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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위의 기병 - [초특가판]
엠지미디어 / 2006년 3월
평점 :
오늘같이 날씨가 글루~미한 날
어떤 영화를 볼까 하다가 예전에 보던 영화가 생각나서
몇 자 적어 볼까 한다.
바로 <지붕위의 기병>
줄리에뜨 비노쉬와 올리비에 마르티네즈가 주연한 이 작품은
프랑스 영화 역사 10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된 영화로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장 지오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장 지오노는 우리나라로 치면 황순원과 비슷한 필을 가진 작가이다.
대단히 목가적인 단편 <나무를 심는 사람>이란 작품이 있고
그 다음 이 작가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기병 시리즈이다.
<지붕위의 기병>은 유럽이 이제 막 근대로 넘어가는 격동의 시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이탈리아 귀족 여인의 사생아로 태어난
안젤로는 샤를마뉴 왕 소속의 기병이다.(이때 이탈리아는 통일 전이라
소속이 중요한 것 같다. 기병은 귀족만이 될 수 있는 짠밥~)
어머니를 대단히 존경하며 사랑하는 이 청년은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생활을 하는데 쫒기게 되어 프로방스로 급히 떠난다.
영화에서는 앙젤로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가 나레이션으로 나온다.
앙젤로가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는 이러한 여성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
중세 초기 이후로 사라진 유럽의 기사도를 완벽하게 실천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가 마노스크에 도착한 것은 뜨거운 여름 한낮,
보기만 해도 일사병에 걸릴 것 같은 햇빛이 쏟아지는 마을은 이상할 정도로 고요하다.
긴 여행에 지친 그가 우물에서 물을 마시려고 할 때
창문으로 그를 관찰하던 마을 사람이 그를 우물에 독을 푼 것으로 오해하며 소리를 지른다.
갑작스럽게 몰려든 사람들로부터 무차별 린치를 당하던 앙젤로는
사람들을 피해 지붕 위로 올라가게 된다.
당시 프랑스 전역에는 죽음의 병인 콜레라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고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한마리 도둑 고양이와 함께 지붕에서 머물던 앙젤로는 비가 내리는 밤,
고양이를 따라 창문을 통해 한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두운 집 안에서 앙젤로가 떨어진 소리를 듣고 나타난 것은
검은 머리에 하얗고 풍성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
비록 도둑처럼 숨어들어 왔지만 자존심을 지키며 깍듯하게 예의를 갖춘 앙젤로에게
폴린은 스스럼 없이 음식을 대접한다.
그녀가 식당에서 홍차와 빵을 준비하는 동안 앙젤로는 엉망으로 꼬죄죄해진 얼굴을 거울로 보며
더 꼬질거리는 옷으로 닦아낸 뒤 구두를 신는다.
이것은 그가 대단히 예의가 몸에 밴 기사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사와 아름다운 귀족 여인의 만남.
그들의 예정된 사랑은 그렇게 시작된다.
정신없이 음식을 먹으면서도 게걸스럽게 보이는 것을 사과하는 앙젤로는
자신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폴린에게 어떨게 낯선 사람을 집안에
들일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자 미소를 지으며 하얀 레이스 손수건 아래 숨겨둔 총을 보여주는 폴린. 연약한 귀부인이 아니라 당찬 면모를 보여준다.
역시 여주인공인 무작정 청순가련형이면 시대극에서도 사랑 못받는다.
그대로 식탁에서 잠이 들었던 앙젤로는 다음날 아침, 집안에 혼자 남은 것을 알게 된다.
플로방스를 떠나 길을 재촉하는 앙젤로는 마을의 경계지방으로 간다.
그곳에는 콜레라 때문에 통행 금지령이 내려지자 병을 피하기 위해
이동하던 사람들이 허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숲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앙젤로는 그곳에서 폴린과 재회한다.
이동허가의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들은 말을 타고 탈출을 한 뒤 드넓은 산을 달리며 잠깐동안 해방감을 만끽한다.
하지만 여행이 계속되는 동안 그들은 끊임없이 마찰한다.
귀부인으로서의 생활이 익숙한 폴린은 이러한 도피 생활을 적응하지 못하고
앙젤로 역시 고지직하고 어린 군인으로서의 생활을 지키려하기 때문에
둘은 삐그덕 거리는 것이다.
폴린은 남편을 찾아 남편이 있는 툴롱으로 가는 중이다.
앙젤로는 동지들이 준 독립운동 자금을 이탈리아로 전달해야 한다.
둘의 길은 다르지만 앙젤로는 폴린의 목적지까지 그녀를 수행하기로 한다.
왜? 그녀는 여성이며 혼자 길을 떠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독립이라는 중요한 일을 수행하면서도 그의 몸에 밴 기사도는
그녀와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 그를 거의 철인으로 만든다.
불을 피우지도 못하고 스타킹을 두겹씩 입고 한데서 잠을 자야 하는 불편함은 물론
홀로 음식과 장작을 구하는 등 그는 모든일을 다 해낸다.
불을 못 피우는데 화가 난 그녀는 앙젤로가 스타킹을 한벌 더 입으라고 주자 그 자리에서 치마를 걷고 스타킹을 신는다.
그 모습을 본 앙젤로는 재빨리 뒤돌아 선다. 그는 정말 순수할 정도로 깨끗한 기사도 정신을 가진 사람이다.
그녀는? 그가 모든 것을 구해 오면 차를 끓여 마시거나 대화를 한다.
주로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듣는 편이다. 역시 그럴 때는 그녀가 만만치 않는 작위의 귀부인임이 느껴진다. ^^
앙젤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폴린은 인간의 시신에 맛이 들린 까마귀의 공격을 받는다.
눈물을 흘리며 기겁을 해 까마귀떼에게서 도망을 치는 폴린을 돕는 앙젤로.
그는 그녀의 손을 독한 술로 씻진 뒤 불을 붙여 소독시킨다.
차츰 서로를 이해하는 두 사람,
두 사람은 산에서 잡동상인을(보부상 정도?)를 만나 셋은 안전을 위해 잠시 동행을 한다.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알고 있는 잡동상인의 이야기에 다시 목적지를 바꾸는 폴린.
그녀는 오랫만에 홍차를 마시면서 즐거워 한다.
(그 바쁜 와중에 그녀는 차와 주전자를 챙겨 왔다. 뼉다구부터 귀족이다.ㅋㅋ)
앙젤로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 잡동상인과 동행을 하기로 결심한 폴린은
돈이 다 떨어지자 잡동상인에게 동행세로 반지를 준다.
하지만 앙젤로는 독립운동자금의 일부를 사용해 그녀의 반지를 다시 찾아주는 것은 물론 끝까지 그녀를 수행한다.
비록 공적인 돈이기는 하지만 수행하는 귀부인의 사적인 물건을 함부로 사용하게 둘 수는 없는 법이다.
정말...뼛속까지 기사도적인 정신~
뉘집 엄마인지 아들 하나는 끝내주게 길렀다.
결국 마침내 떼위스에 도착한 폴린은 남평의 친구이기도 한 그곳 최고 귀족의 집을 찾는다.
후작 부인의 이름을 들은 귀족들이 몸둘바를 모르며 그녀를 극진히 대접한다.
오랫만에 음식을 마음껏 먹는 폴린.
사람들은 그녀에게 어디서 여행하는 길이었냐고 묻자 그녀는 사실대로
마노스크라고 말한 뒤 그곳의 참혹한 실정을 말한다.
얼굴이 싸늘히 굳은 귀족들은 마치 전염병균처럼 폴린을 대하며 소독약을 뿌린 뒤 바깥으로 뿔뿔히 흩어진다.
혼자 남은 폴린. 의연하게 음식을 챙긴다.
그녀의 수모를 본 앙젤로가폴린의 팔을 잡으로 당장 나가자고 하슨 순간 귀족 남자가 들어온다.
폴린의 남편 친구인 그는 폴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녀를 걱정하는 그에게 앙젤로는 자신이 그녀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다.
들이닥치는 경찰을 피해 다시 황급히 길을 떠나는 폴린과 앙젤로.
그들의 여행을 여기까지 보았을 때 관객도 피곤함을 느낀다.
주인공들이 편히 잠 한 숨 못자다니...
하지만 여기가 그들 고생의 끝이 아니다.
떼위스에서 남편의 소식을 들은 폴린은 그가 자신을 찾아 마노스크로 갔다는 말에 정신을 잃고 다시 돌아갈 것을 결심한다.
애시당초 그녀는 병을 피해서가 아닌 남편을 찾아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죽을 고비로 벗어난 곳을 다시 돌아가겠다는 폴린을 말리기 위해 총까지 들며 손으로 길을 막고 명령을 앙젤로.
그의 반대은 곧 사랑이었다. 그때부터 이 사람이 멋있게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앙젤로가 잠시 한 눈을 팔고 있는 사이 폴린은 결국 고집을 부리며 혼자 길을 떠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콜레라 환자를 격리하기 위해 출동한 기병대에게 잡혀 격리 수용소로 가게 된 폴린.
그곳은 콜레라에 걸려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모아 놓은 곳이었다.
보자마자 폴린의 가방과 옷, 숄 등을 탐내는 수녀들..
창가에 홀로 앉아 있는 폴린 눈 앞에 앙젤로가 들어온다.
그는 자진해서 격리 수용소에 들어온 것.
장교의 신분으로 들어와 대접은 깍듯하게 받았지만 시설을 똑같았다.
앙젤로는 폴린을 찾아 일부러 그곳에 온 것이다.
격기 수용소에서 둘이 재회하는 순간에 감추어진 깊은 사랑이 엄청나게 느껴진다.
그날 밤, 그들은 합작을 해 앙젤로와 폴린의 주동으로 사람들과 함께 그곳을 탈출한다.
뜻밖의 순간에 보여준 폴린의 깡다구와 용기에 감탄하는 앙젤로.
마침내 그들은 폴린의 집이 있는 틀롱을 향해 간다.
의견충돌없이..총총히 숲을 걷는 그들. 툴롱이 가까워오는 순간
비가 내리자 폴린은 잠시 비를 피했다 갈 것을 제안한다.
숲 속에 있는 제법 큰 저택.
그곳에 들어간 두 사람.
불을 피우고 와인을 찾으며 묶을 준비를 부지런히 하는 앙젤로와 달리
느긋하게 머리를 빗고 새옷을 꺼내 입는 폴린.
다른 사람의 물건을 함부로 하면 안됀다고 말하는 앙젤로에게 폴린은 말한다.
"툴롱은 내 땅이에요."
오~ 홈그라운드라 이거지. 거만한 귀족 정신.
비가 그치자 다시 길을 재촉하는 앙젤로에게 잠시만 더 쉬었다 갈 것을 제안하는 폴린.
혼자서라도 떠나겠다고 짐을 꾸리는 앙젤로를 보다가 갑자기 창문에
머리를 부딪히는 폴린은
걱정하며 다가오는 앙젤로에게 떠날 것을 부탁한다.
앙젤로가 혼자 떠날 준비를 마치고 떠나려고 할 때
이층으로 걸음을 옯기던 폴린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다.
결국 그녀도 콜레라에 걸린 것이다.
벽난로 옆에서 미친듯이 그녀의 온 몸을 맛사지 하며 와인을 먹이고
초인적인 힘으로 그녀를 간호하는 앙젤로.
불에 비친 그녀의 푸르스름한 얼굴은 거의 시체와 같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다음날 새벽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든 앙젤로는 자신에 몸을 담요로
덮어주는 손길에 잠을 깬다.
폴린이었다.
앙젤로의 밤샘 간호를 통해 죽음이 아닌 사랑을 선택한 폴린이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이다.
다시 살아났집만 쇠약해진 그녀를 위해 마차를 불러
툴롱의 성으로 폴린을 호위하는 앙젤로 앞에 저 멀리 아내를 맞으려
말을 타고 뛰어오는 후작이 보인다.
영화는 이쯤해서 끝이 난다.
콜레라의 격류를 헤치며 마노스크에서 툴롱까지 폴린과 함께 한
일주일 간의 시간, 그 시간동안 앙젤로의 행복은 극에 달한다.
영화는 마치 저설 트리트탄과 이졸데의 사랑을 보는 것 같다.
삶과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들 사이에는 장벽이 있다.
폴린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이 있으며 앙젤로에게는 숭고한 기사도 정신이 있는 것이다.
그들의 사랑은 <안나 카레리나>처럼 아름다운 귀족 부인과 연하의 귀족 장교와의 불륜이 아니다.
그녀가 프랑스 인이기에,
그가 이탈리아 인이기에,
그들의 마음은 서로를 향해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가능한 사랑인 것이다.
격리수용소에 갇힌 폴린을 찾아 앙젤로가 자진해서 그곳을 찾았을 때
폴린을 발견하고서 그가 제일 먼저 한 말은 바로
"차 주전자도 가져왔습니다. 마담"이다.
그말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는 폴린.
이렇게 날씨가 글루~미한 날에는 감기 예방도 할 겸
뜨거운 아삼티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이 제격이다.
홍차를 마시다 보니 이 영화가 생각난 것이다.
"차 주전자도 가져왔습니다. 마담"
밤새 간호를 받도 죽음을 넘어서 살아난 폴린은 앙젤로에게
'tu' - 당신, 자기: 연인에게 사용하는 호칭 - 을 사용한다.
(이래서 언어가 중요해. ㅠ,,ㅠ - 나도 설명 듣고 알았다)
하지만 앙젤로는 끝내 '마담'외의 호칭을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이제 오직 그녀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 - 요 영화에서 올리비에 마르티네즈를 보고 뻑~갔다.
역할도 워낙 멋진데다가 외모도 근사했으니까 - 이태리인이었지만..
뭔가 우수에다 섹시..기타 등등 이 사람 나온 잡지가 없어서 외국 잡지에
난 사진 한조가리에 감탄하고 했다. 이 사람이 최근 찍은 영화가 리차드 기어와 함께 나온 '언페이스풀' 이 영화에서느 역할 자체 뿐 아니라 대사에서도 아예 '꽃미남'이라고 나온다. 아...나의 심미안.
심심하고 지루한 영화도 왠지 끝까지 볼 수 있을 거 같은 오늘 같은 날.
한번 아무도 없을 때 볼 만한 영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