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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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이름에서도 무엇인가 무심한듯 쿨한 느낌이 나는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 - 로소'.
딱 보기에도 책을 편 순간 모든 것을 잊고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나는 그녀의 책을 정말 정신없이 읽었다.
그렇게 금방 책을 다 읽어버리도록 몰두한 것이 너무 오랫만이어서 그리고 몇번이고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는 것이 즐거워서,
왠지 책과 나와 묘한 유대감이라도 생긴듯한 기분에 우쭐해서,
읽고 난 후에도 허탈하거나 내용을 까맣게 잊거나 기억하기 보다는
읽었을 적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울림이 남는 것이 인상적이어서, 
그렇게 몇번을 읽다보니 그 문체가, 그 느낌이, 그 주인공들이
마냥 좋아져 버려서 하나의 작품밖에 안 읽었지만 나는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가 성큼 좋아져 버렸다.
그녀의 다른 작품은 하나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가 접한 작품에서만큼은 그녀를 충분히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번째 읽은 것이 '반짝반짝 빛나는'
역시 책을 편 순간 책장을 덮을때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그녀의 탁월한 내공.
그리고 책장을 덮은 뒤에 남는 긴 여운.
다 읽고 난 뒤 조금 더 천천히 읽을 것을...하면서도 
어서 읽어버리고 싶어지게 만들어버리는 주인공들.
새로운 책에 목말랐던 요즘이 아니었더라도 아마 
단숨에 읽어버렸을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역시 지하철에서 읽었다.
다행이 갈아타는 역은 놓치지 않았다. 
나는 종종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보면 갈아타는 역을 놓쳐버리곤 한다.

'반짝반짝 빛나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비주류들이다.
의사이며 호모인 남편.
울증과 알콜에 중독된 아내.
남편의 동료 의사이자 역시 호모인 남자.
그 호모의 연인들.
그리고 주인공의 정상인 친구.
주인공의 정상인 부모들.

그런데, 이 정상적인 사람들보다 비주류에 속한 
주인공들에게 애정이 간다.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지 않아도(관계를 갖고 아이를 가지는...)
이들의 행복하고 안락한 생활이 깨지길 바라지 않게 된다.
이 비정상적인 주인공들은 그들만이 느끼는 행복과 이해로
충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기 때문에 그 빛이 사라지게 되길
원치 않는다. 

에쿠니 가오리.
무심한듯 아래를 바라보는 눈과 아무렇게나 틀어올린 머리. 
앞머리가 없이 반듯한 이마, 마른듯한 체격을 연상시키는 
옆모습의 사진 한장이 그녀에 대한 포토그래프의 전부지만,
나는 점점 그녀가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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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민음사 세계시인선 45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지음, 김병익 옮김 / 민음사 / 197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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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밤이면 이몸을 잠에 맡겨
허덕이지 않게 하시고 당신을 믿게 하소서.

내 쇠약한 정신이 당신을 우러러
가난한 차림으로 방황하지 않게 하소서.

이 하루의 고달픈 눈 위에 밤의 장막을 치신 것은 당신입니다.
밤의 장막에서 깰 때에는 더욱 더 새로운 기쁨 속에서 그 모습을 소생케 하십니다.


이 잠언으로...
기탄잘리로 나는 자포자기했던 많은 시간을
잠으로 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대신 이 짧은 시를 몇번이고 읽으면서 견디었다.
종교가 없는 내게는 타고르의 시가 곧 기도였다.
외우고 또 외우고....
그렇게 많은 시간을 견디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는 시간도
그렇게 견디었다.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이 사람을....
이 분을 너무 사랑해서
힘든 고 3을 씩씩하고 아름답게 견딜 수 있었다.
나이가 많은 남자에 대한 환상과
많은 형제에 대한 환상 역시
타고르 집안에 대한 흠모....

열닷섯에 당신을 처음 만난 나는
어느덧 스무살이 넘었고
그대가 시를 쓰고 독립운동을 하던 나이를
훌쩍 지나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대는 나의 영원한 사랑입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대를 사랑합니다.
누가 내게서 그대의 자리를 대신 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껏 표현하는 사랑의 아름다움도
반대로, 역설하는 표현의 절절함도
모두 내게 가르쳐준 당신인걸요...

당신이 없더라도
여전히 나의 사랑은 계속됩니다.
처음부터 당신이 없는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아마 내가 없는 세상에서 난,
당신의 영혼을 찾아가 내 사랑을 말할 겁니다.
당신은 아마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난 당신의 발치에 앉아
당신 곁에 있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 은혜는 베풀어 주시겠지요.

시끄러운 이 세상,
전, 당신이 준 추억으로 살아온 사람인걸요.
잠시 당신을 기억에 묻어 두어서 죄송합니다.
이제 당신을 하나씩 꺼내어 먼지를 털고
빛을 내겠습니다.

님이여, 나의 신이여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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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김봉두 - Teacher Kim Bong-du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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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 진짜 재밌다.
차승원 단독 주연작인데...
사담으로 차승원 영화 계보
세기말 - 리베라메 - 신라의 달밤 - 광복절 특사 - 선생 김봉두
기억나는 것만 이렇다.
세기말이야 출연 자체가 감사했을 것이고...
리베라메에선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신라의 달밤에서 망가지며 관객의 사랑을 받았고
광복절 특사에서는 설경구라는 걸출한 배우와 함께했다.
그러면 두번의 홈런형 안타를 치고
달랑 오지 분교 아이들 다섯명과 공동 주연(?)이랄 순 없으니
온전히 차승원 이름만 걸고 첫 영화를 찍은 것이다.
궤도에 오른 후에...그런데 재밌다.
이 영화 감독 김상진인가...원래 이 영화를 먼저 기획, 준비했는데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재밌는 영화>를 먼저 먼들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자기가 찍고 싶은 영화였기 때문일까....
억지스런 웃음도 없고 정말 재밌고...구석 구석 애정어린 손길이
느껴진다...김 감독..약았다. ㅋㅋㅋ 다 그런거지 모~
그런데 이 감독이 원래 웃긴 걸 좋아하는지..정말 코믹한 부분을
많이 넣었다. 소화하는 것은 온전히 차승원의 몫. 그런데 잘한다.
점수 짜다는 기자 시사서 영화 끝나고 박수가 터져 나왔으니...
아마 대박은 아니어도 준대박은 되지 않을까...
차승원은 되게 가까이서 여러번 보았다 ^^
다리 진짜 길고 엉덩이 진짜 작다.
옷이 별로 였는데 청바지가 너무 예뻐서 그 옷만 보게 되었다.
오해는 말도록,..ㅋㅋㅋ 그리고 김수로 넘 귀엽다
목소리 그대로다...나란히 서서 좌석 확인했는데...
사람들이 몰려서 좌석이 부족했었거덩...김수로 막상 받은 번호가
좌석표에 없자 당황했다. 연예인인데 서서 볼 수도 없고,.ㅋㅋㅋ
강성진도 왔는데...민간인들하고 되게 친했다.
어~오빠? 여자들이 막 그러던걸,,,?
여하튼 줄거리를 필요없을 것이고..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볼거 많고 느낄 거 많고 2시간 안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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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제션 - Possessi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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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기네스 펠트로우가 나오는 영화라는 것,
그리고 대단히 정적인 영화일 것이라는 추측,
극장에서 상영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정보,
표지의 붉은 색이 맘에 썩 들었다는 취향,
이 네가지를 가지고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약간의 미스테리가 가미되었고 그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교차편집하는 기법으로 조명되었다.

이 영화는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학자와 전통의 나라, 영국.
가장 중요한 소재는 현재 문학계에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계관시인 '랜돌프 애쉬'.
물론 픽션이다.

줄거리는 랜돌프 애쉬 100주년 기념 주간을 맞아 그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던 미국계 학자 롤랜드 미첼(아론 에크하트 분)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아내에 대한 열정적 연시를 많이 남긴 낭만적인 애처가로 유명한 애쉬가 당시 진보적 페미니스트이며 레즈비언이었던 여류시인 크리스타벨 라모트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연서를 우연히 찾게된 것이다.

롤랜드는 애쉬와 크리스타벨의 관계에 대해 확실한 사료를 찾기 위해
크리스타벨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그녀의 후손인 모드 베일리 박사(기네스 팰트로 분)를 만나게 된다. 롤랜드의 추리를 완전히 무시하던 모드는 빅토리아 시대의 두 시인들의 숨겨진 로맨스를 알게 되고, 그때부터
모드는 롤랜드와 함께 영국과 유럽 본토를 넘나들며 사실 확인을 위해
그들의 행적을 쫓다 결국 롤랜드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고조 할머니인
크리스타벨과 애쉬의 사랑을 증명하게 된다는 이야기.

중간 중간의 볼거리가 많으며 중요한 디테일들이 넘쳐난다.
영국의 풍광, 고성에서의 티 타임 - 홍차가 담긴 찻잔이 진짜 이뻤음.
역사에 대한 영국인의 오만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들이 나온다.
미첼은 애쉬를 연구하는 박사의 연구 보조로 영국에 와서 공부하고
자료찾고 소위 각종 딱갈이를 하게 되는데 서점 주인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기묘한 태도를 느끼게 된다. 일단,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살짝쿵 무시한다. 왜 미국인이 영국에 와서 공부를 하는 것이지?
라는 듯한 태도. 미첼은 차츰 익숙해진다. 하지만 모 기분이 썩 좋진
않다. 책 한권을 빌릴래도 지도 교수가 누구인지를 밝혀야 하는
과정에서 미국인이라는 점은 아주 묘한 무시를 받는다.
씩 웃으며, "미국인은 영국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미첼의 표정에서
왠지 그 기분과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하면 옳을까나.
시와 학문을 쫓아서 영국까지 왔건만 학생도 교수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그는 자기를 밝혀야 할 때마다 껄쩍지근하다.
미국인인데다가...

롤랜드가 크리스타벨 라모트를 연구하는 베일리 박사를 역에서 만날 때
두번째로는 밝은 금발머리로 염색을 하고(기네스의 원래 머리색은 모르겠지만 여하간 영화에서 대단히 밝은 블론드로 나옴)나온 베일리 박사는
"모드?" 하고 묻는 롤랜드에게 "닥터 베일리"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박사다 이거다. 교수다 이거다. 연구보조랑은 다른.
그녀는 자신의 추리를 말하는 롤랜드에게 가차없이 말한다.
크리스타벨은 자신의 선조이며 그녀는 당시 그림을 그리는 연인이
있었고 레즈비언이었으며 애쉬와의 로맨스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딱 잘라 말하는 그녀는 그 사실에 놀라하는 롤랜드에게 대체 라모트에
대한 책을 읽기나 한 것이냐며 사전 조사의 빈약성을 추궁한다.
하지만 그의 열정적인 연구에 살며시 호기심을 표시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한 올의 흐트어짐도 없이 머리를 꽁꽁 묶어 올리고 나온다.
라모트와 애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친해진 롤랜드가 왜 머리를 올리
느냐고 묻자 금발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드 역시
그녀의 고조 할머니처럼 정신 없이 연구를 하고 롤랜드에게 빠지며
프랑스로 조사를 갔을 때는 바람 때문인듯 훨씬 자연스럽게 잔머리가
흐르는 머리로 바뀐다. 모~나중에는 롤랜드가 아예 풀어주지만.

그들의 조상인 크리스타벨과 애쉬의 사랑은 훨씬 어렵고 대담하다.
유명한 시인이었던 애쉬는 어느 파티에서 크리스타벨을 만나
대화를 한 뒤 그녀의 지성에 감탄한다. 그녀 역시 애쉬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데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시작해 영혼과 지성을 교감하는
편지를 주고 받던 그들은 어느새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둘만의 교감을
하게 되고 그것은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한다.
훌륭하고 모범적인 가정에 완벽한 삶을 살던 애쉬
그리고 조용하게 살면서도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크리스타벨.
감정이 깊어지자 크리스타벨은 서신 교환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그간 오고간 편지를 돌려달라고 부탁한다.
"우리의 편지들만이라도 함께 있을 수 있도록"
오고 가는 그들의 서신은 완벽하게 로맨스 그것이다.
그렇게 자신이 모르는 사랑을 시작하고 발전시킨 연인에게 질투를 감추지
못하며 불안해 하는 모드의 연인이자 동거인 ???.
그리고 직감적으로 남편의 변화를 알아챈 애쉬의 부인,
하지만 두 사람의 일상은 변함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모드의 연인은 모드를 잃는 것이 두려워 서신 중단 요구 후에도
애쉬가 모드에게 계속 보낸 편지들을 감추었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된 모드는 과감히 애쉬와 만나 여행을 떠난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는 라모트와 애쉬.
서로의 손을 잡고 그 자리에 함께 있음을 꿈처럼 확인하는
라모트와 애쉬.
라모트는 생애서 그처럼 열정적으로 집중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요크셔로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기차에서 애쉬는 빅토리아 시대의 관습처럼 고급스러운 불륜인 듯
방을 어떻게 쓸것인지 묻는다. 라모트는 담담하게 대답한다.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그러고 싶어서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닌가요?
당신은 나와 함께 있고 싶지 않은가요?"
기쁨에 차 반지를 보여주는 애쉬에게 라모트도 자신의 반지 낀 손을
보여준다. 그들의 결심은 서로를 결속시키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열정은 소멸할 것이라고 말한 라모트는 그 열정을
실현하는 여행을 떠나 꿈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의 자취는 라모트의 시를 통해 나타나고
라모트의 시는 모드의 목소리를 통해 되살아난다.
고성에서 라모트의 인형상자에 감추어진 편지들.
토마슨 폭포 뒤에 숨겨진 비밀 폭포.
그 모든 은유와 상징은 애쉬와의 사랑을 표현한 것이었다.
예정된 4주가 지나갈수록 오히려 불안하고 초조해 하는 것은 애쉬였다.
잘못된 선택이었다면 어쩌나 하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를 다정하게
위로하는 라모트.
"절대 후회하지 않으며 신에게 감사한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내 사랑"
그들이 보낸 시간의 기쁨을 시로 적은 뒤 찢어버리는 라모트.
너무 완전하게 표현해서 남길 수 없었던 그 시들을 적은 종이의 조각을 그녀는 기차에서 땅으로 뿌려
그들의 사랑이 땅에서 뿌리를 내리기를 기도한다.
역사와 기록에서 라모트는 그 여행 이후 사라졌다.
라모트는 프랑스로 갔을 것이라는 추리를 하는 롤랜드를 따라
모드와 롤랜드는 프랑스로 가고 그곳에서 그녀의 흔적을 찾는다.
그녀는 임신을 해서 프랑스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찾아오는 애쉬를
만나주지 않는다. 그리고 라모트의 연인은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애쉬는 그녀의 아이가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녀와 결별,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데 그의 임종이 임박했을 때 라모트의 편지가
전달된다. 그녀에게는 딸이 있었다. 그들의 아이였다.
그 아이는 입양되어 자랐고 모드는 딸을 보기 위해 프랑스에 머물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된 모드는 고통스러워한다.
미혼모로서의 라모트의 절망 등을 상상하며 선조의 삶을 동경해온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며 허망해한다.
그런 그녀에게 롤랜드는 당신의 그들의 자손이라며 자랑스러워하고.

마지막에 영화적 추리가 나온다.
애쉬는 우연히 라모트를 찾으러 가는 길에 한 소녀를 발견한다.
이름을 묻는 그에게, 이상한 이름이 하나 더 있다고 말하며
마이아 토마슨 베일리 라고 말하는 소녀,
애쉬는 쿵 하는 얼굴로 소녀를 바라보고 알아본다.
소녀가 그들의 딸이라는 것을.
소녀에게 꽃 왕관을 만들어 주고 머리카락을 얻어 간직한 뒤
이모에게 전하라며 서신을 건네는 애쉬.
소녀는 손가락을 걸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

현대인인 모드와 롤랜드의 사랑은 더 이기적이다.
그들은 열정을 감추고 상처입지 않기 위해 거리를 두며 분투한다.
요크셔에서 서로에게 빠져 키스를 나누던 남녀는 잠시 서먹해지자
관계를 포기하며 말한다.
여자가 말한다.
"잠깐만요"
남자가 말한다.
"미안해요, 이게 아닌데..내게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어요."
미안해 하지 말라고 확신을 주기 위해 여자가 말한다.
"이불을 걷기 위해서였어요"
하지만 여전히 망설이는 남자.
여자는 말한다.
"난...상관없어요"
남자는 "상관없어요?"라고 말한다,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스스로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의 그러한 벽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지고
둘은 점점 솔직해진다.

게다가 미국 남자의 원본 훔치기 작전~
작은 자료 하나에도 민감하게 박물관의 수순을 밟은 영국인과 달리
불같은 추진력으로 원본을 살짝 훔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롤랜드.
나중에 모드도 이것을 써먹는다. 프랑스에서..ㅋㅋㅋ
그녀와의 오해로 헤어진 후에 집에서 모드의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는 롤랜드. 사진 한장이라도 가지고 싶어 그녀의 주민등록증을
슬쩍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 꽃과 새로운 자료를 들고
방문한 그는 또다시 슬쩍 그녀의 주민등록증을 원상태에 복귀시킨다.
그런 미국인다운 융통성이 아주 맘에 들었음.
그리고 롤랜드가 지도 교수에게 모드를 소개하며
"닥터 베일리"라고 하자 모드는 스스로 "모드"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그들이 라모트와 애쉬의 로맨스를 추적하며 달라진 모습들이
서서히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테면 닥테 베일리가 모드로, 쫑여맨 머리에서 자연스런 스탈로.
그런 사소하고 섬세한 감정의 결이 매우 잘 살아있는 영화였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영감을 받은 영화였음.
선조들과 달리 현대는 남녀의 경제적 신분이 바뀌었음.
남자가 능력도 없고 가난하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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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맨하탄 (1disc) - 할인행사
웨인 왕 감독, 제니퍼 로페즈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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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맨하탄>

제니퍼 로페즈, 랄프 파인즈 주연
웨인 왕 감독(조이 럭 클럽과 스모크를 만든 감독)

음...뭔가 괜찮은 작품하나 나오지 않을까? 모~보면 알겠지.
연인들 가득한 시사회장에 홀로 외롭게 앉아서 산타페를 홀짝거리며
영화를 보았다.

제니퍼 로페즈는 자신의 혈통을 살려 라틴계 이민 2세대로 등장,
엄마와 아들, 이렇게 셋이 가난한 동네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의 아들도 그녀도 무지하게 씩씩하고 긍정적이다.
버스를 타고 등교&출근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래서 보는 이에게
활기를 준다. 비록 이혼하고 무심한 남편에게 화나는 일이 무지 많지만
아들이 너무 똑똑해서 행복한(엄마가 되면 다 그럴까?) 제니퍼 로페즈는 호텔에서 메이드로 일한다. 제니퍼 로페즈야 완벽한 드림을 일군 여인이지만 실상 빈곤 국가의 이민 2세대들이 미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흑인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3D 업종.가정부나 요리사 등이며 메이드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직장 내에는 그녀의 단짝 친구들이 있다. 그녀까지 한 4명.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서로를 돕는 4인방 중 제니퍼는 당연히 봉황이다.
인물이나 야심 정도에서...왜? 주인공이니까.
메이드 복이 헐렁할 정도로 살을 쑥 뺀(엉덩이조차 좀 작아진 것 같았다)
제니퍼 로페즈는 출근해서 메이드 매니저 자리가 비워진 것을 알게 된다.
당연히 그 자리를 원하지만 여러가지 문제로 망설인다. 그런 그녀를 위해
친구들이 나서고 제니퍼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꼭 그 자리에 가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제니퍼의 아들은 어린 정치가 지망생으로 1970년대 역사를 배운 뒤
'닉슨'에 푹 빠져 있다. 하지만 여름 내내 준비한 연설을 무대 공포증으로 망치고 만다. 실망에 빠진 아들을 위로하는 제니퍼. 의기소침한 아들을 위해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기(제니퍼는 일하고 아들은 여기 저기서 노는 거지, 방 쓰고 룸서비스 하는 게 아니야요)로 한 모자!
여전히 우울해 하는 아들을 보면서 안 떨어지는 걸음으로 일하러 가는 제니퍼. 그날 그 호텔에 묶으러 온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랄프 파인즈. 그는 아버지에 이어서 정치를 하는 "상원의원"으로 선거차 맨하탄에 온 것이다. 하원도 아니고 상원이라...민주주의가 우리나라보다 100년 이상 앞섰을 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절대강자인 미국이니 정치가의 끗발도 우리나라랑 수준이 다르다. 어쨌든 그는 거의 왕자다. 대를 이은 정치가 집안이면 거의 로열 패밀리. 벌써 그에게는 그보다 더 그의 이력을 신경쓰며 챙기는 동창 친구도 있다. 정치인이 주인공일 때 반드시 등장하는 심복이자 부하인 친구...음...게다가 이 남자 매력적인 외모로 거의 모든 가십란을 장식한다. 정작 본인은 무심하지만 (완벽한 왕자 조건)

요 남자가 강아지를 산책시키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제니퍼의 아들과 만난다. 꼬맹이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이 꼬마 정치가 지망생은 척척 묻도 대답한다. "보수당인가요? 난 당신을 알아요" 등등
보좌관은 긴장하며 "어느 파에서 보냈지, 누가 시켰어?" 등등을 물어
웃음을 자아낸다. 여차저차 해서 죽이 맞은 두 사람은 보좌관을 따돌리고 소년을 따라 스위트 룸으로 간다.
소년이 엄마가 거기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남자는 당연히 투숙객인줄 알지만 사실 그날 제니퍼의 담당 구역이 스위트 룸이었다. 그 시간 친구와 룸 청소를 하던 제니퍼는 반납을 부탁한 랄프 로렌 옷을 입어 보네 마네 다투고 있었다. 물론 소년이 랄프를 데리고 들어 왔을 때 제니퍼는 그 옷을 입고 있어서 남자에게 완벽한 착각을 하게 하지만. 친구의 전폭적인 연기와 지지로 남자와 공원을 산책하게 된 세 사람. 모 약간의 실수들이 있다. 제니퍼의 옷에 영수증이 달려 있다거나..등등 메이드의 머리 모양도 옷이 좋으니 날개가 되는 것 같았다. 여하튼 두 사람은 엄청 삐리리~를 느끼고 남자는 소년의 의기소침한 마음을 풀어주기까지 한다.
고맙게시리~

돌아오자 지배인이 제니퍼를 부른다. 잔뜩 긴장한 제니퍼.
알고 보니 매니저 승진이었다. 일주일간의 교육이 끝나면...
서류 접수를 안한 제니퍼 대신 친구가 접수를 시킨 것이다.
화를 내는 제니퍼에게 친구가 말한다.
"이건 기회야. 나한테 화내지마. 우리는 엄마들처럼 살지 말아야지
노후를 생각해"
그건 정말 아주 중요한 기회였던 것이다. 하지만 고 중요한 시점에
일에 집중을 못하게 하고 이중생활을 하게 만드는 남자가 등장한거지.

이런저런 오해와 에피소드 끝에 남자는 제니퍼를 파티에 초대하고
친구들인 호텔 종업원들의 도움을 받아 머리부터 발끝까지 최고로 치장한 제니퍼는 롤스로이스를 타고 파티에 간다. 그리고 다시 만날 수 없다고 말을 하지만...그날 삐리리~하고 사실도 말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삐리리~를 한 곳이 바로 그녀의 직장이자 그가 투숙한 호텔.
결국 꼬리를 잡히고 만 제니퍼 쫒겨난다. 승진을 코앞에 두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한참을 밖에서 울다가 집에 돌아온 제니퍼를 조용히 위로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숙제를 하는 아들. 자신의 상황을 언급하기 싫어 밥 먹을까? 뭐 먹을까 하고 끊임없이 종알거리는 제니퍼에게 무조건 예스하는 아들..
하지만 제니퍼의 엄마는 만반의 잔소리를 준비하고 자신을 보지도 않는 딸에게 마침내 말한다. "내 말 좀 들을래?"
제니퍼의 대답 "아니, 목욕이나 할래"
하지만 엄마가 누군가~목욕탕까지 따라와 잔소리를 퍼붓고 결국 두 모녀는 아들을 방에 가라고 한뒤 대판 한다. 다시 가정부로 직업을 찾아 주겠다는 엄마에게 대들다가 "그래, 엄마 난 최고의 가정부야. 하지만 내 직업은 내가 찾을께, 다시 메이드로 시작해 매니저가 될 거야"

남자의 생활도 엉망이었다. 메이드와의 스캔들은 연일 신문에 발표되고..오해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겨울이 되자 그가 다시 선거를 위해 돌아오고 그녀는 다른 호텔에서 메이드로 일한다. 그가 맨하탄에 온 것을 아는 아들은 어떻게든 그를 만나고 싶어 엄마의 의사를 떠보지만 대답은 뻔~하지. 안돼~
아들은 엄마 몰래 학교를 빠지고 그가 인터뷰하는 곳을 찾아간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받는다고 할 때 뿅~ 나타난다. 영화니까.
"거짓말 해도 악의가 아니었고 뉘우치면 용서받아야 돼요. 안그럼 정치인들은 숨도 못쉴 테니까요."
눈빛으로 상황 파악 완료된 두 남자는 제니퍼를 찾아 뛴다.
보좌관과 기자들도 같이 뛴다.
마침내 만난 두 사람은 다시 시작하며 키스를 한다.
결혼으로 골인은 아니지만 잡지 표지가 계속 나와 그들의 소식을 전한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1년 후 여전한 그들"
"새로운 유형의 매니저 등장"
등등

너무 뻔한 이야기를 너무 요즘 스타일과 성격에 맞추어 했다.
건질 거 하나 제니퍼와 엄마의 싸움.
모녀관계란 참...그런 거 같다. 자식과 엄마는 다른 걸까.
자신의 아들에게 무한 관대하고 아들은 엄마를 감싼다.
그런데 막상 제니퍼의 엄마는 제니퍼를 늘 핀잔한다.
왜 그럴까?

두번째 궁금한 점.
제니퍼는 참 노력하는 스타인데 무지 섹쉬한 걸로 성공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도저히 섹시 만땅 스타로 안 나온다.
입술도 늘 흐린 것만 바르고 똑부러지고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자로 주로 나온다. 이미지나 상상과 달리...이런 배우들이 있다.
고소영이도 싸가지 없는 인상과 달리 착한 여자 역을 주로 한다.
오히려 심은하가 악녀 비스무리한 거 다했다. 둘이 라이벌이었을 때.
리브 타일러도 이건 착하다 못해 순둥이다...
그런 여자들이 있다. 악녀의 이미지를 가지고 사진을 찍고
천사의 이미지를 가지고 영화를 찍는다.

그게 참...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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