앙젤로는 재빨리 뒤돌아 선다. 그는 정말 순수할 정도로 깨끗한 기사도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그녀는? 그가 모든 것을 구해 오면 차를 끓여 마시거나 대화를 한다.
주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듣는 편이다. 역시 그럴 때는 그녀가 만만치 않는 작위의 귀부인임이 느껴진다. ^^
앙젤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폴린은 인간의 시신에 맛이 들린 까마귀의 공격을 받는다.
눈물을 흘리며 기겁을 해 까마귀떼에게서 도망을 치는 폴린을 돕는 앙젤로.
그는 그녀의 손을 독한 술로 씻진 뒤 불을 붙여 소독시킨다.
차츰 서로를 이해하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산에서 잡동상인을(보부상 정도?)를 만나 셋은 안전을 위해 잠시 동행을 한다.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알고 있는 잡동상인의 이야기에 다시 목적지를 바꾸는 폴린.
그녀는 오랫만에 홍차를 마시면서 즐거워 한다.
(그 바쁜 와중에 그녀는 차와 주전자를 챙겨 왔다. 뼉다구부터 귀족이다.ㅋㅋ)
앙젤로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잡동상인과 동행을 하기로 결심한 폴린은
돈이 다 떨어지자 잡동상인에게 동행세로 반지를 준다.
하지만 앙젤로는 독립운동자금의 일부를 사용해 그녀의 반지를 다시 찾아주는 것은 물론 끝까지 그녀를 수행한다.
비록 공적인 돈이기는 하지만 수행하는 귀부인의 사적인 물건을 함부로 사용하게 둘 수는 없는 법이다.
정말...뼛속까지 기사도적인 정신~
뉘집 엄마인지 아들 하나는 끝내주게 길렀다.

결국 마침내 떼위스에 도착한 폴린은 남평의 친구이기도 한 그곳 최고 귀족의 집을 찾는다.
후작 부인의 이름을 들은 귀족들이 몸둘바를 모르며 그녀를 극진히 대접한다.
오랫만에 음식을 마음껏 먹는 폴린.
사람들은 그녀에게 어디서 여행하는 길이었냐고 묻자 그녀는 사실대로
마노스크라고 말한 뒤 그곳의 참혹한 실정을 말한다.
얼굴이 싸늘히 굳은 귀족들은 마치 전염병균처럼 폴린을 대하며 소독약을 뿌린 뒤 바깥으로 뿔뿔히 흩어진다.
혼자 남은 폴린. 의연하게 음식을 챙긴다.
그녀의 수모를 본 앙젤로가폴린의 팔을 잡으로 당장 나가자고 하슨 순간 귀족 남자가 들어온다.
폴린의 남편 친구인 그는 폴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녀를 걱정하는 그에게 앙젤로는 자신이 그녀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다.
들이닥치는 경찰을 피해 다시 황급히 길을 떠나는 폴린과 앙젤로.
그들의 여행을 여기까지 보았을 때 관객도 피곤함을 느낀다.
주인공들이 편히 잠 한 숨 못자다니...

하지만 여기가 그들 고생의 끝이 아니다.
떼위스에서 남편의 소식을 들은 폴린은 그가 자신을 찾아 마노스크로 갔다는 말에 정신을 잃고 다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애시당초 그녀는 병을 피해서가 아닌 남편을 찾아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죽을 고비로 벗어난 곳을 다시 돌아가겠다는 폴린을 말리기 위해 총까지 들며 손으로 길을 막고 명령을 앙젤로.
그의 반대은 곧 사랑이었다. 그때부터 이 사람이 멋있게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앙젤로가 잠시 한 눈을 팔고 있는 사이 폴린은 결국 고집을 부리며 혼자 길을 떠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콜레라 환자를 격리하기 위해 출동한 기병대에게 잡혀 격리 수용소로 가게 된 폴린.
그곳은 콜레라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모아 놓은 곳이었다.
보자마자 폴린의 가방과 옷, 숄 등을 탐내는 수녀들..
창가에 홀로 앉아 있는 폴린 눈 앞에 앙젤로가 들어온다.
그는 자진해서 격리 수용소에 들어온 것.
장교의 신분으로 들어와 대접은 깍듯하게 받았지만 시설을 똑같았다.
앙젤로는 폴린을 찾아 일부러 그곳에 온 것이다.
격기 수용소에서 둘이 재회하는 순간에 감추어진 깊은 사랑이 엄청나게 느껴진다.
그날 밤, 그들은 합작을 해 앙젤로와 폴린의 주동으로 사람들과 함께 그곳을 탈출한다.
뜻밖의 순간에 보여준 폴린의 깡다구와 용기에 감탄하는 앙젤로.

마침내 그들은 폴린의 집이 있는 틀롱을 향해 간다.
의견충돌없이..총총히 숲을 걷는 그들. 툴롱이 가까워오는 순간
비가 내리자 폴린은 잠시 비를 피했다 갈 것을 제안한다.
숲 속에 있는 제법 큰 저택.
그곳에 들어간 두 사람.
불을 피우고 와인을 찾으며 묶을 준비를 부지런히 하는 앙젤로와 달리
느긋하게 머리를 빗고 새옷을 꺼내 입는 폴린.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하면 안됀다고 말하는 앙젤로에게 폴린은 말한다.
"툴롱은 내 땅이에요."
오~ 홈그라운드라 이거지. 거만한 귀족 정신.
비가 그치자 다시 길을 재촉하는 앙젤로에게 잠시만 더 쉬었다 갈 것을 제안하는 폴린.
혼자서라도 떠나겠다고 짐을 꾸리는 앙젤로를 보다가 갑자기 창문에
머리를 부딪히는 폴린은
걱정하며 다가오는 앙젤로에게 떠날 것을 부탁한다.
앙젤로가 혼자 떠날 준비를 마치고 떠나려고 할 때
이층으로 걸음을 옯기던 폴린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결국 그녀도 콜레라에 걸린 것이다.
벽난로 옆에서 미친듯이 그녀의 온 몸을 맛사지 하며 와인을 먹이고
초인적인 힘으로 그녀를 간호하는 앙젤로.
불에 비친 그녀의 푸르스름한 얼굴은 거의 시체와 같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다음날 새벽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든 앙젤로는 자신에 몸을 담요로
덮어주는 손길에 잠을 깬다.
폴린이었다.
앙젤로의 밤샘 간호를 통해 죽음이 아닌 사랑을 선택한 폴린이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이다.

다시 살아났집만 쇠약해진 그녀를 위해 마차를 불러
툴롱의 성으로 폴린을 호위하는 앙젤로 앞에 저 멀리 아내를 맞으려
말을 타고 뛰어오는 후작이 보인다.

영화는 이쯤해서 끝이 난다.
콜레라의 격류를 헤치며 마노스크에서 툴롱까지 폴린과 함께 한
일주일 간의 시간, 그 시간동안 앙젤로의 행복은 극에 달한다.

영화는 마치 저설 트리트탄과 이졸데의 사랑을 보는 것 같다.
삶과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들 사이에는 장벽이 있다.
폴린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이 있으며 앙젤로에게는 숭고한 기사도 정신이 있는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안나 카레리나>처럼 아름다운 귀족 부인과 연하의 귀족 장교와의 불륜이 아니다.
그녀가 프랑스 인이기에,
그가 이탈리아 인이기에,
그들의 마음은 서로를 향해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사랑인 것이다.

격리수용소에 갇힌 폴린을 찾아 앙젤로가 자진해서 그곳을 찾았을 때
폴린을 발견하고서 그가 제일 먼저 한 말은 바로
"차 주전자도 가져왔습니다. 마담"이다.
그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는 폴린.

이렇게 날씨가 글루~미한 날에는 감기 예방도 할 겸
뜨거운 아삼티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이 제격이다.
홍차를 마시다 보니 이 영화가 생각난 것이다.

"차 주전자도 가져왔습니다. 마담"

밤새 간호를 받도 죽음을 넘어서 살아난 폴린은 앙젤로에게
'tu' - 당신, 자기: 연인에게 사용하는 호칭 - 을 사용한다.
(이래서 언어가 중요해. ㅠ,,ㅠ - 나도 설명 듣고 알았다)
하지만 앙젤로는 끝내 '마담'외의 호칭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이제 오직 그녀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 - 요 영화에서 올리비에 마르티네즈를 보고 뻑~갔다.
역할도 워낙 멋진데다가 외모도 근사했으니까 - 이태리인이었지만..
뭔가 우수에다 섹시..기타 등등 이 사람 나온 잡지가 없어서 외국 잡지에
난 사진 한조가리에 감탄하고 했다. 이 사람이 최근 찍은 영화가 리차드 기어와 함께 나온 '언페이스풀' 이 영화에서느 역할 자체 뿐 아니라 대사에서도 아예 '꽃미남'이라고 나온다. 아...나의 심미안.
심심하고 지루한 영화도 왠지 끝까지 볼 수 있을 거 같은 오늘 같은 날.
한번 아무도 없을 때 볼 만한 영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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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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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작가 가네시로 카즈키는 제일교포 3세대(?)쯤인
코리언 재패니즈다. 그렇다고 해서 제발 우쭐거리지는 말자.
축구선구 나카다가 한국 피가 섞였느니, X-Japan의 요시키가
한국계라느니 일본에서 누군가 떴다고만 하면 한반도의 인종들인
우리는 죄다 한국피를 끌여들여 "흥! 역시~" "그럼 그렇지!"
"그런데 걔들은 그거 왜 숨기는 거야?" 라는 등 함부로 말한다.
우리는 함부로 말하고 함부로 상처 준다.

일본에서 잘 나가는 인물들 중에 재일 출신이라고 하면
그저 한반도에 살고 있다는 이유도 괜스레 으시대면서 정작
그들이 토해놓은 진주 같은 작품들에는 관심도 가지지 않으며
그들이 토해 낸 눈물겨운 현실과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일 생각도
없고 그들에게 무엇인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해주고 싶어하지도
않으면서 뻔뻔스럽게 그들이 정체성을 "나 한국인이요!"하고
밝혀주길 바란다.

만약 그래서, 그들이 밝히면, 그러면 어쩔 건대?
수만은 재일교포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면
군소리 없이 두 팔 벌려 환대라도 해줄건대?
오래 전부터 세계 곳곳에 화교를 심어 놓고 아주 잘 살아가는
중국에 비해 우리는 아직도 교포들에 대해 너무나 후진 생각들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부끄럽다.

단순하고 쉬운 대중인 나 역시 그렇다.
한때 한국 문단에서 큰 호응을 받은 재일교포 작가 유미리.
난 그녀의 작품을 읽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 후 다른 일본 작가들의 작품은 꽤 읽었다.
바나나며, 하루키, 히토나리, 가오리, 에리코(드라마) 등등.
현대 문학에는 좀처럼 손이 가질 않는데 특이한 경우였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재미가 있어서.

재일교포 작가인 가네시로 카즈키는
이러한 우울함을 단번에 날려버려주었다.
일본인에게도, 한국인에게도 충격을 준 그의 작품은
유쾌 상쾌 통쾌하고 쿨~한 멋과 진~한 인생이 있다. 멋지다.

이 사람이 좋다.
이 사람은 또한 단순한 연예인이었던 구보즈키 요스케를
우리에게 멋진 배우로 만들어 선물해주었다.
작가답지 않은 진지한 유머감각.
이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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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세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곽복록 옮김 / 지식공작소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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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좋아한다.

오늘은 <어제의 세계>를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며 어젯밤의 우울함을 떨쳤다.

 

평생을 그렇게 살다 죽은 사람도 있다.

존경스럽다.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글을 읽게 하는 것은

작가가 가진 품성이오,

글에 중독되는 것은

그 작가의 문체이다.

 

안톤 슈낙,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톨스토이,

그리고 슈테판 츠바이크와 앙드레 말로를

완전 좋아하던 나로써는

만연체를 쓰게 된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신중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 내는

그들의 글은 정말이지 한줄 한줄 읽는 것이

아까울 정도이기 때문이다.

원래 좋아하면 따라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참, 많이도 따라하려고 했다.

지금도 짤막한 간결체가 난 너무 힘들다.

 

언젠가 나도향의 <그믐달>,

현진건의 <불국사 기행> 같은 글을

진정으로 쓰고 싶다.

 

언젠가 레비 스트로스나 슈테판 츠바이크 같은

학자가 되고 싶다. 평생을 숭고하게 살다간 사람들.

 

언젠가 루 살로메 같은 연애를 하고 싶다.

세계의 지성을 모두 무릎꿇게 만든 그녀의 마력.

그녀는 그들의 뮤즈가 되어 그들의 정신을 풍요롭게 했다.

그럼에도 그녀 자신은 언제나 자유로웠으며

여성이 학문을 닦는 것이 금단인 시절에도

그녀의 영민함과 총명함은 빛을 발했다. 

 

 오늘 읽은 구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이것이다.

 

기적은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

 

 

 

이보다 멋진 말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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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세요
쓰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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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대신 "힘내지 않아도 좋아!"라고 말하기.


 

"꾸지람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은 잘 알겠어.
때로는 그런 것도 필요하겠지.
그러나 냉정한 비판을 받는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네가 안고 있는 외로움에
서광이 비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너무 힘을 내려고 애쓰는 바람에

네가 엉뚱한 길, 잘못된 세계로

빠져드는 것만 같아.
굳이 힘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잖니?
인간이란 실은

그렇게 힘을 내서 살 이유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거꾸로 힘이 나지. 몹쓸 사람들은 우리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주는 그런 사람들이야.
힘을 내지 않아도 좋아.
자기 속도에 맞춰


그저 한발 한발 나아가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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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대처,  

조용히 바보로 취급당하는 것을 선택했던 수상의 남편

 
수상이 된 후 마거릿의 권위적이고 독단적이며 주변을 배려할 줄 모르는 태도는 더욱 강해졌다. 그것은 ‘영국병’을 고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방편이기도 했지만 마거릿이 가진 원래 품성이기도 했다. 영국에 ‘영국병’이 있다면, ‘영국병’을 고치고자 했던 마거릿에게는 이른바 ‘대처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쌍벽을 이루는 성공 강박증이 있었다. 수상으로써 마거릿이 영국병을 매로 다스리는 수상이었다면, 남편으로서 데니스는 수상이자 아내인 마거릿의 ‘대처병’을 사랑으로 감싸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최초의 여성 수상과 그녀의 외로움을 위로한 남편 

 


마거릿은 자신이 성공한 것은 운이 아니라 철저하게 실력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신분과 가난이라는 물리적인 어려움을 의지와 노력으로 이겨냈던 그녀는 조금이라도 자신의 기대보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보면 견디질 못하고 가차 없이 독설을 퍼부었다. 또한 그녀는 모든 스케줄은 하루에 네다섯 시간 취침이면 충분한 자신의 체력에 맞췄고 부하직원들을 매우 엄격하게 대했다. 피곤에 찌든 보좌관들은 남몰래 치를 떨면서도 감히 그녀 앞에서 대놓고 불만을 표현하지 못했다.
사실 마거릿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수상이었고 그래서 경직되고 침체된 영국 사회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도저히 실현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을 포용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화 등으로 풀어가기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관철시키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비난도 많이 받았다. 여당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것도 아니었고 그녀와 대립한 야당은 정치적인 사안 외에 마거릿의 목소리, 말 한마디, 목소리, 표정 하나, 가벼운 동작 하나하나에 대한 꼬투리를 붙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워낙 씩씩하고 강한 정신력을 지닌 마거릿이었지만 호의적인 시선보다 적대적인 시선이 압도적인 가운데 항상 긴장 상태로 지내다 보니 성취감이나 뿌듯함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다. 데니스는 그런 외롭고 고독한 마거릿을 아는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며 보호자였다.

그는 아내의 꿈과 능력이 세상과 조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갖 소음들 중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를 구분할 수 있었고, 자신이 마거릿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이며 그때가 언제인지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재주가 있었다. 데니스는 마거릿에게 용기가 필요할 때는 진심을 다해 그녀가 세상에 둘도 없는 지도자라고 말해주었으며 침묵이 필요할 때는 입을 다물었고, 위로가 필요할 땐 묵묵히 그녀의 곁을 지키며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

다우닝가의 안주인에서 퍼스트 젠틀맨으로

또한 데니스는 유머감각과 여유, 배려와 사교성이 부족하여 비난받는 마거릿을 위해 다우닝가 10번지 수상 관저의 ‘안주인’ 노릇을 자처하며 그녀에게 부족한 부분을 소리 없이 채워주었다. 종종 마거릿이 각료들을 집으로 초대하면 데니스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부인들과 응접실에서 어울렸다. 그리고 마거릿과 그녀들의 남편인 각료들이 회의를 하는 동안 차를 마시기도 하고 다양한 화제로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살뜰하게 대접했다.

수상으로써 마거릿은 ‘사교적 모임’과 ‘회의’를 가리지 않고 어떤 자리에서든 한 번 정치 이야기를 시작하면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토론을 하는, 한마디로 다른 사람들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상사였다. 따라서 데니스의 이러한 배려는 ‘사적인 초대라고 해놓고 남편들을 붙들고 정치 이야기를 끝도 없이 계속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 수상’에 대한 부인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그는 마거릿이 바쁠 때면 그녀를 대신하여 수상 관저를 직접 방문하는 사람들을 만나주곤 했다. 데니스는 단지 의례적으로 그들을 만나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수상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듣고 자세히 기록했다가 나중에 마거릿에게 전달한 후 그녀의 결정이나 대답을 다시 전해주곤 했다. 이러한 행동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거만하다는 수상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데 무척 큰 효과가 있었다.

데니스에게 이런 일을 해달라고 부탁한 것은 마거릿도 그녀의 내각 참모들도 아니었다. 이것은 순전히 ‘다우닝가의 안주인’을 자처한 데니스가 알아서 찾아낸 역할이었다. 이처럼 데니스는 마거릿이 수상으로 재임했던 11 년 동안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외조를 계속했다. 이런 그에게 사람들은 영부인을 뜻하는 퍼스트레이디(First Lady)의 의미를 정중하게 담은 ‘퍼스트 젠틀맨(First Gentleman)’이라는 칭호를 선물했다. 그 후 데니스는 이상적인 정치가의 남편을 칭하는 롤 모델이자 대명사로 알려지게 되었다.

박수칠 때 떠난 명예로운 퇴임

1990년 11월 20일, 마거릿은 보수당 당수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과반수 이하의 표를 얻어 패배했다. 재투표를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물론 보수당 내에서도 그녀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을 때였다. 마거릿은 남편에게 조언을 구했다. 1959년 마거릿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30년 넘도록 정치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낸 적이 없는 데니스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마거릿에게 명예로운 퇴임을 하기 바란다고 대답했다. 데니스의 말은 마거릿에게 남편의 조언인 동시에 국민의 의견이었다. 마거릿은 데니스의 의견에 순순히 따랐다.

이틀 후인 1990년 11월 22일 아침, 마거릿은 뉴스를 통해 당의 앞날과 융합을 위해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녀의 선택은 그동안 그녀에게 반발하던 많은 사람들에게서 존경을 이끌어냈다. 국민들은 11년간 누려온 절대적인 권력을 포기할 줄 아는 마거릿의 용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언론 역시 그녀에게 호의적이었다. 물러서야 할 때를 정확하게 알고 실천한 사람에게만 주어질 수 있는 명예로운 퇴임이었다. 1991년 5월, 여왕 알현을 마치고 나온 마거릿은 눈가가 붉게 물든 채 수상 관저를 떠났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데니스는 그녀의 곁을 지켰다.
 
1992년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마거릿의 공을 인정해 그녀에게 여남작 작위를 수여했다. 마거릿이 남작이 되면서 남편인 데니스 또한 자연히 준 남작이 되었다. 마거릿이 정치가가 된 이후 데니스에게 무언가를 준 것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죽음 그리고 홀로 남겨진 마거릿

명예로운 퇴임 이후 마거릿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매우 사소한 일에도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고 지독한 상실감과 허무함에 시달렸다. 30년이 훨씬 넘도록 취미도 휴식도 없이 오로지 ‘정치’라는 한 길만 전력질주해온 결과였다. 데니스는 우울증에 빠진 아내를 살뜰하게 보살폈다. 그녀가 수상이든 아니든, 권력이 있든 없든 언제나 그녀의 편이었던 데니스가 곁에 있는 한 마거릿은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영원할 수는 없었다. 2003년 데니스는 췌장암 및 심장병으로 88세에 세상을 떠났다. 마거릿은 큰 충격을 받았다. 남편을 먼저 보낸 마거릿은 외롭고 쓸쓸한 노년을 보내야 했다. 데니스 외에는 마음을 나눌 친구 한 명조차 없던 마거릿은 그가 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차츰 치매 증상을 보였다. 마거릿과 데니스의 딸 캐럴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와의 대화를 담은 자신의 비망록을 책으로 냈다. 딸과 대화를 하던 중 마거릿은 몇 번이나 남편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캐럴은 그때마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말해주어야 했다. 그때마다 마거릿은 슬픈 표정을 지었다.

만약 데니스가 마거릿보다 오래 살았다면 어땠을까. 그가 마거릿을 마지막까지 돌보았다면 그녀가 치매라는 사실은 세상에 결코 드러나지 않은 채 죽는 날까지 ‘수상’이자 ‘여남작’다운 품위를 지켰을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조민기
gorah9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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