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짐승의 성을 읽었다.
이것으로 같은 사건을 모티브로한 세가지 버전을 본 셈이다.
이 이야기가 왜 일본의 창작자들을 매료시켰는지 알것 같다. 충격적인 내용이 많기도 하지만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도 도대체 왜, 어떻게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각자 이런 저런 해석을 내보고 싶은것이 아닐까.
이 셋 중 개인적으로 선호도를 따지자면 짐승의성=사채꾼 우시지마>크리피 순이 될 것 같다.
셋은 같은 모티브를 놓고 접근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 크리피는 내 친숙한줄 알았던 이웃이 가짜이자 괴물이라는 심리적 충격에 대해서ㅡ 가정이 안에서 부터 먹힌다는 사회 일반의 공포심에 대해, 사채꾼 우시지마는 전체 주제가 항상 그랬듯이 돈을 중심으로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 짐승의 성은 일본 경찰이 가장 좋아하는 경찰소설 작가라는 사실에 걸맞게 경찰 입장에서 느끼는 공포(범죄의 본질이랄까)를 매우 차분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같은 모티브인데 주어진 관점에 따라 똑같이 끔찍하면서도 공포를 자극받는 포인트가 다른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마지막에 사실 결론이 내가 맘에 드는 결론이 아닐것 같았다. 거의 끝까지 그랬다. 그러나 약간의 최후 반전이 일어나며 내 예상은 틀어졌다.
지금은 마지막 한 페이지를 빼고는 만족한다. 그 한장은 사족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다.